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코로나19로 가속화될 농업‧농촌 미래상 제시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4~15일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 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가 지구촌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요즘, 농업과 농촌에게 미증유의 위기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위기요인이라고만 단정할 순 없다. 고령화와 인구유출이 차츰 많아지고 있는 농촌에 코로나19로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기대되고, 대두되는 식량안보에서 농업과 우리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각성하는 계기가 된 점은 분명 기회요인이다.

결국 이런 변화를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도할 수만 있다면 농업과 농촌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단 전문가의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 주최로 열린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 토론회’에서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기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스마트농업으로 일자리 늘고 전후방 산업 확대 가능
온라인 거래소, 시장주도로 가되 공적 관리기구 도입 주장
취약계층 먹거리 보장 위해 현물‧가격‧현물 등으로 다양화 필요
푸드플랜, 정부주도에서 지자체와 시민 주도로 지역성 살려나가야

■스마트농업은 농업 어려움 해결할 열쇠
농경연 김연중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농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농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농지 감소, 식량안보, 도농 소득격차, 기후변화 등의 어려움은 스마트농업 범위 확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데이터와 센서를 활용해 농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면 데이터‧지능형 농업으로 진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농업이 가장 많이 구현되고 있는 시설원예를 예로 들면 각종 센서로 수집된 빅데이터를 토대로 자동으로 제어함으로써 생산량은 늘고, 생산비는 절감하며, 소득도 늘어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김 위원이 예측하는 미래농업은 크게 ▲생산성 향상 ▲신가치 창출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 농업 ▲농업 범위 확대 등이다. 그중 신가치창출은 농산물 화상거래 시스템으로 전환, 건강과 식품을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개인맞춤 농식품 소비 확대, 이력제 등이다.

김 위원은 “시설원예에 집중된 스마트팜을 농업 전분야로 스마트농업을 확산시키고, 농업인과 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생산‧유통‧소비의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농업 전문 빅데이터 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빅데이터로 출하량을 조절하고, 소비자 식생활이 고려된 개인 맞춤형 주문시스템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중간 단계 없이 생산자와 소비지를 연계하는 것도 과제”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같은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데이터 기반 농업이 성장해 청년의 일자리는 늘어나고, 우리 농업의 글로벌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유통, 온라인으로 혁신
농산물 유통의 변화도 눈여겨볼 분야다. 김성우 연구위원은 “온라인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B2C와 생산자와 최종 수요처가 거래하는 B2B가 늘어나고, 농가 개별 온라인 판매도 늘 것”이라며 “협동조합은 전문유통농업법인에 판매를 일임하고 생산에 전념할 것이며, 비현물과 비대면 거래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온라인 거래소가 등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오프라인 거래보다 분쟁소지가 커 이를 조정하는 공적 관리기구 가칭 ‘온라인거래 관리사무국’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관리사무국은 거래 기본규칙 제정, 분쟁조정, 거래방식 연구개발, 물류시스템의 지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주장이다. 또한 농식품유통연구원 김동환 원장은 “현행 온라인 거래소는 정부주도로 추진돼 이익을 창출할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시급하다”며 “가장 취약한 품질 균일성 확보를 위해 신뢰성을 갖춘 출하자 육성, 농산물 표준출하 등급과 규격을 온라인에 적합하게 세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영도매시장을 온-오프라인 물류기지로 전환하되 데이터 기반으로 비현물‧비대면 이미지 경매로 혁신해야 한다고 김 위원은 주장했다. 이를 위해 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아야 도매가 가능한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산지유통 혁신을 위해선 물류시설과 장비의 고도화, 농산물 운송정보와 물류정보 데이터화 등이 필요하다고 김 위원은 조언했다.

■취약계층 먹거리 보장 우선해야
코로나19로 인해 농식품 소비행태도 변화가 컸다. 농경연의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외식 기출은 가구원 1인당 1만5000원 줄어든 반면, 신선·가공식품 지출액은 각각 6500원, 3500원 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반기에 액젓, 포장김치, 마요네즈, 밀가루 등의 식재료 소비가 늘어났고, 건강기능식품과 친환경 농식품 소비 역시 늘어났다. 또한 농식품 가격에 더 민감해졌다는 응답이 51.3% 늘어났고, 수입산 농식품에 대한 우려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민 먹거리 보장을 위한 세심한 정책의 필요성도 커졌다. 김상효 부연구위원은 “개인 식품안정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도시-농촌 지역간, 소득수준간의 식품안정성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특히 노인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충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농식품 지원제도는 현재 2조 원 규모로 양적으로 너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농식품 지원예산은 113조5249억 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1조9434억 원에 불과하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예산 90% 이상을 전담하면서 현금지원이 80.5%에 달하지만 미국은 농무부가 99% 이상, 현물지원이 80%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이에 김 위원은 다양한 농식품 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농식품부가 추진중인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지원, 방과후 과일간식 지원처럼 현물지원 방식과 최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농할갑시다’의 가격할인, 긴급재난지원금의 현금지원 등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매출 증가세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식량보호주의와 공급망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반대급부로 농업과 로컬푸드에 대한 중요성도 재확인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권오엽 유통조성처장은 “aT지원 로컬푸드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1293억 원이던 것이 얼굴있는 먹거리에 대한 신뢰 상승과 근거리 중소형 매장 선호가 맞물리면서 올 상반기 1620억 원으로 증가했다”며 “aT는 지난해 로컬푸드 확산 3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 유통비중을 15%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푸드플랜 정책은 정부 주도로 단기간 내 성과를 창출하는 방식에서 지자체와 시민이 주도하고 지역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권 처장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먹거리체계 구축을 위해 국제곡물정보 전담부서 설치, 해외농업개발과 식용곡물 상시비축, 농식품 현물지원 공공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고, 체계 고도화를 위해 공공급식 통합 플랫폼, 시민주도 신규사업 발굴, 지자체 유형별 협의체 구축, 사회적 경제조직 강화가 과제”라고 말했다.

황윤재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역푸드플랜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했고, 따라서 영세‧중소농 참여 확대를 통한 지역농업 활성화, 소비자에겐 편익을 취약계층에겐 안정적인 먹거리 보장 시스템 구축과 이해관계자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지역푸드플랜은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가치 달성, 지역공동체 강화에 기여해 결국 코로나19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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