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국민생존권을 담보하는
식량안보 중요성이 절실하다.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초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할 때다.

농업․농촌의 주체인
농업인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각종 고통과 대면할 때
농업인을 일으켜 세우는 건
희망뿐이기 때문이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파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주변에 찬 기운이 쟁쟁하게 남아 우릴 괴롭힌다. 극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의 처지를 타개할 방안이 시급하다. 코로나19와 잦은 태풍피해, 기록적인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겹친 농업인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식량위기를 경고하는 징후도 보인다.
유례없는 격변의 시대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농식품 공급체계와 유통방식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로 농산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있다. 자국민의 식탁을 지키기 위해 수출중단 선언이 줄을 이었다. 세계화에 의존해온 곡물자급률 유지도 어려워지고 시장은 좁아진다. 밀과 사료 수입이 막히면 축산업 영위도 어려워 육류 생산도 줄어든다.

우리 농업·농촌은 전방위 위기다. 땜질 방식 대책이 아니라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안정망이 강화돼야 한다. 농업부문도 언택트(untact) 기류에 맞춰 무인화·디지털화에 기반을 둔 비대면 농산물 판매방식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으로 농업·농촌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농산물 생산자로서 ‘소비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다. 농산물 판매도 이미 모바일·온라인 이용환경이 상당부분 일상화됐다.  
코로나 확산으로 학교마다 등교수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학교급식 농가들의 피해가 크다. 판로를 잃은 과수와 채소류 등 친환경재배 농가는 막막하다. 정부가 예산지원을 확정해야 지자체와 학교를 통해 농가와 농산물꾸러미를 공급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진 못지않게 농업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나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종전과는 다른 농업환경이다. 이에 맞춰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코로나가 농업인에게 던진 숙제다. 친환경 스마트팜을 세워 유통단계를 대폭 줄여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바로 배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농업은 그린뉴딜의 핵심분야다.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뉴딜정책에 당연히 농업혁신을 위해서도 반영돼야 한다. 땀 흘리며 정직하게 사람들의 밥상을 차려주는 게 농업인이 아닌가.

최대 명절인 추석이 열흘로 다가왔다. 올 추석은 농업인들에게는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명절이 될 듯하다. 코로나로 고향방문과 성묘자제 분위기로 명절특수 소멸과 소비부진이 우려된다. 집중호우·태풍 등 잇따른 자연재해 속에 농업인은 타격이 컸다. 추석기간 침체된 농축산물 착한소비를 확대시켜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하거나 비대면 직거래를 통해 전경련 등 기업에서 ‘우리 농산물로 추석 선물보내기’ 착한소비캠페인으로 농업인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19의 종식시기가 불확실하다. 식량안보가 국제적 이슈다. 곡물자급률이 세계 최하위국이 아닌가. 더 이상 시장개방론과 농업경시는 안 된다. 그린뉴딜에도 농업부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국민생존권을 담보하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기초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할 때다. 이러한 절대가치를 국민 모두가 절실히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 농업인도 나약해지지 말고 ‘한 번 더’라는 생각으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주체인 농업인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각종 고통과 대면할 때 농업인을 일으켜 세우는 건 희망뿐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힘든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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