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웰빙·복지를 조화시킨 세계적 농업국가 호주를 가다

지구촌 남반구에 가장 큰 대륙 오세아니아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 국가 호주. 호주는 세계적인 농업국가이자 자연이 살아 숨쉬는 나라다. 때문에 이 나라엔 지상낙원, 웰빙을 즐기는 노인천국, 복지국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필자는 지난 10월 열흘간 시드니와 남호주 아들레이드지역을 여행하며 자연 그대로 웰빙 생활을 즐기는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돌아보고 그 생생한 생활의 현장을 보도한다.

 

호주는 웰빙과 농업을 조화시킨 나라다. 호주 시드니 해변의 오페라하우스(좌)와 요트를 즐기는 시민들(우)


호주는 국가 면적의 60%인 총 4,860만ha가 농경지인 농업국가다. 농가호당 평균 면적은 경지가 368ha, 초지가 3,017ha, 합계 3,385ha로서 우리의 2,000배에 이른다. 광활한 농경지를 경작하려다보니 자연히 대규모 농장형 농업을 경영한다.
강수량이 적기 때문에 농경지로 이용되는 면적은 11% 정도이고 나머지는 가축의 초지나 방목지로 이용된다. 경지는 주로 남부와 동부에 분포하며, 남동부는 쌀, 소맥, 대맥, 남서부는 소맥, 대맥, 동북부는 사탕수수 산지이다. 호주농업의 문제는 강수량이 적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과 세계 공통의 문제인 농업인구 감소 문제다.  

 

 

행복한 고령 복지국가 호주


하지만 호주는 노인의 천국이기도 하다. 호주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인구의 14%로 이 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가는 곳 마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가로운 여생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들은 한 달에 약 1,000달러의 연금을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정부로부터 주택지원도 받고 대중교통 등 각종 할인 혜택을 70% 이상 받기도 한다. 직장을 은퇴한 후 한국에서 이민 온 노인들도 노후를 즐기기 위해 호주에 정착하는 사례도 많다.
호주는 노인복지 정책을 잘 운영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이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퇴직자를 위한 마을이나 집단 거주시설, 의료가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보호시설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하다. 특히 노인을 보살피고 있는 가족에게도 정부 보조금을 주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노인을 모시는 가족의 노고까지도 인정해 주겠다는 의지다. 호주 사회가 바라보는 노인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힘도 능력도 없는 노인이 아닌’ ‘존중하고 대우해 줘야 할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아름답다.

 

 

천연의 물·공기·음식…웰빙

개인의 건강과 내면적 안정감, 가정생활에 대한 만족도, 봉사 등 사회활동의 질, 적절한 소득과 낮은 실업률, 쾌적한 기후와 자연 환경 등이 물질적 부 못지않게 행복한 삶의 기준이 되는 요소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웰빙’은 말 그대로 건강한, 만족한(well) 인생(being)을 살자는 의미로 삶의 질을 강조하는 용어다. 호주 사람들은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한 삶 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 녹지가 형성돼 있다. 집 현관문만 열어도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지고 나무와 화려한 꽃들, 야생 새소리가 들리며 공기도 무척 맑다. 웰빙을 찾아 돈과 시간을 들여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 있다.
남호주의 아름다운 섬 캥거루아일랜드를 찾았다. 제주도의 4배나 되는 큰 섬에 고작 4,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해변가 백사장에는 물개와 바다사자들이 평화롭게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 태고의 자연 그대로였다.

 

 

유기농산물과 와인의 천국

호주의 농산물 시장에 유통되는 채소, 과일이 대부분은 유기농산물로 알려져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을 유기농산물이라 부른다. 호주는 농산물의 10% 정도가 유기농산물로 세계 최대 유기농산물 생산국가다. 우리의 유기농 농산물이 전체 농산물 시장을 차지하는 비중이 0.4% 수준임을 비교하면 가히 짐작이 간다.
국가정책이 하나같이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소득보다 안전에 우선을 두고 있다. 소위 굴뚝산업이라 할 수 있는 공장은 찾아볼 수도 없다. 대부분 이런 제품은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 제품은 자연그대로의 웰빙식품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와인은 웰빙 장수식품으로 호주의 특산품의 하나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에서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고 생산된 포도는 와인으로 상품화된다.
남호주의 수도 아들레이드에서 1시간 거리인 바로사 벨리(Barossa Valley)는 호주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 지역에 약 500여개의 포도농장에서 연간 55천 톤의 포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농장마다 다양한 와인제품을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다. 바로사 포도축제, 음악축제, 열기구대회 등 세계 유명한 축제가 연중 개최된다. 최근에는 와인도 마시고, 목욕도 즐기는 와인스파가 개발되어 피부미용과 건강을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호주는 와인의 천국이기도 하다. 사진은 바로사벨리의 끝없는 포도밭과 와인농장의 간판

 

 

국민행복과 만족도 세계 1위 국가


2008년 호주는 국가평가지수 세계 최상위를 기록했다, 그간 최고 점수를 받았던 핀란드와 오스트리아를 제치고 ‘지상 천국’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호주는 국가경제나 개인적 삶의 질에서 가장 균형 잡힌 나라임에 틀림없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만이 국민 모두의 행복과 만족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호주여행을 통해 체험하게 되었다. 호주에 이민 온 어느 작가가 쓴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이 생각난다. 호주가 심심한 천국이라면 사람들과 부딪치며 지옥 같은 생활을 하는 한국생활이 더 의미 있는 삶이 아닌지 모르겠다.


현지취재 = 윤병두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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