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농촌여성들은 재난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전예방을
시대에 맞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실천해야…

과학적이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전관리자로서
저력을 발휘해 재난과
위기 극복에 앞장서자"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농촌에 가면 지금도 우람한 당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마을 입구 당산나무를 보면 바로 마을의 역사를 헤아릴 수 있다. 짧게는 몇 백 년에서 천년에 육박하는 나무도 있다. 당산나무가 잘 보존돼 있는 마을은 주민이 단합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재난과 풍파를 이겨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농촌주민들은 이런 당산나무를 수호신처럼 건강과 안녕을 지켜주는 대상으로 삼았다. 어떤 마을은 당할머니라 하며 당집의 당주로 모시고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는 마을행사를 하는 곳도 있다. 도대체 당할머니가 어떤 일을 했기에 그런 의식을 하느냐고 했더니 마을주민들ㅇ느 나라를 위해서나 마을을 위해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산나무와 당집은 농촌주민을 결집시키는 공동체 형성과 단결에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행사나 의식은 농경사회 토속신앙 형태로 우리 민족의 정서나 심리적인 안정의 밑바탕에 자리해 왔다.

최근 코로나19의 재난에 54일간이라는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 거기에 태풍까지 겹쳐 물난리가 났다. 많은 인명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상당한 면적의 농경지는 유실됐으며, 삶의 터전인 가옥과 축사 등의 피해 또한 역대급이다. 처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너도나도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고, 정부도 재빨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위로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로 더 고통스럽고 무서운 재난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앞장서서 위기와 역경에 대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농촌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앞으로도 많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부강하기까지에는 농촌여성들의 현명함과 부지런함 그리고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강인함과 저력은 가난 극복은 물론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냈고, 성공적인 자녀교육도 이뤄냈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어느 가족이나 어느 마을에서도 전설처럼 우리의 가슴에 살아남아 있지 않은가!.
과거에 개인의 노고와 희생을 담보한 전통적인 재난이나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도 시대 변화에 따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경험 중심의 전통농업이 과학영농으로 변화됐듯이, 각종 재난과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안전사고에 농촌여성들이 과학의 힘을 적극 활용해 안전제일의 책임자로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과 같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인 방역정책을 믿고 동참하는 것이 안전의 기본이다. 아무리 국가가 재난에 대한 지원책으로 피해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에 사전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바쁘고 일손이 귀한 시기에 농촌공동체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농촌여성들은 재난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사전예방을 시대에 맞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노력이 무엇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누구나 다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처럼, 풍수해 재난보험 등을 이용하거나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한 정보의 습득에, 공동체에서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한 안전 교육에 농촌여성은 능동적이어야 한다.

재난은 사전예방과 사후 보장장치가 연동될 때 실효성이 더욱 높아진다. 농촌여성이 과학적이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안전관리자로서 저력을 발휘해 재난과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재난재해 위기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자신은 물론 가족과 농촌을 지켜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향유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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