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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우리 마을■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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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11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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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마을처럼
김치전 몇 장도,
잡채 한 접시도
서로 나누며 오가고..."

아직도 태풍이 남긴 바람이 가지 위를 흔들고 나뭇잎에 매달린 빗방울은 탱글탱글하게 맺혀 있다가 주르르 흘러 싱싱한 탄력으로 ‘퐁당’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것이 송사리떼 자맥질하듯 명랑하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마을 경로당은 출입금지다. 긴 장마가 끝나자 태풍이 연이어 왔고, 그나마 남은 곡식과 채소와 과일들이 낙과피해를 입을까 맘 졸이다 그래도 여기는 큰 피해 없이 넘어갔다.

오늘은 태풍 끝에 날이 화창하다. 노인회에서 경로당 하반기 운영비를 넣었다고 연락이 왔다. 작년에는 마을 어르신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경로당 반찬비도 쓰고, 경로당에 소용되는 것에 비용을 썼는데, 올해는 봄에 처음 모여 식사할 때도 회원 20명 중에 10명도 채 모이질 못했다. 병원에 간 분, 농사일로 바쁜 분, 집에 누워 있는 분 등 각자 사정이 있는데다가 코로나도 있었다.

노인회 운영비는 그 반기 내에 다 쓰지 못하면 연말에 반납을 해야 하므로 회원들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것으로 돌려드려야 한다. 게다가 요즘은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중이라 모일 수도 없어 운영비를 어떻게 쓰나 고민하다가 건어물(황태채)을 사서 나누기로 맘을 먹었다. 넉넉히 사서 두고 먹기도 좋고 어르신들이 다 좋아하시는 무난한 찬거리가 될 것 같았다. 마침 황태채를 세일하는 마트에서 1㎏짜리를 10개 사서 1인당 500g씩 소분해 각자 집으로 갖다드리기로 했다. 마을 어르신과 함께 툇마루에 둘러 앉아 저울에 황태채를 소분하고, 봉지마다 이름을 붙인다.

 “왜 코로나가 끝나질 않냐?” “언제 끝나?~” “기다릴 만큼 기다렸잖아~” 모두 답답해하신다. 나는 “제가 들은 얘긴데요~ 인간이 땅을 개발하면서 자연을 훼손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미생물도 다 생명인지라, 갈 곳이 없으니 그것들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로 옮겨 왔대요.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긴 거라서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또 오고, 이젠 그런 감염병과 함께 사는 세상이 돼서 옛날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하늘이 노해서 벌주는 거 아닐까?” “하나님이 노해서 벌주시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죠. 많은 생태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자연파괴가 굉장한 위기를 몰고 올 것이므로 삶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설마’ 한 것이 들이닥친 거죠. 지금이라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신을 돌아보고 멈춘 시간의 손해만큼 전체적으로 우리 삶을 바꾸는 기회가 돼야 할 텐데... 그래도 어르신, 나는 우리 마을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라 생각해요. 전원일기에 나오는 마을처럼 김치전 몇 장도, 잡채 한 접시도 서로 나누며 오가고,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 혼자 넓은 땅과 공간을 차지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또 그게 가장 부유하고 값비싼 사치인 것을, 그리고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요. 아마 앞으로 살아갈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우리 마을의 삶 같지 않을까 생각해요.”

즐거운 담소를 마치고 노인회 전원에게 북어채를 다 나눴다. 마당에 차를 대고 내리니 보랏빛 방아꽃이 고슬고슬한 바람에 흔들리는데, 박각시가 제 몸보다 긴 꺾어진 빨대를 꽂고 꿀을 빨고 있다. 남편은 어느새 카메라를 들이대며 “처음엔 새인 줄 알았어. 벌새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박각시는 수천 번 날갯짓을 하며 공중부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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