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3)

"업 사이클링은 지구환경
지키는데 기여해
일석이조의 효과..."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세계 옷 소비량이 크게 늘었다. 현재 한 해 동안 1000억 벌 이상의 옷이 만들어지고, 이는 2000년 이전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이다. 전 세계 폐수의 20%, 탄소 배출량의 10%가 옷을 만드는 이 과정에서 생긴다. 지구 온난화, 사막화에 패션이 끼치는 악영향의 지표다. 패스트 패션의 속성은 싸게 산 셔츠 한 장 정도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이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폐수가 970ℓ 발생하고, 매주 한 사람당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보고도 있다. 쌓인 재고들, 마구 버린 합성섬유의류들과 세탁 중 빠져나간 플라스틱들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 지구의 생존이 흔들거리는 시점이다.

최근 패션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몇 개의 단어가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 ‘리사이클링’, ‘저탄소화’, ‘업 사이클링’ 등이다. 각각의 말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버리지 말고 오래 사용해 지구 환경을 지켜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이중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업 사이클링이다. 1994년 독일 디자이너 리너 필츠(Reiner Pilz)가 업 사이클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낡은 제품에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업 사이클링이라 정의했다. 우리말 표현은 ‘새활용’이다.

즉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제품에 창의성과 디자인을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업그레이드(upgrade)된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다. 재고품에 새로운 가치를 입힌다는 점에서 쓰던 것을 수선해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eling)보다 한 수 우위의 개념이다. 헌옷이나 헌 양말, 자투리 천, 현수막, 폐목재 같은 것을 새로이 디자인해 옷이나 가방, 목걸이나 반지 같은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게 바로 업 사이클링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개념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예컨대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은 1993년부터 트럭용 방수 천막이나 에어백, 자동차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들고 있고, ‘리바 1920’, ‘박스터’ 등이 업 사이클링을 통해 가구 업계의 명품반열에 떠올랐다. 버버리, 폴로 등 그리고 패스트 브랜드인 유니클로, H&M 등도 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다.

2019년부터 박정우씨는 반지뿐 아니라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을 가죽 의류나 잡화류 생산 후에 버려지는 것들로 만들어내고 있다. 한양여자대학교 강동선, 강희명 교수 등은 썩지 않고 버려진 어망으로 그물가방(NET BAG)을 만들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이들 제품은 대량 생산이 아닌 소규모 수작업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크고 값이 비싼 편이다.

그러나 패션이란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업 사이클링은 기업이 아니어도 누구나 주변의 폐품을 활용해 나만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지구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누구나 도전해 볼 여지와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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