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51)

‘퍼스트 독(First Dog)’은, 대통령의 반려견을 이르는 말이다. 개 사랑이 유별난 미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 44명 중 30명이 적어도 한 마리 이상의 개를 마스코트처럼 백악관에서 길렀다. 그러나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개를 기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데려온 킹 찰스 스패니얼 네 마리를 길렀다. 가족사진을 함께 찍을 정도로 개들을 좋아했는데, 실각 후 하와이로 망명할 때 함께 데리고 갔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개를 좋아해 백구와 황구, 치와와, 스피츠 등 다양하게 반려견을 키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송이’, ‘서리’ 라는 이름의 진돗개를 키웠는데, 재산몰수를 당할 때 이 개들도 압수당했다. 그러나 낙찰받은 사람의 배려로 다시 모두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 테리어 네 마리를 청와대 경내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웠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일하게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때 풍산개- ‘단결’과 ‘자주’- 두 마리를 선물해 청와대에서 5개월간 키우다가 국민 공개요청에 따라 서울동물원으로 이주시키고, 이름도 ‘우리’, ‘두리’로 바꿨다. 이후 2010년 자연사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려견 ‘청돌이’를 청와대에서 키우다가 퇴임 후 사저로 데려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양몰이 개인 보더콜리 ‘누리’를 키웠는데, 노 대통령 서거 두달 후에 주인이 세상 떠났음을 알았는지 홀연 집을 나가 실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희망이’와 ‘새롬이’란 이름의 진돗개 한 쌍과 그 새끼 일곱마리 등 모두 아홉마리의 개를 키웠는데, 퇴임 후 삼성동 사저로 이사가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개들을 한 마리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해줬다.

현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견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특히 지난 2018년 9월30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풍산개 ‘송이’와 ‘곰이’ 한 쌍을 선물해 반려견과 함께 청와대에서 기르고 있다.
그랬던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돌연 “나라가 어려운 가운데 평양 시민들 속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것은 부르주아 사상에 물든 행위, 자본주의 요소의 한 부분”이라며 ‘애완견 금지령’을 내려 북한이 일시에 ‘애완견 소탕작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기르던 애완견을 당국에 스스로 바치거나, 일부는 중앙동물원에 보내고, 또 일부는 강제로 잡아다 단고기(보신탕)집에 팔아넘기거나 잡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유엔 대북경제제재와 코로나 사태 장기화,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북한주민 달래기’란 관측이다.
혹여 김정은 위원장이 삼복(초복·중복·말복)을 앞둔 시점에서 ‘썩어빠진 자본주의 문화’를 빗대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기 만의 방식’으로 ‘단고기 하사작전’을 꾀한 건 아닌지… 일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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