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머나먼 코로나19 종식, 우리 농업농촌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사람들 만나기도 어렵고, 생필품 사러 가는 것도 조심스럽다. 저밀도 농촌에 사는 주민들은 대도시에 비해 코로나19 위험도가 덜하다고 하지만 경기위축으로 농산물 판매가 급감하면서 농가경제가 파탄지경이다.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부상하는 가운데 온라인 직거래 유통으로 관심을 돌리고, 면역력에 좋은 농산물을 재배해 새 활로를 찾는 이들도 있다.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농촌여성들의 하소연과 희망가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불편한 일상 받아들여야

■ 경기 안양 신희옥(배추)
어느덧 천고마비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예년이었으면 가을의 정취를 느낄만한 곳을 둘러보느라 사람들이 붐비겠지만 올해는 너무나 딴 세상이다. 우리들이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이 코로나 때문에 봄과 여름을 지나쳐 가을로 넘어온 것 같다.
몇 달 사이에 우리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코로나 관련 이슈를 확인하고, 문 앞에 쌓인 택배상자를 집 안으로 들여온다. 나가서 장을 보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한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출퇴근으로 불특정 다수와 매일 마주하는 가족을 위해 집에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마스크를 구비해뒀다. 또 한켠에는 각종 소독용품도 당연한 모습이 됐다. 잃어버린 자유로운 일상을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기꺼이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그 불편을 받아들여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의 어려움 분담하자

■ 경기 양주 박혜련(여주)
지금 여주농사를 하고 있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여주를 모두에게 두루두루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여주는 특히 햇빛과 비를 좋아한다. 그런데 올해는 햇빛을 볼 날이 별로 없었다. 물을 좋아하다 못해 넘쳐서 뿌리가 다 패이고 앙상하게 드러났다. 올해는 한 번도 준 기억이 없으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져서 한기까지 느껴지는 요즘 어린 여주들이 터널에서 짓무르고 썩고 있다.
여주는 추우면 일단 성장이 멈춘다. 길었던 여주가 반토막으로 길이가 짧아지고 양은 예년의 반도 안 되지만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태풍에 나무가 쓰러지고 집을 덮치고 여주 하우스가 주저 앉았을 때 난 담담했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 매스컴에서 보는 농민들의 지켜나가는 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수많은 농가들이 울부짖고 있다. 모두는 사람이 자연환경을 파괴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자책해 본다. 지구가 화났으니 나부터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치매예방교육 하루빨리 다시 열리길

■ 경기 여주 이란우(고구마)
점동면 청안2리 마을의 부녀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여느 농촌이 그렇듯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우리 마을에도 많으시다. 그래서 치매안심마을 지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작년부터 전문강사가 1주일에 1번씩 오셨다. 교육이 있을 때면 지팡이 짚고, 유모차를 끌고, 손에 손잡고 마을회관으로 모이셨다. 출석률도 좋았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마을회관 자체가 폐쇄되고, 교육도 무기한으로 중단돼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나도 덩달아 안타까웠다. 대안으로 몇 가지를 시도했지만 아무래도 강사분이 오셔서 교육할 때보다 효과가 덜 할 것이다. 언제 교육 다시 하냐고 묻는 어르신도 많다. 마을에 꽃들도 많이 심어졌고, 가을도 성큼 다가왔는데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서 교육받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직거래시장 없어져 판로 막막

■ 경기 남양주 지은정(청년농업인․ 배즙 가공)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 판로가 막혔다. 우선 농산물 직거래장이 열리지 않는다. 그리고 식품 전시 자체를 해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우리 제품인 배즙은 시음을 하면서 홍보를 해야 하는 데 그런 일들을 아예 할 수 없기에 매출도 확 줄었다. 온라인 시장을 개발해야 하지만 그런 곳은 규모가 큰 업체와 경쟁해야 해서 우리 같은 업체는 가격에선 경쟁력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
대농이 아닌 소작농으로 다품종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올해도 냉해와 태풍으로 인해 명절에 상품으로 나갈 수 있는 농산물 양이 엄청나게 부족하다. 가격이 올랐는데 실제 농사짓는 사람들보단 유통업자만 돈을 버는 구조다. 농산가공품을 개발해서 학교급식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좋아했는데  코로나로  그마저 길이 막혀버렸다. 올해는 결국 대출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고 혹시나 하며 또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명절 특수 ‘제로’

■ 경기 용인 이규봉(웬떡 대표)
떡은 명절이 대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염려한 정부에서 민속 명절 이동을 막기 위해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자칫 우리 고유 풍습인 제사문화까지 사라질까 염려된다. 떡은 전통식품이고, 추석명절엔 송편을 일가친척이 나누며 복을 기원하는 좋은 풍습과 문화마저 송두리째 사라지려 하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떡집은 뽀얀 연기를 뿜어내며 떡을 빚느라 밤낮없이 일할 때지만,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다. 더구나 젊은이들에게 떡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공들여 오픈한 예술의 전당 비타민하우스의 웬떡 매장은 지난 8월15일 이후 문을 닫고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 더 타격이 크다. 오프라인매장에서 떡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선물 등의 주문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떡 문화를 보급하겠단 일념으로 버텨왔는데 평생 간직해온 생각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진다.

 

역발상으로 면역력 제품 개발에 매진

■ 경기 평택 김순선(참미소농업회사법인 대표)
쌀눈가공 제품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1/3 정도까지 감소한 상태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국면이라 온라인 매출도 감소해 걱정이 크다. 더구나 인건비 등의 경영비는 그대로여서 이대로 가다간 적자가 더 쌓일까 걱정을 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지 도둑이 생겨서 창고 등에 쌓여있는 제품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면역력에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쌀눈을 이용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제품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하며 위기를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루 빨리 좋은 날이 왔으면 한다.

 

고마운 단골 덕분에 버텨요

■ 경기 안성 김정순(포도)
우리 농장은 수도권에서 가까운 안성에 위치해 있어 체험객이 많이 찾아오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게 확연히 다르다. 추석을 앞두고는 포도 수확과 포장에 바쁘던 때가 그립기까지 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맙게도 단골고객들이 포도 수확기에 때맞춰 찾아와주니 어렵게 버티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폭우가 쏟아져 포도나무에 많은 피해가 있었다. 비가 그친 후 탄저병도 돌아서 피해가 크다. 거의 절반 정도의 포도가 상품성이 없다.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걱정이다. 농사란 게 해가 갈수록 더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농장을 찾아주는 소비자가 고마워 다른 곳보다 가격을 낮춰서 판매하며 단골고객에 보답하고 있다. 

 

선량한 농민 위한 대책 필요

■ 경기 용인 김서옥(버섯)
100세 시대를 맞이해 인생 2모작을 설계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귀농한지도 3년이 넘었다. 오랜 고민을 통해 그래도 부가가치가 높은 농작물을 재배해 소득을 높이고 적당한 노동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특용작물을 선택하고 성실한 영농 활동을 해 왔다.
첫해에는 그저 학습을 한다는 위로와 함께 결과는 인건비는 고사하고 투자비의 절반도 못 건지는 성적으로 마감하고 다음해를 기약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역시 세상의 모든 일은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가 보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결과는 별다르지 않았고, 3번째 해에 닥쳐온 코로나로 인한 냉혹한 현실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고 매서웠다. 초기엔 1~2개월만 지나면 끝나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방법이 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요즘은 겁이 많이 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작은 희망과 바람은 여기까지일까 하고. 과연 우리 농민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지? 벼랑 끝에 서있는 농민들의 피눈물이 나라님과 정권에겐 아무것도 아닌지 묻고 싶다. 농민들은 정말 견디기가 어렵다.

 

판로 위해 다양한 거래처 확보

■ 경기 평택 이인숙(블루베리 등)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변화된 생활패턴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나 규모가 큰 유통업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농사꾼들은 이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고령농들은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못한 농업인들이 많고, 또 제품 포장이나 디자인도 세련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학교급식납품 피해가 많았다. 다행히 우리는 온라인 소셜커머스 시장을 뚫었고 이참에 거래처를 다양하게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는 도시락배달서비스업체나 가정간편식(HMR)생산 업체들과의 콜라보로 로컬푸드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보려한다. 농촌의 현실은 경제상황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풍년이면 물량이 너무 많아서 제값을 받지 못해서 힘들고, 흉년이면 아무리 농산물 가격이 좋아도 물량이 적으니까 소득이 오르지 않는다. 노력한만큼 제대로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직거래장터 폐쇄로 힘들어

■ 경기 양평 정용자(버섯)
양평은 직거래 판매가 많이 되는 곳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주말이면 두물머리, 리버마켓 등으로 휴식겸 관광 오러 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직거래장터도 많이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직거래장터가 모두 폐쇄돼 직거래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버섯재배는 장마나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지만 직거래장터 판매 물량이 많기에 걱정이 많았다. 또 믿었던 학교급식 납품마저 개학이 늦춰지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며 원활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생표고버섯 유통이 꽉 막힌 상황에서 그나마 가공이 큰 힘이 됐다. 판매하고 남은 물량들을 유통기간이 긴 건표고나 가루 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한 농가 플랫폼 필요

■ 경기 화성 전미화(청년창업농업인)
지역 농산물로 반려견 사료를 가공 판매하는 메이에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둘 다 운영했지만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크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행사 등을 통해 농가와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러한 활동이 어려워 보여 온라인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성시 4-H 에서는 농산물 비대면 판매 활성화를 위한 지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농산물은 신선식품 특성상 대면적 판매가 많고 기존에는 마켓이나 유통판촉 박람회 등의 방식으로 홍보와 판매가 이뤄졌다면 시대가 비대면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비대면적으로 지역내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입점 뿐아니라 지역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농가들이 쉽게 지역에서 농산물을 홍보할 수 있는 지역 내 플랫폼이 생겼으면 한다.

 

체험객 끊기니 판매까지…

■ 강원 강릉 허은숙(감자)
강릉 강동면의 정감이체험마을 사무장으로 일했었다. 강동면의 언별1·2리와 모전1리, 상시동2리 등 4개 마을이 합쳐진 정감이체험마을은 감이 맛있기로 유명해 붙여진 이름인데 작년에 체험객이 많을 때면 하루 100명이 훌쩍 넘었다. 감으로 하는 감물 들이기 체험이나 고구마 수확이 인기가 높았다. 보양식인 능이백숙과 마을에서 농사지은 찹쌀로 만든 찰밥 등도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체험객이 뚝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마을에서 재배한 농작물도 판로가 막혀버렸다. 체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졌는데 그게 완전 없어져 버렸다. 강릉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지만 아무래도 관광도시이다 보니 지역경제가 완전 얼어붙은 것 같다.

 

엎친데 덮친 철원

■ 강원 철원 문민영(옥수수)
철원이 고향이다. 잠시 고향을 떠나 있다 돌아와 천연비누와 화장품, 꽃다발을 만드는 공방을 열었다. 지역에서 흔치 않았던 공간이라 그런지 출장과 체험학습 의뢰가 많았다. 일거리가 많아 신바람도 났었다. 하지만 작년 연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의뢰가 줄더니 코로나로 완전 씨가 말랐다. 한달에 1건 있거나 아예 없던 적도 있었다. 나도 힘들지만 철원은 지난 여름 물난리까지 크게 나 지역 전체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재민이 많이 발생한 대피소로 봉사활동을 갔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반나절만에 돌아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나보다 더 큰 피해를 본 이들이 주변에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회원들 얼굴 직접 보고파

■ 강원 춘천 최학지(콩)
1994년 생활개선회에 가입했고 명예기자 활동도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들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뛸 만큼 건강은 자신있어 대외활동을 많이 했었다. 특히 춘천시연합회 모든 활동을 담은 봄내생활개선회를 만들어 오랫동안 관리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든 대외활동이 올스톱돼 기자활동은 물론이고 카페도 멈춰버렸다. 피곤해도 행사 당일 올리던 게 습관이었는데 그걸 못하게 되니 좀이 쑤신다. 내 삶의 활력소이던 기자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어서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올해 들어 얼굴 한번 보지 못한 회원들과 직접 만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올라간 인건비, 앞으로가 더 걱정

■ 강원 횡성 임현자(인삼)
IMF 때문에 남편 고향인 횡성으로 내려온 지 20년이 넘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적응하는 일이 어려웠다. 실패도 많았다. 지금은 안정돼 단호박, 고추, 인삼, 더덕, 브로콜리, 벼농사, 애호박 등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내 힘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사람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은 사람대로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는 굉장히 많이 올랐다. 남자는 2만~3만 원, 여자도 1만 원 정도 올랐다. 그래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용역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데 거기도 힘들다고 한다. 사람을 많이 쓸땐 20명 넘게 쓰는데 2만 원만 쳐도 그게 얼만가. 올라간 인건비는 내려가지 않아서 내년이 더 걱정이다.
앞으론 사람 쓰는 농사 대신 가족끼리 할 수 있는 농사를 찾아야 한다고 주위에서 다들 말한다. 여튼 코로나 때문에 인건비에 자재비도 올라 걱정투성이다.

 

다문화가정 도움으로 담배농사

■ 충북 보은 김영옥(담배)
담배농사를 짓고 있다.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원활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가 보다. 마침 동네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님들이 방문해 그들의 도움으로 담배농사를 잘 마무리 할 수가 있었다. 생활개선회 교육을 받으며 평소 안면이 있었던 다문화 가정의 도움을 이렇게 받게 될 줄이야…
힘든 담배농사였지만 엄마와 딸이 서로 웃으며 힘을 주는 모습을 보고 생각하는 바가 많았었고 나도 경제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부상조의 시간이 됐다.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돼 우리도 온 가족이 그들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땅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 충북 제천 함희자(복숭아)
복숭아와 고추, 벼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나마 고추는 수확을 좀 했는데 복숭아는 추석을 앞두고 폭풍에 과실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확량이 작년대비 현저히 줄었다. 우리집 복숭아가 맛이 있어서 주문을 예약하고 있는 단골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상품성이 떨어지지만 간신히 건진 복숭아를 큰 박스에 포장해서 맛이라도 보라고 지인들에게 3만 원씩만 받고 건네 그나마 서로 위안을 받았다.
그래도 주변에 폭우와 태풍에 창고가 떠내려가고 재산상에 피해를 많이 입은 이웃에 비해 그나마 내 경우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땅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농사는 내년에 잘 지으면 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도 못 받아

■ 충북 음성 유구분(멜론)
멜론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 여름 일조량이 현저히 부족해서 과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습한 기운에 이파리만 크고 멜론은 성장을 급격히 멈춰 버렸다. 습기에 균이 번식할까봐 약도 주고 과를 크게 하기 위해 영양제도 줘 봤지만 약으로는 한계가 있다. 약을 많이 주면 면역력이 떨어져 오히려 다른 병충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농작물 재해 보험도 시설물 침수 등 큰 피해에만 보상이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수확량이 줄고 과실이 작아지는 피해에는 보상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나 농사꾼이 하늘만 탓하고 있을 수 만은 없어 아침저녁으로 하우스를 들여다 보며 정성을 다하고 멜론 수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체험객 발길 끊겨 근심

■ 충북 청주 김미숙(블루베리 체험농장)
블루베리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블루베리 작황이 좋았고 코로나19가 기세를 부리지 않았을 때만 해도 체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남편과 반 농담으로 ‘우리 이러다 재벌 되는 것 아냐’라고 우스개 소리를 했었는데 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체험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블루베리 체험에 좋은 시기를 코로나로 놓쳐 버려 아쉽기는 하지만 블루베리청이나 블루베리 잼, 피자 등 다양한 블루베리 관련 요리를 연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조용히 요리하는 시간도 좋긴 하지만 그러나 관람객들로 농장이 북적이고 체험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더 그립다.

 

장마가 앗아간 오이하우스

■ 충남 천안 이영복(오이)
이번 장마로 물이 하우스 꼭대기까지 찼다. 인근 하천이 터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여름오이 수확도 못했고 가을오이 심으려 사놓았던 모 600만 원 어치도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3년 전에도 수해로 힘들었지만 작년, 올해 오이값이 좋아 힘이 좀 났었는데 또 이렇게 폭우에 모든 게 쓸려나가니 망연자실 할 뿐이다.
올 여름 정말 비가 지긋지긋했다. 수해복구에 집기를 정리한다기 보다 다 버리는 상황에서 내년에 또 오이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방에 모든 게 날아가 버리니 지금은 의욕이 상실된 상태다. 농사라는게 이렇게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발목을 잡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우울한 요즘이다.

 

밤농사에 몰두

■ 충남 공주 최정희(밤)
아침부터 오후까지 지금은 한창 밤 따기에 열중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다들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보니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일만하 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넓은 밤나무 농원 사이를 누비며 혼자 일하다 보면 예전에는 무료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런 생활에 감사하게 된다.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스크 없이 신선한 공기 마시며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생활에 감사하게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지는 구나한다. 다행히 밤농사는 올해 폭풍이나 긴 장마에 별 피해가 없었다. 가을에 잘 영근 밤을 주우며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야생화 카페서  힐링을…

■ 충남 천안 김선애(치유카페)
야생화가 좋아 시골에 살며 야생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농촌에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예전보다 가족단위로 놀러와 동산에 핀 야생화를 보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복잡한 도심보다는 넓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한 장소이다 보니 마음 편히 찾게 되나보다.
코로나19로 번잡한 모임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소소하게 가족이 만나 정담을 나누며 다시 한 번 잊었던 가족애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농촌의 여유로움이 주는 힐링의 시간에 감사하게 된다.

 

썰렁한 장터에 마음도 휑

■ 충남 천안 노선자(복합영농)
코로나19 전에는 오전에 논밭에서 일하고 마을회관에 모여서 점심먹고 낮잠자고 동양화 공부(?)도 했었는데 모이지 말라고 하니 각자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데 심심하다. 평소 큰 시장 사우나에 가면 차세울 곳이 없었는데 코로나로 주차장이 텅텅비고 냉기만 가득하다.
읍내 미용실도 순서를 정해서 1명씩 커트를 하거나 퍼머도 한사람씩 시간을 정해놓고 기다렸다 퍼머를 말고 풀고를 한다. 시골장날 배추모 사러 나가봤더니 시장골목도 썰렁하고 문닫은 점포도 많다. 버스안 좌석도 나란히 둘씩 앉아서 갔는데 요즘은 거리 두기 때문에 한사람씩 앉아서 간다. 그저 하루가 길고 따분하다. 

 

일손구하기 어려워 과수원 임대

■ 충남 아산 최화자(배)
7500평의 배 과수원을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힘든 때는 없었던 것 같다. 태풍과 긴 장마의 피해로 작황이 좋지 못한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몸이 안 좋은 바람에 혼자 배 과수원을 운영해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올해는 인근 이웃에게 과수원을 임대줬다.
지금은 수확철을 맞아 이곳저곳의 과수원을 다니며 일을 도와주고 임금을 받고 있다. 과수원 작업 할때도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배 포장작업을 해야 해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남편이 건강도 되찾고 코로나 19가 빨리 끝나 외국인 노동자 수급이 원활해져서 예전처럼 과수원에서 부부가 함께 땀을 흘리는 게 소원이다.

 

오도가도 못하는 친정엄마

■ 전북 익산 이유나(수박)
나는 전북 익산에서 수박과 멜론 농사를 짓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했을 텐데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가 혼자 많은 일을 감당해야 했다. 여럿이 일을 함께 일해야 덜 힘든데 일손이 부족해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많이 도움을 주었다. 퇴근 후에도 함께 농사일을 하며 힘들어 하는 남편을 보니 속이 상했다.
또한 나는 육아와 농사일을 병행하고 있어 친정엄마가 베트남에서 와 육아와 일을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19로 비행기 운항이 줄면서 친정엄마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데 불편함이 매우 많았다. 보통 3개월 간격으로 육아를 돕고 다시 베트남에 돌아가고 했는데 비행기가 뜨지 못해 4~5개월까지 머물러 있어야 했던 것이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 엄마가 오도가는데 불편함이 줄었으면 좋겠다. 

 

농산물 화장품 수출길 막혀

■ 전북 남원 정정은(깨)
전북 남원에서 깨농사를 지어 들기름·참기름 등을 온라인 매장 등을 통해 판매중이다. 청정지역인 지리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몰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농가공식품 판매에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리산처럼은 농가공식품 외에도 참깨마스크팩, 참깨 오일로션 등을 판매중이다. 2016년 출시해 판매해온 참깨 화장품은 올해 첫 수출을 시도하려 했다. 이전에 수년 동안 외국의 화장품 박람회를 다니고 유럽화장품 인증인 cpnp 등 2년간 다양한 국가 인증을 받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아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 코로나19 이후에 우리가 잘 살수 있는 대안들을 생각하며 다 같이 잘 견뎌 나갔으면 한다.

 

수확량 적어 가공식품 생산 차질

■ 전북 부안 김슬지(팥)
나는 지역의 팥으로 우리밀 찐빵을 만들어 판매한다. 내가 농사를 직접 짓고 있기도 하지만 판매되는 물량이 많다보니 많은 양의 팥을 지역에서 수매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태풍과 장마로 원물 수확량이 적다보니 그 가격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자칫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올까봐 두렵다. 청년농업인 중에는 1차농업과 2차 농업을 함께 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 2차 가공하는 청년농업인들을 보면 현재 다들 어떻게 원물을 매수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
또한 내가 운영하는 빵집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등 사람이 붐비다 보니 지자체에서 방역을 요구하고 있다. 나 또한 지역주민과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철저하게 방역을 실시하고 싶지만 방역용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소독장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격 좋아도 수확할 게 없네

■ 전북 장수 김광순(토마토)
며칠 전 마을에 벌초하러 외지 사람이 다녀갔는데, 그 사람이 코로나확진자라고 해서 온 마을이 조심스럽다. 다행히 외지인 부모는 음성이 나와서 격리 중이다. 뭐든 사람이 왕래하고 교류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꽉 막혀있어서 모든 게 힘들다. 토마토 농사는 꽃 수정기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수정이 잘 안됐다. 다행히 코로나19 덕분인지 토마토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가격은 좋다. 거의 평년의 2배 정도로 10kg 한 상자에 경매가가 8만3000원이 나왔다. 
하지만 가격이 좋아도 헛일이다. 토마토를 딸 게 없기 때문이다. 80상자 따던 게 30상자로 거의 1/3로 줄었다. 수확은 적으나 가격은 오르고 일도 적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모두 힘들고 어렵다는 이때, 토마토 농사는 가격은 좋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같이 공판장에 내는 농가는 타격이 덜하지만 직거래 하는 농가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위로의 말 건네고 싶어도…

■ 전북 무주 강신정(복합영농)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왔어도 풍성해야 할 농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태풍피해로 수확량이 적고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소비가 줄어 농산물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나는 콩, 벼,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장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판로가 재래시장이나 마트이다 보니 올해 매출이 많이 저조했다. 또한 추석시즌이 되면 선물용으로 매출이 상승하는데 올해 추석에는 소비심리자체가 위축이 돼서인지 선물용 장류 또한 판매율이 저조한 실정이다.
가공뿐 아니라 1차농업의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무주는 올해 태풍뿐 아니라 기상이변으로 우박피해가 심해 주변 농가들의 수확량 자체가 매우 적다. 이렇게 우울한 시기에 생활개선회원들과 소통하며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지만 모일 수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회원들 모이지 못해 아쉬워

전북 임실 성문자(복숭아)
나는 우리 마을 부녀회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문을 닫아 동네 어르신들이 갈 데가 없어지니 마을 급식 등 애로사항이 참 많고 외롭게 지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정부가 방역대책 중 하나로 추석 귀성길 자제를 권고하면서 일년에 두 번 농촌에 사람이 많아지는 명절에도 마을이 한산한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 나 또한 추석에 가족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고 남편과 함께 보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활개선회활동 또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임실군 생활개선회는 매년 임실군 옥정호 드라이브코스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는데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회원간 모이지 않고 각자 차로 이동하며 제초작업을 진행했다. 힘든 작업을 마치고 모여서 밥을 먹고 피로를 풀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이마저 못하니 회장으로써 회원들에게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다.

 

코로나로 음식 주문 올스톱

■ 전북 순창 김미옥(복합농)
음식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 가끔씩 지인들의 폐백음식과 제사음식을 해주다가 어쩌다 보니 부업이 돼버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올봄부터 이런 음식 주문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음력 10월인 시제를 준비하는 지금부터 음식주문 예약이 밀렸었는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다.
농사도 집중 호우가 내려 논 일부에 피해가 있었다. 요즘은 볕이 좋아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물에 잠겼던 논에서는 벼 이삭 상태가 좋지 않다. 최선을 다해 농사짓고 있지만 정말 농사는 하늘의 뜻이란 걸 실감하는 때다. 앞으로 추수 때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순창은 가을에 순창고추장 축제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올해는 온라인으로 축제를 연다고 하니 어떻게 펼쳐질 지도 몹시 궁금하다.

 

현장체감도 높은 지원정책 필요

■ 전남 나주 류정희(쌀)
나는 나주에서 쌀 농사를 짓기도 하고 지역의 쌀을 수매해 나주쌀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에 설립해 매출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성장기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익이 크게 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업체는 이번 코로나19 지원 업체에서 배제됐다. 단순히 매출이 지난해보다 높다는 이유다.
아직 신생기업이라 인력과 시설확대 등 해나가야 할 것이 많은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성장에 차질을 빚고 있음에도 단순히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불만이다. 특히 올해는 태풍피해도 심각해 쌀 수확량이 많이 떨어져 수매를 어떻게 조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정부가 현장 체감도가 높은 지원책을 펼쳐줬으면 하는게 청년창업농업인으로서의 바람이다. 

 

하루빨리 회원들과 만나고 싶어

■ 전남 장성 이현숙(복합영농)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내가 가장힘들었던 것은 생활개선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회장을 지내고 올해는 더 잘해보자는 각오를 다졌는데 그 계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아 힘이 빠지고 속상했다. 장성군은 그동안 지역사회 곳곳에서 생활개선회원들의 역할이 커 왔던지라 올해 우리 군생활개선회의 부재가 여실히 느껴진다. 또한 회원간에 함께 교육받고 봉사하면서 여성농업인의 고충을 터 놓기도 했는데 모이질 못하니 소통할 이도 없어서 그렇지 않아도 외로운 농촌이 더욱 외로워지는 올해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지역 활동도 없다 보니 오히려 농사일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고추같은 경우도 가격이 좋았고 사람들이 많이들 집에 있어서인지 방울토마토 또한 수요가 많았다.

 

코로나19 지원에도 배제되는 농민

■ 전남 해남 채미숙(작두콩)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이 많이 이뤄졌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농사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블로그 홍보, 온라인몰 입점 등을 통해 온라인 판로를 개척해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판장에 납품하거나 계약재배를 하는 등 1차에 집중하는 농가가 물건이 나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지자체 차원의 농산물 소비촉진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억울한 것은 농민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데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 농가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러한 국가재난상황에서 농민들은 또 배제된다며 한탄한다.

 

확진자 적어 그나마 다행

■ 경북 김천 김경자(자두)
내가 사는 마을은 양각자두마을이다. 자두로 유명한 김천에서도 우리 마을자두를 알아준다. 그만큼 우리들 피땀이 있어 이렇게 유명해진 것이다. 하지만 계속된 비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거의 3분의 2이상 낙과피해를 봤다. 가격은 그대론데 수확량이 줄었으니 소득이 당연히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가족들의 힘을 빌었다. 그래도 가족 덕분에 큰 고비는 넘길 수 있었다. 경북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왔지만 김천은 20명 조금 넘게 나왔다. 그것도 외지 사람이 대부분이라 그래도 김천사람들은 다행이라고 말들 한다. 근처 시군은 환자가 넘쳐나는데 그나마 적게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 환자가 많은 지역은 농산물에도 영향을 끼쳐 더 안 팔린다고 하는데 김천은 그렇질 않아 다행이다. 

 

농작물까지 코로나 번졌나…

■ 경북 상주 한승자(감)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금방 끝이 난다며 정부에서 지시한 예방수칙과 마스크를 생활화했지만 시간이 너무 길어져 불안하다. 사람 만나는 게 모두 중단되면서 사람이 그립고 소통이 둔해졌다. 사람은 예방수칙을 따르면 비켜가겠지만 농작물까지 코로나가 번졌다. 농민들이 그래서 우울하다. 잠잠하던 벼 도열병이 몇십년만에 발생해 온 들판이 상처를 입었고 태풍과 폭우 이중고에 빠졌다. 떨어진 과일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려온다. 
자연재해는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다. 농작물은 사람 손만 믿고 성장하는 착한 열매들이기에 미안한 마음뿐이다. 코로나로 인해 아프고 쓰라리고 상처투성이 속에서 위기를 헤쳐났으니 아픈 만큼 튼튼해지는 굳은 마음으로 극복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웃음 넘치는 좋았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 게 아닌가. 조금만 참아보자.

 

관광산업 종사자 타격 커

■ 경남 남해 김막순(시금치)
남해는 처음에 확진자가 초기에 나왔지만 아무래도 관광지이다 보니 주로 거쳐가거나 들렸다가 감염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남해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해수욕장이 특히 많은데 펜션이나 음식점에 종사하는 회원도 꽤 된다. 여름 성수기 때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돼 관광객들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그것도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갑자기 많이 나와 뚝 끊겨버렸다. 한철 장사인데 매출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전해 들었다. 마트는 괜찮겠지만 남해도 재래시장 손님이 많이 줄어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다. 이런 때는 작고 힘없는 사람들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코로나가 빨리 없어져 다시 남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한적한 시골이라 더 고요해

■ 경남 합천 김남숙(복합영농)
한적한 시골이 요즘따라 더욱 고요하다. 고령의 노인들이 많다보니 도심에서 자녀들이 찾아와 북적거리면 괜스레 이웃의 눈치를 보게 되는 요즘이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한지공예 강의도 듣고 이웃을 만나 수다를 떨고 했는데 이젠 그런 일상이 그립기만 하다.
우리집은 지대가 높은 편이어서 이번 장마에 피해는 덜했다. 밑 동네 지인들의 집이 물에 잠겨 큰 장마피해를 입었었다. 이불빨래 등 큰 빨래는 빨래방에서 했지만 소소한 생활빨래는 우리집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세탁을 했다. 아직 농촌은 이웃의 불행에 도움을 주고 서로 위로하는 인심이 살아있다.

 

택배 주문이 되레 늘었어요

■ 제주 강미회(감귤, 키위 등)
2000년대 초반 감귤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상인에 의한 계약재배를 시도했으나, 계약재배는 제대로 가격을 받을 수 없고 믿을 수가 없어서, 힘들지만 꾸준히 직거래를 해왔다. 덕분에 20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 할 때 우리 비자림농원은 오히려 그간 직거래를 위주로 단골고객을 확보한 덕을 보고 있다. 택배 물량이 작년보다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판매 수량이야 같지만 감귤주스 같은 경우 1월에 생산에 12월까지 가야 판매를 마쳤는데, 올해는 벌써 7월에 모든 수량이 동이 났을 정도다. 
또 올해는 늦은 추석 탓에 레드키위가 출하되고 있어 추석선물로 택배 주문이 많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로 인해 예전같이 체험객이 농장을 직접 방문할 수 없기에 팜파티 등의 체험행사를 할 수 없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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