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마을의 한숨소리 가을처럼 깊어 가는데···

단체 체험고객 ‘제로’, 전기세 못낼 정도로 운영상태 심각
국내 최대 규모 양평외갓집마을 매출 89% 감소
▲ 작년 이맘때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을 양평외갓집 마을을 쓸쓸히 지키고 있는 김주헌 위원장.

“숨만 쉴 수 있게 해줬으면…….”

전국의 농촌체험마을이 방문객 감소와 매출액 급감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농촌체험마을은 전국에 1115곳이다. 농식품부에서 43개 체험마을대상으로 샘플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방문객 수 급감과 그에 따른 매출액이 지난해 1~8월 보다 방문객수는 69%, 매출액은 61.9%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농촌체험마을의 운영상황은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 특히 유치원과 학교 등 단체 체험객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가 큰 농촌체험마을의 경우는 더욱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경기도 양평외갓집체험마을을 직접 찾아 현 운영 실태를 알아봤다.

코로나 재난지원금 사각지대, 농촌체험마을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양평외갓집체험마을(위원장 김주헌)은 규모나 체험객수 면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이곳은 2001년부터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한 우리나라 농촌체험마을의 효시나 마찬가지인 곳이다. 현재 각 농촌체험마을에서 하고 있는 각종 농산물 수확체험이나 떡만들기 체험 등 각종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뗏목놀이·깡통열차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해 체험마을을 알렸다. 지난해는 체험객이 성수기엔 하루 1500여 명이 방문하던 대규모 체험마을이다.

지난 14일 이 마을을 찾았을 때 하루 최고 120대까지 줄지어 늘어섰다던 대형 주차장은 버스가 한 대도 없이 텅 비어있는 모습의 쓸쓸한 가을을 맞고 있었다.

김주헌 위원장은 “농촌이 무너지게 생겼다”며 첫 마디를 뗐다. 정부 발표론 60~70%의 체험객과 매출이 감소됐다지만 실제 피부로 느끼는 감소는 90%, 아니 그 이상이란 것. 일례로 지난해 8월에 1억3800만원의 매출이던 것이 올해 8월 매출은 360여 만원 정도로 전년도 대비해 2.6%에 불과하단다.

김 위원장은 “며칠 전 국감에서 양평 군수를 지낸 김선교 의원이 체험마을에 고용된 인원수를 질의했을 때 장관이 ‘위원장과 사무장 두 명 정도’란 답변을 듣고 기가 막혔다”며 말했다.

실제 이곳은 운영관리를 위한 사무장 등 고용인력만 5명에 지난해 총 30명의 고정 종사자와 필요에 따라 일하는 일용직 등 하루 최대 12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여력이 없어 상당수가 축소된 상태다.

국감에서 김선교 의원은 “전국 1115곳의 체험마을에 평균 고용인원을 10명씩만 잡아도 1만1150명이 농식품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력이며, 이들의 상당수가 고용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체험객을 위한 농산물 재배와 판매도 어려움에 봉착했다. 체험에 필요한 고구마 등 농작물 재배를 위해 태국인 외국인근로자 4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자마자 2월에 본국으로 가버렸다. 임금은 치솟고만 있어 현재 농사철 양평의 하루 임금은 남성 13만원, 여성은 10만원까지 한다.

“체험객을 위한 고구마 1만평 농사에 고구마 싹값 200만원, 심는 인건비와 수확인건비 등을 제하면 농사 지어 오히려 손해고, 그나마 올해는 장마가 길어 농작물이 다 망가져 예년 수확량의 50% 정도만 생산량이 나온다”며 허탈해 했다.

농촌체험마을, 일자리 창출효과 큰데....

▲ 농촌체험마을의 붕괴는 농업교육의 붕괴나 다름없다.

김주헌 위원장은 경기농촌체험휴양마을 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경기도에만 120개의 체험휴양마을이 있고, 그중 83개 마을이 경기농촌체험휴양마을에 가입돼 있다. 각 휴양체험마을엔 150~300가구의 농가가 속해있다고 보면 농촌체험마을의 붕괴는 2000~3000명 농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또 농가들은 체험객을 상대로 직거래로 대부분의 농산물을 팔고 있기에 농산물의 판로에도 애를 먹고 있다.

김주헌 위원장은 “정부는 체험마을은 농외소득의 일부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어 문제”라며 “농촌체험마을은 농촌일자리 창출은 물론 농산물 판매와 우리 농업을 알리는 교육적 측면도 많아 농업의 지속가능한 응원군을 키우는데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체험마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평외갓집체험마을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운영자금도 많이 들어 한 달 전기세만 600만 원 정도가 나간다.

김 위원장은 “다들 코로나 19로 인해 어렵겠지만 코로나 끝날 때까지 숨만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땅을 담보로 대출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아 버텨왔으나 현재 전기요금도 못내는 상태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6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있다.

김주헌 위원장은 농촌체험마을은 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사각지대라 하소연하며 정책자금 지원과 인건비 4대 보험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춰진 지난 12일부터는 체험방문을 위한 문의 전화가 가끔 걸려오고 있다. 또 자구책으로 코로나 종식 때까지 찾아가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체험키트 개발 등을 계획 중이다. 11월4일부터는 양평군 농촌체험마을과 함께 김장 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농민을 위해 뭘 도와줘야 고민했으면 해요”

김주헌 위원장의 목소리에 절실함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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