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89)

농약과 자연파괴로
덕을 갖춘 매미 울음소리
더욱 잦아들고 있다...

조선시대 왕들은 행사에 따라 다섯 종류의 옷을 갖춰 입었다. 면복(冕服), 조복(朝服), 상복(常服), 답호(褡穫·褡護), 그리고 평상복이다. 면복은 종묘·사직에 제사, 책봉, 혼례 등 최고의 예를 갖출 때 입는 대례복(大禮服)이다. 머리에 면류관을 쓰고 9가지 또는 12가지 무늬가 있는,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인 옷이다. 조복은 삭망(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 조칙을 내릴 때 등 격식을 갖춰 신하와 만날 때 입는 옷으로 두 번째로 격이 높은 옷이다. 상복은 왕의 근무복이다. 이 밖에 전쟁이 나거나 사냥 등 민첩한 활동이 필요할 때, 답호(褡穫·褡護)일습과 쉴 때 입는 평상복이었다. 물론 상복과 답호에도 각각의 목적에 합당한 관을 썼다.

특히 왕의 근무복이었던 상복은 곤룡포(袞龍袍)에 익선관(翼蟬冠·翼善冠)을 썼다. 근무복으로 가장 많은 시간 입어야 하는 옷이었으므로 간편하면서도 왕의 위상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했다. 겉에 입는 곤룡포는 면복이나 조복과 달리 소매 폭이 좁고, 앞판과 뒤판 그리고 양 어깨에 용무늬를 수놓거나 용보(龍補. 왕의 흉배)를 붙였다. 간편한 옷에 커다란 용무늬로 왕의 위엄을 나타냈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머리에 쓴 익선관이었다. 익선관의 익(翼)은 날개를 나타내고, 선은 두 가지로 쓰이는데 착할 선(善)과 매미 선(蟬)이다. 왜 이렇게 썼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바 없으나 익선관 정상에 매미 두 날개를 형상화한 얇은 검정색 망사가 붙어 있다.

매미는 일찍이 덕(德)을 갖춘 벌레라 생각했다. 중국 진나라 육운(262~303)은 한선부(寒蟬賦)에서 특별히 매미의 다섯 가지 덕목을 찬양했고, 송나라 때 구양수(1007~1072)를 비롯한 많은 문인들도 매미를 노래했다. 문인뿐만 아니라 화가들까지 다퉈 매미를 그렸다. 알려진 바대로 매미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을 애벌레로 땅속에 있다가, 허물을 벗고 세상에 나와 보름에서 한 달가량 울며 짝을 찾아, 수컷은 짝짓기를 하고 암컷은 애벌레를 낳은 뒤 죽는다.

육운의 ‘매미 5덕’은 문·청·겸·검·신(文·淸·廉·儉·信)이다. 요약하자면 매미의 머리가 관(冠)의 끈이 늘어진 형상이니 문인의 기상을,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을,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거처를 만들지 않으니 검소함을 갖춘 것이며, 때에 맞춰 허물을 벗고 나와 자신의 도리를 다하며 울어대니 신의를 지킨 것이라 했다. 익선관은 매미의 이 같은 덕목을 왕이 갖춰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있다는 해석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백성을 섬겨야하는 왕으로부터 관리들에 이르기까지 유념해야 할 대목들임에 틀림이 없다.

세상 이곳저곳에서 떳떳치 못한 이런저런 욕심을 놓고 끊임없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본다. 특히 업계와 공직사회에서의 추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머리에 이고서까지 매미의 ‘5덕’을 기리려 했던 조상들을 생각하게 된다. 근래 들어 과다한 농약 사용,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빚은 자연파괴와 온난화로 인한 장기간의 장마, 폭우, 강력한 태풍 등까지 그 매미의 울음소리를 더욱 잦아들게 하는 것 같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그리워할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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