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지역특화연구소를 가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

2018년 국회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했다. 이 법률은 지역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유망한 지역특화작목 개발과 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농업의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삼고자 한다. 농촌진흥청도 지역특화연구소 지원예산을 각각 최대 20억 원까지 늘리고 추가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농업 R&D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지역특화연구소를 다룬다.

▲ 김범기 지도사가 스마트팜 관련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전국 최초 노지과수 스마트팜 프로그램 개발
소득 올리고 노동력 감소…2025년 200농가로 확대

노지과수도 가능한 스마트팜
스마트팜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환경정보를 입력하고 원격으로 시설을 제어하던 1세대에 이어 실시간으로 생장정보를 관측하고 최적의 조건을 관리하는 2세대 모델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우스시설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스마트팜이 노지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발전이 이뤄졌다. 바로 화성시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이하 사업소)에서 말이다.

화성시는 포도생산이 경기도 1위, 전국 6위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화성시 서쪽 일대인 송산·마도·서신면 등에 많이 분포돼 있는 포도농가의 생산규모는 연간 20만2000톤이고, 금액으로 치면 약 500억 원대다.

사업소 김범기 지도사는 “2015년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으로 시작해 전국 최초로 노지과수 스마트팜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농가는 지난해 66곳에 이른다”며 “농가는 계속 고령화돼 가고, 기상이변은 늘어만 가는데다 소득도 불안정해 스마트팜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이었다”고 말했다.

초기엔 스마트팜 업체에 의존해 데이터를 제공받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도산해 몽땅 데이터가 날아가거나 필요할 때 정보를 얻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사업소에서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 접근이 용이해졌고, 이는 경기도 통합서버에도 전달돼 경기도농업기술원도 접근할 수 있게 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관행농업의 한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지도사는 “오래 농사를 지었던 베테랑 농가들도 관수량이 들쑥날쑥했다”며 “관수 주기가 짧을수록 포도품질이 올라가는데 체계적으로 물을 제때 알맞게 주는 것만으로 당도가 올라가고 착색이 골고루 이뤄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 포도명품화사업소의 최신 ICT 종합정보시스템

가성비 좋은 스마트팜
사업소의 또다른 성과는 그야말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스마트팜을 500만 원대로 낮춰 대중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그게 가능했던 건 쓰던 스마트폰을 활용함으로써 카메라 구입과 통신비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마트 포도 재배 토압 관제 시스템’ 어플을 통해 농업인들은 농장의 환경정보와 원격제어에 그치질 않고, 포도 선별정보와 지금 시세, 유통량 등을 즉각 알 수 있다. 있는 곳에서 휴대폰 하나만으로 모든 정보를 꿰뚤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범기 지도사는 “2018년엔 스마트 영농 지원체계 구축사업을 통해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화성의 기상을 예측해 발생할 수 있는 병해충과 위험한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농업인들이 미리 알고 사전에 대비케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소의 스마트팜을 통한 성과는 확실하다. 당도와 수확량이 올라갔고, 원격제어 덕분에 노동력은 줄었음에도 소득은 약 15% 상승했다. 농번기면 하루만 마음을 놓아도 1년 농사를 망치는 게 다반사인 현실에서 농업인들의 워라밸도 스마트팜 프로그램이 있어 가능했다고 농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 사업소는 2025년까지 200농가까지 늘리고, 문자로 위험 예측정보를 농가에게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상용화도 추진한다. 농사 성패의 관건인 적시에 적정량의 수분 공급부터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기상정보를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되도록 하는 게 사업소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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