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 한식의 뿌리를 찾아-31


땅, 풀, 인간 사는 약상(藥床)
“우리가 지상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게 가장 안타깝다.” 식품명인 1호 홍쌍리 명인이 전하는 새해 첫 일성(一聲)이다.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해 흙 자체가 오장육부(五臟六腑)다. 물도 너무 좋다. 된장 하나만 있어도 아무렇게나 먹어도 탈나지 않고 두 손으로 물을 떠먹어도 문제없는 축복받은 땅에 사는 걸 모르는 게 아쉽다.”
홍 명인은 서너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터득한 ‘자연건강법’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 마사노부에게 배웠다. 자연건강법을 실천하면서 낸 책이 ‘밥상이 약상이라 했제!’다.
6만평 청매실 농장 구석구석에서 지은 농산물로 된장·간장·고추장을 담고, 콩잎장아찌, 상추쌈 등을 매끼 식사로 먹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준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식용유 제조법과 복숭아 통조림 만드는 것을 보고 홍 명인도 놀랐다.


홍 명인은 “내가 살고 싶어서 내가 먹을만한  음식을 만든다.”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음식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 밥상과 연결될 때 이 문제는 더 심각하다.
홍 명인은 “옛날식 우리 밥상으로 못 고칠 병이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땅 죽고 풀 죽고, 인간도 죽는 환자상을 먹으며 우리는 많은 병을 얻었다. 이제 못 먹어서 얻는 병보다 너무 먹고 잘못 먹어서 얻는 병이 더 많다.
홍 명인은 김치를 보약이라 생각하고 먹는다. 콩잎장아찌와 매실장아찌 고추와 상추 및 된장찌개 등 소박한 식사가 바로 땅 살고, 풀 살고, 인간도 사는 약상(藥床)이라고 말한다.

 

홍쌍리 명인이 내놓은 자연밥상(매실장아찌, 고추장, 된장, 간장, 상추 등 우리의 전래밥상 그 자체다.)

 

단맛 나는 소금 제조 방법
홍쌍리 명인이 만든 ‘약상’이 다소 이른 점심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탤런트 고두심씨도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은 식사를 했다고 하니 여간 호사(豪奢)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매실 장아찌를 포함한 고추장·된장·간장과 여수에서 잡은 조기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분명, 우리네 할머니가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이 바로 홍 명인이 권하는 ‘인간 살리는 약상’의 모습이다.
다만, 홍 명인에게는 소금과 간장을 만드는 방법에 특별함이 숨어 있다. 소금은 5년 된 것, 간장은 10년 된 것을 사용한다. 5년 된 소금이 죽염보다 낫다. 5년이 되면 소금에서 단맛이 난다는 것. 집에서 직접 제조하는 방법도 알려 주는데 과정이 재미있다.
소금을 사다놓고 물 다섯 바가지를 붓는다. 그렇게 간수를 다 빼고 나면 비닐 안에 넣어서 베란다 같은 장소에 그릇 하나를 바쳐 놓고 5년 동안 둔다. 5년 후 햇볕에 너는 날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풍이 딱 어제 불었다 하면, 창호지 펴 놓고 3일만 널어 놓아라.”
3일 후에 날씨가 또 다시 안개 낀 것 같아지는데 소금을 찍어 먹어 보면 그날이 바로 소금이 단맛으로 뒤바뀌는 날이다.


한번은 방송국에서 청매실 농원에 배추를 찍으러 온 일이 있다. 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니 배추 포기 안에는 파란 배추벌레와 이파리에는 작은 달팽이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카메라 기자가 촬영을 주저했다. 홍 여사는 보란 듯이, “달팽아 달팽아 맛있나? 맛있으면 너도 먹고 나도 먹자. 그 대신에 내가 식구가 많으니 네가 좀 작게 먹는다고 약속만 하면 너를 안 잡아 줄께”라고 했다. 그제서야 카메라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촬영을 시작했다.
“겉 겉모습만 번드르르 한 것은 문제다. 배추도 그렇고, 된장·고추장도 마찬가지인기라.” 신선한 채소는 꺾었을 때 질긴 섬유질이 드러나고, 밭에서 뽑아 내려오면 시들어야 정상이다. 이틀, 삼일이 되어도 시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벌레 안 먹는 건 사람도 먹지 마라
된장과 고추장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시판되고 있는 된장에도 의문을 갖는다.
“된장은 독 안에서 나오면 금방 거무튀튀해지고 놔두면 벌레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런 것”이라고. 그런데 요즘 된장은 며칠 동안 밖에 놔둬도 벌레 하나 안 생기고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 “벌레가 먹을 수 없는 건 사람도 먹을 수 없는 거야.”
홍 명인은 자연건강식을 위해 1년에 단 한번 김장을 담근다. 청매실 농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손님들 몫까지 하려니 미리 멸치젓 1톤 500을 담는다.
배추 3,500포기와 무우 1천 포기가 김장용으로 쓰인다. 콩 5천평, 고추 2천평 농사는 홍 명인이 재미 삼아 직접 농사 짓는다. 곡식은 주인의 정성을 먹고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환경농법으로 농사짓다 보니 초겨울에만 김장을 담근다.


“자신이 먹고 건강해 지기 위해 식품을 만든다면 절대 함부로 만들지 못한다.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식품명인 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이왕 쓴 소리 하던 참에 한마디 더 나아간다. “언제부터 된장, 간장 만드는데 물이 몇 키로, 소금이 몇 그램, 무엇이 몇 그램 하는 소리를 했노? 손맛이다. 소금물 후려가지고 담가 놓으면 메주 넣으면 되는 것이지 그 많은 것을 언제 다 달고 언제 다 하노?”
전날 고기를 먹고 다음날까지 든든하다는 생각이 건강에는 최악의 신호라고 홍 명인은 말한다.
“밥 먹은 뒤 그릇은 트리오로 펑펑 씻으면서 왜 뱃속은 안 씻고 사는지 모르겠다. 뱃속을 씻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뱃속만 잘 씻으면 고장이 안 난다. 제일 더러운 것을 안 씻고서 거죽만 자꾸 씻고 사는 것이 문제다.”
홍 명인은 “장내 살균성과 연동운동을 활성화 시키는 데는 매실만한 것이 없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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