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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는 소리없는 ‘쓰나미’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① 한국농업, 왜 지켜야 하나 (中)
이완주 본지 칼럼니스트  |  leewc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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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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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10억 인구 굶주림에 시달려
독일정부 국민에게 농업 중요성 강조
‘의지·기술·자본’ 3박자 갖춰야 할때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강풍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쌀은 자급이 되고 있고 콩과 옥수수는 값을 더 주고 있지만 수입에 어려움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곡물의 국제가격은 2006년 후반부터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6/2007 곡물연도 평균가격에 비해 2년 동안에 밀, 옥수수, 콩은 각각 1.6배, 쌀은 2.2배나 올랐다. 이것은 사상 유래가 없는 기록인데 이유는 세계 곡물재고가 줄어든데 있다.
1999/2000에 31.5%이던 재고율이 2007/2008에 들어서는 16.4%로 절반이나 떨어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인구대국이 경제가 발전하자 육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원유가 오르자 옥수수나 유채를 바이오 연료로 쓰는 바람에 곡물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요 요인은 줄기는 커녕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어떤 나라에 유리하며 어떤 나라가 불리한가는 분명하다. 식량자급이 가능한 나라는 유리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불리하다. 따라서 식량부족사태는 가난한 나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지만, 식비가 가계지출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이들 나라는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식량 위기를 ‘소리 없는 쓰나미(silent tsunami)’라고 국제기구는 정의하고 있다. 곡물 가격 폭등은 부유한 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식료품비 ‘추가 부담’을 의미하지만, 10억 명에 이르는 가난한 나라 빈곤층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식량주권을 잃으면 아이티와 같은 불행이 닥치고 만다. 곡물자급률이 28%에 불과한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농업과 농촌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 농업 필요성 국민에 설득
선진국은 왜 농업을 보호하고 키우고 있는 것일까?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농민들에게 많은 보조금을 주는 독일 정부는 이것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연방정부는 ‘농업, 우리는 삶을 위해서 그것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팸플릿을 만들어 대 국민 홍보용으로 배포하고 있다. 10개 항목으로 되어 있는 이 자료는 특히 어릴 때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농업의 중요성과 농촌의 유지보존의 필요성을 반복해서 가르치는데 쓰인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농업은 우리의 문화경관을 보존시켜준다.
누구든 농촌의 밭과 목초지를 지나면서 눈에 보이는 풍경을 자연경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풍경과 전혀 혼동되지 않는 농촌고유의 문화 경관은 수백 년을 이어 오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농민들 자자손손이 세대를 이어 오면서 정돈하고 다듬고 뿌리고 가꿔서 이뤄놓은 우리의 전통적 농촌경관인 것이다. 전 국토의 76%에 해당하는 2천800만ha의 면적이 숲과 농지로서 관리되고 있다. 만일 농민들이 밭과 초지관리를 그만두고 방치한다면 몇 년도 안돼서 전 국토가 잡초가 우거진 황량한 경관으로 변하고 이런 경관을 좋아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족고유의 문화를 가꾸고 지켜주는 농업, 농촌은 그 자체가 바로 문화(Agriculture)이다.


▷농업은 마을과 농촌공간을 유지한다.
독일 전국토의 1/4에 해당하는 940만ha의 농지는 소외된 지역 또는 불리한 지역에 속한다. 이 조건이 불리한 산악지역 등은 시장이나 산업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이거나 자연적인 조건이 농업을 하기에 불리한 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구 밀도가 낮으며 따라서 ‘구조가 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조건 불리지역은 보살펴 주어야 될 어린아이와 같다.
농업은 소외지역의 존속 기반이 되는 최소한의 인구밀도를 유지해준다. 농업이 있는 곳에는 다양한 다른 산업들이 존재할 수 있다. 농민과 그 가족들은 그 지역의 다양한 직종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의 산업의 수용을 보장해준다.
최소한의 인구 밀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지역은 기반시설(Infrastructure)이 점차 망가지게 된다. 아이들은 통학하는데 몇 시간씩을, 병원이나 관청에 가기위해 한나절 또는 하루 종일을 길에서 허비해야 될 것이다. 그러면 젊은 세대들은 도시로 나가버리고 늙은이들만 농촌에 남게 된다(우리나라의 현실임). 만약 농가가 없어져 버리면 농촌지역의 기초가 무너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배후 지역의 폐쇄를 불러온다.(인구의 2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해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한다. 프랑스는 26%, 영국은 28%이 농촌에 사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8%이다.)
농업선진국이 농업을 지키려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국토를 보존하면서 식량의 자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우리에게 희망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희망의 메시지 농민에서 나와
충남 태안에서 장미농사를 짓는 임대근 씨. 그는 1990년부터 화훼재배를 시작했다. 초창기에 장미, 국화, 안개초 등 다양한 화초를 생산했지만 여러 종류를 재배하는 것은 전문성이 떨어져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과정에서 태안군이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화훼전문 단지를 조성했고, 임 씨는 여기에 합류해 다른 종은 모두 접고 소득이 유리한 장미 한 가지를 택한다. 10년 동안 장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매년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 늘기는커녕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내놓을 때 품질 면에서도 차츰 뒤처지고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원인은 ‘똑같은 생산방법’에 있었다.
그는 과감하게 농업기술센터의 권유를 받아들여 암면양액재배법을 택한다. 단지 내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결과 흙에서는 연간 5번 수확하던 것을 무려 8번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장미도 색깔도 좋고 꽃대의 길이도 길어서 값을 종전보다 더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난방비였다. 고유가는 당장 그의 목을 죄어왔다. 그는 다시 농업기술센터의 권유를 수용했다. 기름보일러를 버리고 전기를 쓰는 온풍난방 시스템을 들여놓았다. 설치비는 총 6천만원. 농업기술센터의 농가지원금 2천400만원에 자신의 돈 3천600만원을 보탰다.
기존의 기름보일러의 경우에는 하우스 3천300㎥에서 연간 난방비로 6천만원을 지출해야 했는데 비해 새 시스템은 기껏해야 2천만원에 그쳤다. 기름값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기 전 작년 초에 바꾼 결과 1년 반에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는 장미를 보고나서 온풍기를 툭툭 치면서 “네 덕에 내가 살았다.”고 말한다. 전기온풍기를 쓰니 불쾌한 석유 냄새가 안 나고, 하우스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 장미도 스트레스를 안 받아 꽃도 예쁘다고 말한다. 그를 살린 것은 ‘자신의 성공의지-새로운 기술의 수용-정부의 지원’, 즉 3박자였다. 우리는 임대근 씨와 같은 앞선 농가를 통해 희망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농민 혼자 힘으로 농촌을 지켜나갈 수는 없다. ‘자신의 의지-새로운 기술-자본’이 합해져야 한다. 한국의 농업기술은 이미 통일벼 육성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농민의 자구노력과 함께 농업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가 농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편다면 FTA파고는 충분히 넘을 수 있다. 농촌을 지키지 못하면 국기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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