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52)

# 지금으로부터 68년 전인 1952년, ‘일본 만화의 신’이라는 데츠카 오사무에 의해 원작이 만들어지고, 37년 전인 1983년 우리나라에 수입 방영(KBS)된 로봇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시대적 배경은 2056년이다. 즉, 2056년을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무대로 설정해 놓고, 그곳에서의 소년 로봇 아톰의 눈부신(?) 활약상을 그렸다. 작가 데츠카 오사무는 아톰의 엄청난 인기와는 상관없이 오사카 의과대학 출신답게 61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 로봇 기술에 의한 인류 멸망을 염려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우려를 쏟아냈다.… “인간 행복을 위한 기술이 인류멸망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될지 모른다. 아니, 이미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 ‘우주소년 아톰’ 로봇은 2년 전인 2018년, 일본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시제품으로 재탄생해 다시한번 세상에 화제가 됐었다. 눈에는 카메라를 장착하고, 대화와 게임은 물론 인터넷에 접속하면 뉴스와 일기예보를 들려준다.

#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 점차 현실화 돼가고 있다. 특히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 사태로 그러한 현실은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서 오늘의 일이 돼가고 있다. 직장에서 퇴근해 집 현관 앞에 도착하면, 벨이나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열쇠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 도어가 안면인식을 통해 주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집 안에 들어서면 반려동물 대신 반려로봇이 반겨준다. 거실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분주히 오가며 청소를 하고, 거실 한켠에 놓인 세탁기와 건조기는 세탁물의 재질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알아서 척척 세탁을 한다. 주방 한쪽 벽면에는 캡슐형 상자 안의 씨앗에서 상추 등 채소가 자라는 스마트 식물 수경재배기가 있어 ‘스마트 팜(Farm)’처럼 늘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주인의 명령에 따라 화장지를 가져다 주는 ‘롤봇’, 택배가 오면 택배기사에게 일회용 큐알(QR) 코드를 보내고, 택배기사는 큐알코드로 현관 옆 택배 보관함을 열어 물건을 집어넣는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연결된 이른바 ‘스마트 홈’ 모습이다. 이것은 올 초, 1월6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아이 티)전시회 ‘CES(씨 이 에스)2020’에서 몇몇 기업이 보여준 ‘10년 뒤 바뀔 집’의 모습이다.

그뿐인가. 레스토랑에서는 로봇팔이 셰프가 돼 파스타를 만들고, 카페에서는 커피 타는 바리스타, 홀에서는 음식을 서빙하고, 공항·쇼핑센터·백화점에서는 상품과 길 안내를 한다. 특히 배달·물류 등의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규모는 2021년 202억 달러(약 23조원)규모로 앞으로 더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이 주는 편리함과 안정감, 즐거움에 빠져 한순간 인간 스스로가 기술 혁신의 결과물로 세상에 내놓은 로봇에게 인간의 모든 영역을 빼앗기고, 그 로봇의 노예가 되는 건 아닌지 섬뜩한 미래예감을 떨칠 수 없다. 데츠카 오사무의 예견처럼. 로봇 스스로 어느 한 시점부터는 자기 학습- ‘딥 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무한 진화할 수 있는 괴물(?)이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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