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띠해 희망여성 - 경기도 이천 한우농가 김효정씨

 


기축년 소띠해가 밝았다. 한우를 키우는 나에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뜻 깊고 남다를 것 같다. 축산업을 경영하던 남편(이영범 씨·52)과 결혼해 21년간 한우를 자식처럼 키워왔다. 그리고 4년 전 큰집으로부터 농장을 독립해 노력한 결과 소도 75두로 늘었다. 한 없이 착한 남편을 만나 철이 들고 아들 둘 낳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남편은 백사면 축산계 총무와 지난해 결성된 한우백사작목반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시장개방과 사료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의 한우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남편을 도와 소를 기르며 얼마 안 되는 논농사를 짓던 나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으로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며 삶의 활력을 찾았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지역의 리더로서의 자질과 전문능력을 키웠고, 2007년부터 이천시생활개선회장을 맡아 지역의 농촌여성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올해 다시 2년 임기의 회장을 연임하게 됐다.
소의 해, 2009년은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작년에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생명농업대학을 수료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소나무·뽕나무와 각종 산야초를 이용한 발효차 가공으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수년 전부터 옛 문헌을 뒤지며 전통음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공부도 했고, 지역 특산물인 산수유 가공품도 개발하며 사업 준비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다. 발효차를 일반 음식 조리에 접목하는 시도도 할 예정이다. 사업을 하려면 자격증도 따야 할 것 같다.
FTA 등으로 농업계가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축산농가든 일반농가든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다.


경쟁력도 좋지만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고 친환경적인 유기농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것이 농민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책임이다.
잘 하는 사람 그림자만 밟고 가도 절반은 성공한다고 그러지 않나. 아직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배우고 실천한다면 ‘성공’이란 날개가 나에게도 생겨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히 올 한해 노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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