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① 한국농업, 왜 지켜야 하나…(上)

 

세계경제는 빠르게 FTA 체제로 개편, 농산물 개방 또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촌여성신문은 ‘FTA 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을 주제로 특집연재기사를 마련, 우리 농업의 생존과 활로를 탐색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기사는 조선일보가 공모한 1억원 고료 논픽션작품 수상 작가인 농촌여성신문 칼럼니스트 이완주 박사가 대표집필자가 되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 첫 연재기사는 ‘왜 농업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며 농업선진국의 사례와 FTA 대응태세를 살펴보는 기사를 싣고자 합니다.
농촌여성신문은 앞으로 이 연재기사를 정교하고 치밀하며,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중량감 있는 기사로 다듬어 나가겠습니다. 농업인 여러분이 슬기롭게 FTA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탐독을 바랍니다.  


FTA, 우리농업에 독?…약?

지난해 우리 농업은 원유가격과 사료값 폭등,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연말에 불어 닥친 미국발 경제 위기 등으로 큰 시련을 겪은 한 해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올 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 더 큰 파고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A는 농업에 독인가? 아니면 약인가? 농민 대부분은 독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알다시피, FTA 협정을 맺으면 두 나라 사이에 관세가 없어진다. 쉽게 말하자면 서로가 값싼 물건을 공급해 상대국의 소비자에게 이득을 주고 자기 나라의 이득을 챙기자는 경쟁체제이다. 한국보다 싸고 좋은 미국 물건이 들어오면 이것을 만드는 한국 기업은 망하고, 이와 반대로 미국보다 싸고 좋은 물건을 미국에 가져다 팔면 미국 기업은 망한다. 우리가 가장 약한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농산물이고, 강한 것은 자동차나 핸드폰이다.
우리 농민이 당장 이겨야 할 상대는 미국 농산물이다. 우리 농산물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다. 쌀의 경우 한국의 쌀값은 미국 현지가보다 4배나 비싸다. 생산비 중 토지 용역비를 비교하면 한국은 46%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14%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의 모든 농산물은 근본적으로 생산비가 미국은 물론 호주, 캐나다 같은 농산물 수출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자급률 100% 달성은 ‘연목구어’
우리 농촌은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아도 국제경쟁 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2007년 현재 농민의 64%가 60세 이상이다. 우리의 농경지 면적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 4천800여만 명 국민이 가지고 있는 총 농경지면적은 178만1천600ha, 한 사람 당 약 100평(0.036ha)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면적은 세계에서 농경지 면적이 가장 넓은 호주(25.6ha)의 1/711, 캐나다(2.3ha)의 1/64, 미국(1.5ha)의 1/42에 불과하다.
미국은 국민 1인당 1.5ha의 농경지에서 식량자급률 138%, 캐나다는 2.3ha에서 185%를 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자국민이 먹고도 미국은 38%, 캐나다는 85%가 남아 수출할 수 있다.


자급률 100%를 위해 미국은 1.1ha, 캐나다는 1.2ha 농경지가 필요하다.(캐나다는 미국보다 북쪽에 있어서 생산성이 다소 떨어진다) 즉 한 사람이 일년 동안 먹고 사는데 1.1~1.2ha가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의 1/30인 0.036ha에 불과하니 이것으로 자급률 100%를 달성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와 같다.
게다가 더욱 불리한 점은 우리나라 한 농가가 가지고 있는 땅은 1.48ha이며 1ha미만인 농가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농가 220ha의 1/146, 캐나다의 1/189, 호주의 1/3,085, 유럽연합(EU)의 1/14정도로서 너무 영세해 기계화에 한계가 있다.

 

 

선진농업국, 정부보조로 농가보호 
게다가 더욱 어려운 것은, 미국을 비롯한 EU, 호주 등 농업선진국 농민들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농산물이 남아서 수출하는 나라는 모두 그런 나라들이다.
미국은 자기 나라의 농업 보호를 위해 3중의 ‘농가소득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Marketing Loan), 고정직접지불제, 그리고 경기대응 소득보조(Counter-Cyclical Payment)가 그것이다.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마케팅론)해 주고, 농경지 면적에 대해 매년 일정액을 농가에 직접 지원(고정직접지불제)한다. 그래도 이 합계가 미리 정한 시장 가격보다 적으면 차액도 지원해 준다.(경기대응 소득보조)


말하자면 정부가 농민이 받아야 살 수 있는 정도의 값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장 가격이 이것에 미달하면 그 만큼 보조해 주는 제도이다. 여기에 포함된 곡물은 쌀을 포함해서 밀, 보리, 귀리, 목화, 땅콩, 옥수수, 수수, 콩, 유채 등 10가지다. 곡물이라고 하는 것은 모두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가며 농사를 짓는 셈이다.
이런 제도 밑에서 미국 정부가 2002~2006년 5년 동안 농업소득 총액의 26.9%에 해당하는 845억 달러를 농업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것은 농민이 1천원을 벌었다면 그 중에 269원은 정부가 보태준 셈이다. 쌀의 경우, 한 농가에 6만$씩을 주었는데 이 액수는 쌀 소득의 57.6%에 해당했다. 미연방정부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농민은 농촌을 떠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보조금 비율을 2004년 15.2%에서 2005년 33.2%로, 2008년에는 33.5%로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02~2005년 4년간 연평균 7천억원을 직접지불금으로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연간 농업소득 총액의 4.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직불금의 98.7%를 차지하는 쌀 보조금의 경우 보조액수는 쌀 소득의 12.4%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개방 30년…진흙쿠키 먹는 아이티
프랑스의 경우에는 지난 50년 간 농토의 1/4이 감소했다. 정부는 농산물 생산수당이라 해서 ha당 400유로(62만4천원)를 보조해 주고 있다. 프랑스의 농가 평균 경지면적은 무려 120ha나 되고 이를 농장주 혼자서 기계에 의지해서 관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을 고용할 경우 60~80ha에서 생산되는 밀을 그 사람에게 바쳐야 할 정도로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정부의 보조 없이 농민 혼자만의 힘으로는 농촌을 지켜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중을 보면 EU는 22.3%, OECD 국가 평균 15.5%, 미국 14.6%, 일본 5.4%인 반면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직접지불금이라 해서 논 ha당 20만원의 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예산이 한정돼 실제로 농가당 20만원씩 돌아가고 있다. 이 액수는 쌀 100kg 값에 해당한다. 미국과 농산물을 통한 경쟁은 바로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해서 농산물 수입을 완전 개방했을 경우, 우리의 농업은 지금까지 받았던 충격보다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동남쪽 카리브 해의 섬나라 아이티공화국의 예를 들어보자. 아이티는 기후가 좋아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나라이고 자급이 가능했다.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1981년 쌀 시장을 개방했다. 쌀 수입 5년 만에 국내 생산량보다 수입물량은 2배나 많았다.
1995년 빚을 얻어 쓴 세계은행의 압력으로 쌀의 수입관세를 35%에서 5%로 낮추었다. 그 결과 더욱 싼 수입쌀이 시중에 풀리자 수지를 맞출 수 없는 농민들은 농토를 버리고 도시로 나갔다.


이제는 서민들의 주식은 밥도 아니고 빵도 아닌 ‘진흙쿠키’가 됐다. 원료는 흙. 거기에다 물을 붓고 소금과 버터를 넣은 후 휘젓고 볕에 말리면 가공이 끝난다.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만든 호떡만한 진흙 쿠키는 1달러에 15~25개에 거래되고 있다. 곡물은 그보다 몇 배는 더 비싸다. 참다못한 수만 명이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궁 앞에서 격렬한 폭동을 일으켰다. 식량 값이 폭등하자 1주일째 항의 시위에서 6명이 넘게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을 당했다. 결국 자크에두아르 알렉시 총리가 사임했다.
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1980년대 초반 돼지콜레라가 아이티에 돌자 아이티 토종돼지를 몰살시키고 미국으로부터 콜레라 저항성 품종을 들여왔다. 수입종은 콜레라에 강했지만 토종 병에는 약했다.
수입종이 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토종을 복원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농업 포기가 불러온 국가적인 불행의 한 예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이집트, 필리핀 등 세계 33개국 이상의 나라가 식량위기와 폭동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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