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김제‘양지농원 ’이정원 대표

▲ 이정원 대표는 오디를 생과 그리고 와인과 식초 가공품으로 판매한다.

“부모님이 일군 농사, 내실과 효율로 키울 것”
상자재배로 원가절감·소포장 가공으로 판매 성과

전북 김제시 금산면은 전북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모악산을 품은 천혜의 명승지로 불린다. 모악산 계곡에는 후백제의 견훤이 창건하고 그 아들 신검이 견훤을 가뒀다는 금산사가 있다.
모악산은 다양한 신흥종교의 근거지로도 유명하다. 지금의 금산면은 금산사(金山寺)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금산면이 곡창으로 불리는 데는 금산천의 상류를 막은 금평저수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모악산을 등지고 금평저수지를 막 지나면 금산면 삼봉리 양지마을이 반긴다. 느타리버섯과 오디를 재배하는 양지농원 이정원 대표(30)는 양지마을 주민 중에서 단연 막내다. 아버지의 버섯농사 뒤를 잇겠다며 농생명과학고와 한국농수산대학 버섯과를 졸업해 벌써 8년차를 맞는 농부이기도 하다. 내년 봄에 농수산대학 후배와 결혼을 앞둔, 아직까지는 총각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일을 많이 도왔어요.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농사를 직업으로 가질 생각은 없었어요. 제빵사도 해보고 싶었고, 여러 직업들을 생각하기도 했지요. 막상 졸업반이 될 때쯤에는 아버지의 농사를 제대로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농수산대학도 가게 됐습니다. 2013년 대학 졸업부터 본격적인 농사꾼으로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죠.”

1차산업 전문가 돼야
2·3차 산업 성장 가능

이 대표의 양지농원은 느타리버섯 재배사 5개 동에 연간 50톤 정도 생산 규모다. 오디밭 3500평은 주로 소포장 생과와 와인, 식초 가공품으로 생산 판매한다.
“대학 때 자취를 했어요. 지금은 농수산대학이 전주에 있지만, 그때는 경기도 화성에 있었습니다. 자취를 하면서 부모님이 보고 싶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요. 또 대학 2학년 때 강원도 고성의 버섯농가로 실습을 나갔었는데, 그곳의 버섯농사 현장을 보면서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지요.”

이 대표는 당시의 현장실습이 정신적으로 많이 깨닫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버섯농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현장실습 정도는 자신이 있었단다. 정작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재배사는 부모님 버섯 재배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시스템이나 체계화가 잘 갖춰진 농장이었다. 부모님이 얼마나 어려운 가운데서 일을 했는지,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서 농사를 지어왔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한다.

“막상 졸업하고 농사를 짓다보니 처음에는 부모님과 의견충돌도 잦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지금은 서로 조금씩 맞춰가고 이해하고, 특히 아버지가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는 편입니다. 빚을 얻어가며 설비를 갖추기보다는 내실 있는 농사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효율성을 보다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 것이 연료소모가 많은 병재배 방식에서, 발효를 이용해 적은 열로 원가절감이 큰 상자재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1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빚을 내면서까지, 특히 오랜 노하우나 인프라 없이 당장에 첨단 시설을 갖추고, 가공시설을 짓는 등의 농사는 무책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지원금까지 받아서 투자를 해놓고 판로가 없다며 원망과 한탄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1차 산업에서 전문가가 되고, 수익을 내본 경험으로 2차, 3차 산업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6차 산업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하우를 쌓는 등 내실을 기하고 있지요. 요즘 밀키트(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세트) 산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선 버섯을 활용한 밀키트 개발을 구상 중이예요. 교육용 버섯재배 키트 개발 등 각종 공모전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사에 뛰어든 지도 벌써 8년이 됐네요. 자신감도 성과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씩 농사의 길이 보인다고 할까요. 순리도 배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가 농사 1막이었다면, 결혼을 하고나면, 새롭고 슬기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농사의 2막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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