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4주년 기념 특별지상토론 - 여성농업인정책에 대한 현장목소리

농림축산식품부의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2016~2020)이 올해로 만료되고 내년에 새롭게 제5차 여성농업인육성기본계획이 시행된다. 그렇다면 지난 5년간 추진된 제4차 기본계획에 대해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리고 제5차 기본계획에 어떤 정책과 사업이 담기길 희망할까? 본지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여성농업인 대표단체인 생활개선회 도․특광역시 회장들로부터 여성농업인정책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경남·부산·울산>

귀농 늘어나려면 의료서비스부터…

길 여
한국생활개선경상남도연합회장

오늘날 농업은 세분화되고 섬세해지면서 여성의 활동이 더욱 중요한 가치를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농촌인구의 감소와 여성노동인구 비중이 커지면서 농업에 새로운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농촌이 고령화·여성화되면서 여성의 역할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귀농·귀촌 여성농업인이나 결혼이민여성 등 다양한 농촌여성주체를 양성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농촌여성주체 양성을 위한 방안으로, 먼저 귀농·귀촌 및 결혼이민 여성농업인이 지역공동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여성농업인 단체의 가입과 활동이 필요하다. 여성농업인단체 회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좀 더 편하고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농촌여성 갈등을 해소함은 물론 새로운 인력 투입으로 인한 단체 및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다음으로 귀농·귀촌 및 결혼이민 여성농업인을 전문농촌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기초영농교육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차별화 전문화된 교육과정을 개발 확대해 일회성이 아닌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통해 전문화된 귀농·귀촌 및 결혼이민 여성농업인의 양성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 여성농업인을 위한 공동일감 창출 및 노동절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별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적합한 공동일감을 개발해 노후 빈곤을 해결함은 물론 지역사회 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노동절감을 지원하는 농작업 장비 및 도구 이용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신체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농업인의 건강권이다. 2018년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농촌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건강건진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또한 비용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여성농업인에게 검간검진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농업현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여성농업인이 흔히 겪는 관절계통과 호흡기계통 질환은 일반여성보다 모두 높고, 의료비 지출도 그래서 많다. 소득은 도시보다 턱없이 부족한데 치료할 곳은 마땅치 않으면서 의료비는 더 드니 어떤 여성들이 농촌에 들어와 살고 싶다고 하겠는가. 의료서비스가 충실히 돼 있지 않으면 여러 가지 이유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귀농여성 정착에 생활개선회 역할 커

성 만 년
한국생활개선부산광역시연합회장

제4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은 실질적 양성평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구현을 비전으로 5개 부문으로 추진됐다. 그 중 부산은 2020년도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의 마지막 과제인 ‘다양한 농촌여성 주체 양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현재 농촌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농업기술 수준도 높아졌고, 농업 환경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맞춰 농촌 여성도 다양해지고 있다. 청년농업인 여성, 귀농·귀촌인 여성, 다문화여성(결혼이민여성) 그리고 기존 토착 여성농업인 바로 지금 생활개선회원이다. 다양한 농촌여성 주체를 양성하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 생활개선회원의 역할과 비중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생각된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 꾸준히 국제결혼이 이어지면서 한국사회는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회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조사자료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은 38만 6977가구로 나타났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주의 여성화’는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쳐 다문화 가정은 대부분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지역에는 더욱 많은 여성들이 결혼이주해 한 가정의 아내이자 2세를 출산하고 한국인 남편과 함께 아동을 양육해야하는 모성의 역할도 수행해야 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결혼이민여성의 교육과 정부의 다문화가정의 지원사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규 진입 여성농업인의 생활개선회 유치와 생활개선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한 농촌여성 갈등을 해소시키고, 재능 발휘 기회를 부여해 지역사회 활성화를 유도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여성농업인 현장 밀착형 상담과 교육 등을 위한 코디네이터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

다문화여성(결혼이민여성)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 농촌환경과 한국문화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기초농업교육과 수준별 일대일 맞춤형 코칭교육을 통해 주기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고, 아울러 귀농·귀촌 교육에도 참여를 시켜 한국문화의 이해, 가족과 지역 간 원만한 소통을 통한 안정적 농촌정착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위와 같은 것들은 우리 힘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농식품부 등과 같은 유관기관과 우리 생활개선회의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문화가 농촌의 현실이고 미래다

최 미 영
한국생활개선울산광역시연합회장

베트남계 부모를 둔 다문화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경북(45%)- 경남(42%)- 울산(38%)순서로 이러한 통계 결과는 우리 지역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잘 반영하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울산 지역사회에서도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농업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에선 매년 '다문화여성대학'과정을 개설해 약 10회에 걸쳐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비롯한 농업교육, 식문화 이해 및 전통문화 체험 등 안정적인 한국생활 정착에 필요한 실습 위주의 수업과 가족화합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 가정의 따뜻한 연말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사랑나눔 김장행사를 가졌다. 결혼이민여성과 함께하는 사랑나눔 김장행사는 10년째 계속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매년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관내 경로당, 다문화가정, 관내 불우이웃 및 취약계층 가정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 여성농업인 관련 지원 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다문화 여성농업인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도와주는 좋은 정책이 여러 개 있지만, 홍보가 부족한 까닭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홍보와 정보를 공유해 다문화 여성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지역 지자체에서 집중적으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는 이러한 이주여성농업인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즉, 무조건적인 한국화 교육이 아니라 이주여성농업인 나아가 다문화 자녀들이 가진 특성과 장점을 개발하고, 이에 바탕을 두는 농촌지역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미디어 프로그램을 통한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방송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이주민의 애환이나 고통을 전달하지만 TV의 특성상 극적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흥미 위주가 되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로 묘사될 뿐 일상으로서 다문화, 현실로서 다문화, 우리의 미래로서 다문화를 올바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민들이 인식하는 다문화의 실태를 조사하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농촌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형성하기 위한 교육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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