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세계여성농업인의 날, 반다나 시바 박사의 메시지 -

"시바 박사의 강연은 여성농업인은
씨앗과 땅을 돌봐서 지구를 지키고,
인류의 먹거리를 챙기는,
그래서 지구와 인류가 모두
지속가능하게 하는
당당한 주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김영란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올해 10월15일, 한반도에서는 엄청난 일이 조용하게 벌어졌다. 2007년 UN이 제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Rural Women)을 국내에서 처음 기념한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여성정책팀의 야심찬 결단과 기획, 그리고 농특위 ‘희망을 만드는 농어촌 여성정책 포럼’의 협업의 결과였다. 이날의 슬로건, ‘지속가능한 미래, 여성농업인의 힘으로’는, 한반도 지도가 향후 수십 년 안에 소멸될 마을로 색칠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포럼에 줌으로 초대된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박사의 강연은 명료하고 강하게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바 박사는 1952년 인도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하다가 고향 마을의 벌목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가, 식량주권 옹호자, 반세계화 저술가, 에코페미니스트로 활동하게 됐고, 현재는 영향력 있는 세계 여성 지도자 7인 중 한 명이자 토종종자를 활용한 유기농법 연구와 농산물 유전자 조작 반대운동을 하는 NGO단체 나브단야(Navdanya)의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시바 박사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농촌여성들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농업은 땅을 돌보는 일이고, 이는 돌봄의 문화에서 만들어지는데, 농촌여성들은 농촌에 살고 농업에 종사한다는 점에서 지구와 사회를 위한 돌봄의 경제를 실천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과학의 전문가’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그 증거로 지난 수백 년 동안 씨앗을 수호한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먹거리 체계의 첫 번째 연결고리인 씨앗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근본이다. 어떤 씨앗을 남겨서 다음 해에 심을지를 결정하고, 그 씨앗으로 먹거리를 길러내는 일은 생태적이고 경제적인 회복력으로 농촌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오래되고(그래서 안정적이고 신뢰할만하다), 가장 주체적인(그래서 민주적이고 비폭력적이다) 방법이다.

이런 결정을 하고, 결정한 대로 실천하는 여성농민은 글로벌기업의 덫에 걸려 종자와 농약을 구매하고, 그로 인해 빚의 굴레에 갇히게 되는 남성 중심적인 시장주의가 가져오는 ‘파국의 농업’이 아니라 ‘회복과 희망의 농업’으로 이끌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미래가 여성농민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박사의 논리가 성립된다.

자신을 농업 생산과정의 보조자로 인식하고 있는 많은 국내 여성농업인에게 시바 박사의 강연은 씨앗과 땅을 돌봐서 지구를 지키고, 인류의 먹거리를 챙기는, 그래서 지구와 인류가 모두 지속가능하게 하는, 당당한 주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이날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처장과 비아 켐페시나 사무총장, 이탈리아 여성 농기업인, 프랑스의 여성농민이 보낸 축하 메시지와 국내 여성농업인단체 대표와 회원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우리가 이제 세계 여성농민과 연대의 자리에 섰음을 선포한 것과 다름 아니었다.

전 세계 농업의 40%의 일을 여성이 담당하고, 그 여성 안에 한국 여성농민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부터 매해 10월15일은 세계 각국의 여성농민과 한국의 여성농민이 서로에게 안부를 묻고 응원하면서 지구와 인류를 지키는 지속가능성 기술의 과학자로서 연대의 동지애를 나누는 시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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