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좋아한다. 치익-하고 불판에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고기를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달 폭우로 물난리가 나자 이를 피해 도망가는 소 떼의 사진을 본 이후부터다. 사진에는 물에 잠긴 축사를 뛰쳐나온 소 20여 마리가 해발 500m의 한 암자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소를 보며 울컥했다.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였는데고기덩어리 정도로 생각했던 지난날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것이 온전히 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열면 치즈가 주욱 늘어나는 돈가스 광고가 나오고 TV 채널 몇 개만 돌리다 보면 고기를 먹는 모습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누가 더 입을 크게 벌리고 누가 더 많이 먹는지 보고 감탄하는 프로그램에 잠식됐고 고기를 예찬하는 농담을 즐긴다. 마치 고기를 먹으려면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이러한 사실을 쉽게 잊지 않고 음식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 고기를 먹을 때 손수 도축을 한다고 한다. 내가 먹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것. 이것이 ‘1인 1닭’을 외치는 영양과잉시대에 고기를 줄여나갈 수 있는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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