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9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손수 가꾼 텃밭채소로 만든 자연요리를 선보이는 이정란씨가 한달에 한 번 옆집언니처럼 절기별로 자연이 무엇을 내주는지, 그 식물을 어떻게 키워 거뒀는지, 그걸로 무슨 요리를 할지 조곤조곤 일러준다

9월 식탁의 단골손님 고구마순
9월 9일 즈음은 절기상 백로(白露)로  ‘흰이슬’이라는 뜻이다. 밤 기온이 내려가 나뭇잎이나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데서 유래한다. 이 시기에는 낮에는 더워도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기운이 다르다. 8월에 씨앗을 넣은 무, 배추, 갓, 쪽파는 조금씩 모양이 잡히면서 김장밭이 되어간다. 추분이 지나고 낮이 점점 짧아지면 여름텃밭을 풍성하게 채웠던 열매채소들은 하나둘 줄어들고  고구마줄기가 상에 자주 오른다.

고구마는 길게 땅바닥을 따라 뻗어가며 뿌리를 내리고, 그 일부가 땅속에서 자라 덩이뿌리인 고구마가 된다. 7~8월에 연한 나팔꽃 모양의 꽃이 피며,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잎과 줄기가 마르게 되며 땅 속 고구마도 냉해를 입기 쉬우니 서리가 내리기 전에 거둬 저장한다.
고구마 줄기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냉장보관 하거나 말려서 보관한다. 고구마순에 들어 있는 비타민A는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에 볶아 섭취하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고구마 줄기는 기름에 볶아서 먹거나 들깨가루를 더 추가해 볶아내면 아삭아삭하면서도 담백한 맛에 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된다. 고구마줄기 요리는 먹은 지 오래 됐지만 고구마 잎을 요리해 먹기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 선생이 집필한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고구마 잎은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담백하다. 고구마 잎을 쪄서 싸 먹으면 향기와 맛이 곰취에 대적할 만하다. 볕에 말려서 끓인 고구마잎국은 명아주와 같아 임산부가 몸조리할 때 미역국 대신 고구마잎국을 먹는다’라고 돼 있다.
지난해 풍석 서유구 선생의 채소요리를 재연한 ‘생명 밥상’을 공부하면서 고구마잎국의 맛을 보고는 고구마순 김치를 담을 때  잎도 함께 넣어 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들어 보니 처음에는 약간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됐지만 소금에 절인 후 물기를 제거하니 잎채소 특유의 풋내도 나지 않으면서  아삭아삭한 것이 너무 맛있었다.

고구마잎 〉고구마줄기〉고구마 순으로 영양가 있어
고구마잎을 포함해 대부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청국장, 오크라, 마, 연근, 토란 등의 식물과 달팽이, 장어, 가오리, 미꾸라지 등의 동물성 식품에 함유돼 있는 미끌거리는 성분에는 미생물들이 잘 활동 할 수 있도록 위나 장을 보호하는 뮤신(mucin)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

이 점액질 층은 미생물의 먹이인 식이섬유가 떨어졌을 때 대체될 수 있는 먹이가 돼 미생물이 장벽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고구마에는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안토시아닌 그리고 안질환 예방 성분으로 알려진 루테인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들 성분은 고구마 보다는 고구마줄기에, 줄기보다는 잎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 재료
  주재료- 고구마순 3kg
  부재료- 고춧가루 1컵, 홍고추 5개, 사과 1/2개, 배 1/2개, 양파 2개 (작은 사이즈), 마늘 1통, 생강 1쪽, 찹쌀풀 1컵, 멸치액젓 1/2컵, 한식간장 1/4컵, 매실액 1/2컵, 설탕2큰술, 소금약간

▲ 만드는 방법
1. 고구마순은 줄기가 마르지 않고 통통한 것으로 골라 껍질을 벗긴다.
2. 찬물 2컵에 찹쌀가루 2큰술을 넣어 풀어준 후 찹쌀풀을 만든다.
3. 껍질을 벗긴 고구마 순은 잎과 줄기를 분리하며 줄기는 약 30분, 잎은 약 20분간 소금에 절인다.(고구마순 1kg에 소금 1주먹 정도 )
4. 사과와 배는 껍질을 벗기고 블랜더에 홍고추, 사과, 배, 양파, 마늘, 생강을 넣어 곱게 간다.
5. 고구마순은 중간에 한번 뒤집어 준 후 씻어내 물기를 제거한다.
6. 양념볼에  4번과 고춧가루, 찹쌀풀, 멸치액젓, 한식간장, 매실액을 넣어 버무릴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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