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대장정>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 한식의 뿌리를 찾아 (33)

 

 

남도 소리꾼들 즐겨 먹던 ‘홍어’
서남해안 지역에서는 홍어가 없으면 잔치를 제대로 치르지 못한 것으로 평한다. 그만큼 알싸한 홍어의 맛에 서남해안의 많은 사람들이 길들여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 홍어 수는 줄어들고 수요는 늘어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 마리에 30~50만원까지 육박한다.
흑산도 홍어는 나주의 영산포에 와서 제 대접을 받았다. 흑산도에서 잡아 영산강을 거쳐  영산포에 도착해서야 제대로 맛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 영산강과 바다의 연결은 배수갑문 때문에 막혔지만, 그래도 매년 4월이면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리는 이유는 이러한 유래 때문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몸 안의 더러운 성분이 제거되며 술의 기운을 없앤다'고 되어 있다.
홍어는 이처럼 술독 제거와 특히, 여성에게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강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산성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바꿔주어 골다공증 예방 및 산후조리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고, 병후회복과 기미·주근깨·검버섯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좋은 식품으로 전해 오고 있다. 특히, 남도 소리꾼들은 가래를 제거해 준다고 해서 홍어를 즐겨 먹었다.
김영숙씨의 친정집은 나주 영산포에 가까운 곳이다. 아버님이 김해 김씨의 3대 독자이자, 공직생활을 오래 해서 집안에 행사가 많았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홍어를 항아리 속에 넣어 저장했다.
친정 어머니는 명절이 다가오거나 제사가 가까워지면 미리 장에서 홍어를 사다가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 김영숙씨는 어린 시절 가끔 홍어가 든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고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동생과 함께 달아나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정 아버지는 홍어로 만든 음식을 특히 좋아하셔서 주변 사람들을 청해 탁주와 함께 드셨던 미식가였다. 흔히, ‘홍탁삼합’이라고 일컫는데, 아버지는 홍어와 묵은 김치, 돼지고기, 탁주를 함께 한상에 놓고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홍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홍어는 찜, 탕, 무침, 회, 홍탁삼합 등으로 먹는다. 친청 어머니는 홍어 한 마리를 사 오셔서 속 내장은 홍어애(간)탕을 끓였고, 뼈와 살을 구분하여 살 부분은 홍어찜과 홍어삼합으로 이용했다.
뼈가 있는 부분은 잘게 다져서 무와 미나리를 넣고 홍어회 무침을 했다. 어머니의 솜씨에 길들여져서 김영숙씨 가족은 모두 홍어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좋아하게 되었고, 홍어로 만든 요리를 즐겨 먹게 되었다.
현재, 김영숙씨는 친정 어머니의 음식솜씨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홍어로 만든 요리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매월 한번 씩 회합을 갖는 남도의례음식연구회 회원들에게도 홍어애탕을 가장 자신 있게 만들어 권할 수 있게 됐다.
홍어애탕은 장의 노폐물을 제거해주므로 장이 깨끗해지고 위염을 억제하고 술독(숙취해소)을 해독하며 끈적끈적한 점액은 스테미너 식품으로 효능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내장과 뼈까지 넣고 보리순, 된장을 넣어 만든다. 특히, 50~60대 분들이 좋아하며 이맘 때 쯤인 양력 1월부터 3월까지 즐겨 먹는다. 구수하기 때문에 술 먹고 난 다음날 속풀이 국으로는 최고로 친다.


요즘 흑산도 홍어가 품귀현상을 보여 칠레산이 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그나마 중국산과 북한산 보다는 남도 사람들 입맛에는 칠레산이 맞는다고는 하지만, 흑산도 홍어를 따라갈 수는 없다.
김영숙씨는 남도향토박물관에서 전통음식  강좌를 하고 있다. 향토음식, 폐백, 이바지, 떡도 가르친다. 전통차에 대한 강의도 여러 곳에서 한다.
집에서는 홍어애탕, 추어탕 등 토속적 음식을 주로 만들어 먹는다. 아이들도 바깥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사먹기 보다는 김영숙씨가 집안에서 만들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김영숙씨가 말하기를, “홍어를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어 하다가 한두번 먹어 보면 중독성을 보인다.”고. 그래서, 서남해안에선 홍어가 품귀인지도 모른다.

 

미식가의 별미 ‘홍탁삼합(洪濁三合)’

  

삭힌 홍어 얘기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나주인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 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발효음식이다.
홍어의 ‘홍(洪)’자와 탁주(막걸리)의 ‘탁(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 ‘홍탁(洪濁)’이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함이 잘 어울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조합이다. 하지만,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미식가들은 여기에 삶은 돼지와 신김치까지 곁들여 먹는데, 이를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 하여 최고 안주로 쳤다.
잘 익은 김치, 삶은 돼지고기, 홍어회를 한꺼번에 먹은 후, 막걸리를 곁들이면, 입은 하나인데 맛은 각각 특이하게 어우러진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매콤한 김치 때문에 처음에는 홍어 특유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전부 먹은 후에는 홍어 특유의 향이 입안 전체를 휘감는다. 이때 막걸리를 한 사발 쭈욱 들이키면 부드러운 기운이 입안을 정화시킨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잘 조화돼 궁합이 완벽한 음식이다.

 


♣ 홍어애탕 레시피

☞ 재료 : 홍어애 500g, 홍어내장 200g, 보리 200g, 다진 마늘 50g, 파 100g, 묵은 배추김치 100g, 된장 약간, 고춧가루, 멸치 육수 1.5L

☞ 만드는 법
   1. 물에 무, 양파, 멸치, 버섯,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끓인다.
   2. 보리는 깨끗이 씻어 적당히 썰어 놓는다.
   3. 육수 끓인 물에 보리, 된장, 김치를 넣고 버무린 재료를 넣고 끓여 준다.
   4. 끓으면 홍어애와 내장을 넣고 한 번 끓으면 마늘과 파를 넣은 후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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