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57)

# 요즘 나훈아라는 수퍼스타의 신곡 <테스 형!>이 대유행이다. 신드롬(syndrome, 병적 증후군)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반복되는 트로트 멜로디(전작 <공>을 연상시키는)가 오히려 정감을 주고, 옛이야기를 풀어나가듯 하는 화자의 넋두리 같은 가사가 오히려 세상에서 상처받은 가슴들을 다독다독 따뜻하게 위로하며 감싸안는 듯하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아! 테스 형 / 세상이 왜 이래 /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 모르겠소 테스 형 / …(중략)… / 먼저 가본 저 세상 어떤가요 테스 형 /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 형 / 아! 테스 형~”

나훈아. 그는 남들이 ‘잠적했다’던 그 11년 동안 무대를 떠나 세상을 떠돌며, 아주 힘들고 아플 때면 찾아갔던 아버지 산소에서 쓴 글이라고 했다. 아버지 산소, 천국 같은 단어가 노랫말로는 너무 무거워 세상 누구나가 다 아는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에 빗대어 풀어본 노래라고 했다.

#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470~기원전399)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너 자신을 알라!”며 실천적 지식을 설파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그의 본래 직업은 무역상·석공 이어서 형편이 그리 궁색하지 않았다. 젊은 아내(세계 3대 악처의 한사람으로 소문난 크산티페)와 아들 둘이 있는 어엿한 가장이었다.

그럼에도 밤낮 밖으로만 떠돌아 아내의 구박이 심했다. 어느 때는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의 머리 위에 요강의 오줌을 쏟아붓기도 했다. 그러면 소크라테스는, “천둥이 치면 비가 오리니…” 했다.
결국 그는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풍기문란죄”로 아테네 정부로부터 고소 당해 ‘자신의 사상 포기와 독배’ 중 택일 하는 형벌 중 독배를 택해 독미나리의 독이 든 잔을 마시고 71세에 세상을 떴다. 이때 그는 “출발시간이 왔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희는 살고… 어느 길이 더 나을까? 하나님만 아시리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 가요황제라는 뜻의 ‘가황(歌皇)’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일흔 넷의 진정한 프로 가객 나훈아가 공연 중간에 입을 열었다.
소크라테스처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내려올 자리와 시간을 찾고 있다. 그래서 언제 내려와야 할지, 마이크를 놔야 할 지 그 시간을 보고 있다. 그 시간이 길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열심히 노래 하겠다.”며 입술에 힘을 줬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세월의 목을 비틀어서 끌고 가겠다”며 마이크를 다잡았다. 그 덕분에 그의 말대로 “우리는 요즘 별꼴을 다 보고 산다. 아! 테스 형…”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