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농촌여성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자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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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6  1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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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민주주의 시대다.
농촌여성들이 성실함과 끈기로
발벗고 나서면 정책이 되고
제도화 될 것이다.

농촌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
여성농업인 정책이 수립되면
혜택이 농촌여성에게 돌아온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보름 전인 10월4일 한국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한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타계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물론 여성학계 중심의 여성운동가들이 ‘여성장’으로 그를 예우했다. 고인은 평생 가부장제 폐단에 고통 받고 있던 이 땅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했다. 대한민국 여성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이효재 교수에게 빚지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여성들의 삶에 획기적인 족적을 남겼다. 호주제 폐지는 물론 가정폭력, 성폭력 근절과 위안부 투쟁 등 여성을 위한 모든 법과 정책 수립의 기여도는 이 칼럼에 다 싣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다. 한마디로 한국 여성운동의 거목이었다.

고인은 반세기 전에 이화여대에 여성학과를 처음 개설해 여성학계의 발전과 여성운동 활성화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생소했던 ‘부모 성(姓)씨 함께 쓰기’의 1호 선언자로 그는 이름을 ‘이이효재’로 썼고, 임금 차별로 불이익을 받은 여성노동자를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 실현과, 국회의원 비례대표 50% 할당제, 차별호봉제 폐지 운동 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1990년대 ‘위안부’ 문제를 UN 등 국제사회에 알려 이슈화 하는데 앞장섰다.

후학 양성에도 매진한 그는 내로라하는 수많은 여성학자, 여성운동가, 여성정치가들을 길러냈다. 학자로서 일생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역사’ 자체다. 교수로 재직 중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국선언을 주도해 해직 당하고 나중에 복직하는 수난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결기를 보여주었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고향에 내려가 지역도서관 운동 등 사회활동을 멈추지 않고 여생을 마쳤다.

최근 농업계에도 축하할 일이 생겼다. 올해 노벨평화상에 UN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됐다고 한다. 식량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가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고, 분쟁지역에서 평화에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렇다. 농업과 농촌 없이 인류의 삶이 어떻게 지속가능 하겠는가. 또 며칠 전인 10월15일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었다. 전 세계가 이날을 여성농업인의 날로 정한 뜻은 인류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 생산에서 절반 이상의 노동을 담당하는 농촌여성의 노고를 기리고 자부심을 키우는 데 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농촌을 지키고 농업생산자 주역인 농촌여성들이 나서야 한다. 일상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농업현장에서 겪는 고통이나 불합리한 모순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 현재 농촌이 당면한 문제는 누구보다도 농촌여성들이 잘 파악하고 있고, 농촌문제의 해결책 역시도 농촌여성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에 농촌여성들이 성실함과 끈기로 발 벗고 나서면 문제가 해결책인 정책이 되고 제도화 될 것이다.

고 이효재 교수가 위대한 것은 여성들이 겪고 있던 잘못이나 불합리함에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혼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생각을 공유하는 조직과 함께 큰 힘을 모았다. 조직의 외침은 개인의 외침보다 큰 울림이 있고, 한 번 탄력을 받으면 지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성과가 나기 마련이다. 농촌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이 수립되면 수혜자 또한 농촌여성에게 돌아오게 된다.

독일의 철학자 루돌프 본 예링(Rudolf von Jhering)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했다. 농촌여성들이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게 되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면 하늘도 농촌여성들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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