라이프여행
따스한 빛을 품고 과거로 미래로의 여행■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경기 광명
류미월 객원기자  |  rhyu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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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3  14: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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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동굴 빛의 공간(사진제공/광명시청)

광명동굴에서 역사의 아픔과
눈부시게 발전한 현재를 만나고
기형도의 빈집으로 향하다...

햇빛과 달빛이 잘 드는 살기 좋은 곳 광명시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광명시는 서울의 남서쪽으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 경기도 중서부 도시로, 면적의 40%가 낮은 야산으로 이뤄져 있다. 동쪽으로 안양천이 흘러 쾌적하고 여유로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도심 속 동굴 테마파크인 광명동굴은 여름철이면 볼거리에 피서는 덤으로 얻는 인기 있는 곳으로, 세계가 놀란 폐광의 기적을 이룬 동굴이다.
한편, 젊은 시절에 한 때 시인을 갈망하는 청년들이 한 번쯤 품어봤을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의 시인 기형도가 타계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 광명시다. 전국 어디로든 쉽게 갈 수 있는 광명의 심장 격인 KTX 광명역사 건물은 돔구장처럼 아름답다.

   
▲ 광명동굴 분수대(사진제공/광명시청)

도심 속 테마파크 광명동굴
광명역에서 17번 버스를 타면 광명동굴 종점까지 간다. 택시로 7000원 요금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광명동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100대 대표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개발을 시작한 광명동굴(구 시흥광산)은 강제징용과 자원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이후 근대 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업 유산이다. 1972년 폐광이 된 이후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활용되며 잠들어있던 광명동굴을 광명시가 매입하면서 문화예술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동굴은 두 개의 큰 테마가 있다. 빛으로의 환상여행과 동굴 지하세계 탐험의 두 갈래로 나뉜다. 동굴에 들어서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주제로 음악에 맞춰 춤추는 환상의 LED 터널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어느 지점을 통과하면 동굴 속 아쿠아월드에서 다양한 어종을 만난다. 높이 9m의 폭포가 웅장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동굴 속 예술의전당에 초대돼 빛과 미디어 쇼를 감상할 수 있다.

   
▲ 와인동굴(사진제공/광명시청)

왠지 일이 안 풀리고 작아지는 날엔 동굴 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는데 동굴 속이 이렇게 멋지고 다양하다니. 동굴에 대한 두려움이 풀릴 쯤 맛보는 공포체험관과 소중한 개인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타임캡슐관, 소망을 담은 황금패 2만 개로 이뤄진 소망의 황금나무가 “소원을 말해봐” 하고 말을 건넨다.

동굴탐험이 끝나갈 무렵 신비한 와인동굴이 반긴다. 연중 12℃를 유지하는 와인동굴에서는 전국에서 생산되는 국산 와인을 종류별로 선보이고 판매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광명시에서는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다. 와인동굴에 앉아 고대인이 된 듯 와인잔을 기울이며 이색 공간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좋은 곳이다. 동굴을 둘러보고 광명역 인근의 기형도 문학관으로 향했다.

 

   
▲ 기형도 문학관(사진제공/광명시청)

빈집을 채우는 영원한 청춘의 언어
기형도 문학관은 광명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버스를 타거나 여유로운 날에는 도보로 가기에도 좋다. 1층에는 기형도를 그리는 전시관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로 시작하는 기형도의 <빈집>을 만난다. 관념이 아닌 시인의 통찰과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그려낸 등단작인 <안개>를 애니메이션과 영상으로 표현해 한 편의 시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감각적인 공간도 있다. 2층 북카페로 들어오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시 한 편 감상하기에 좋다. 3층에는 강당과 창작체험실이 있다.

   
▲ 기형도 문화공원(사진제공/광명시청)

빈집을 채우는 청춘의 언어를 구사했던 시인 기형도는 1960년에 태어나 젊은 나이인 29세에 1989년 3월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계하기 전까지 광명에서 살았다. 연세대학교 정법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 생활은 주로 문학 관련 합평과 토론으로 이어가며 암울한 1980년대를 이겨냈다. 1985년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수준이 남달랐고 노래와 그림에도 소질을 보였던 기형도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가계 전체가 가난하게 살게 되고, 바로 위 누나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을 겪으면서 안개가 많이 끼는 안양천변과 주변 환경은 시인의 내면에 깊이 체화됐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그는 고통을 사랑했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언덕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기형도의 시를 감상하며 가 닿는 기형도 문화공원을 만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시 <빈집> 전문

사랑의 추억과 열망을 상실한 화자의 공허한 내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장님’, ‘빈집’과 같은 상징적 시어를 통해 사랑을 잃은 허전함과 상실감 등의 정서를 보여준다.
KTX 광명역세권에는 스웨덴 가구제조업체인 이케아(IKEA)와 롯데프리미엄 아울렛, 코스트코 등이 몰려있어서 쇼핑하기에 편리하다.

구름산산림욕장, 옛 종가의 문화와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충현박물관, 밤일 음식문화거리,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등 즐길 거리가 많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곳 광명에서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의 여행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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