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소믈리에의 세계 – 밥 소믈리에 양향자 씨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에서 유래한 소믈리에. 흔히 와인을 감별하는 와인 소믈리에를 떠올리지만 영주가 식사하기 전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 주었던 소믈리에의 역할은 웰빙이 대세인 현재에도 유효하다.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소믈리에들을 만나본다. 밥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원장을 만나봤다.

▲ 맛있는 밥의 전제조건은 쌀! 도정한지 7일이 지나지 않은 쌀로 먹기 직전 냄비밥을 하면 꿀맛 나는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왜 쌀과 밥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한끼를 먹어도 맛있는 밥을 먹으면 좋지 않은가. 요리를 가르치면서 일단 밥이 맛있으면 모든 끼니가 맛있어지는 경험을 많이했다. 쌀이 좋고 밥이 맛있으면 사실 반찬이 필요없다. 누군가가 즉석에서 정성스럽게 지어준 밥을 먹는 사람은 영혼의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

- 맛있는 밥의 전제조건은 쌀인가?
쌀을 고를 때 단일품종인지, 도정일자에 가까운 쌀인지를 확인한 후에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농민들이 단일품종의 쌀을 재배하더라도 수매과정이나 도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 경쟁력 때문에 품종이 다른 쌀을 혼합해 시중에 유통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를 보통 ‘혼합미’라고 하는데 품종과 용도가 제각각인 쌀을 섞어서는 밥맛이 제대로 날 수 없다. 저렴한 쌀은 상당수가 수입쌀을 섞은 혼합미가 많으며, 이런 저가미는 단체 급식, 구내식당, 뷔페, 분식집 등에서 상당량을 소비한다. 골드퀸 3호, 삼광(충청), 오대(강원), 신동진(호남), 백진주, 추청(아끼바레_경기), 운광, 호품, 일품, 일미 품종을 추천하고 찰기있는 밥을 원하면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해남산), 진상이 좋고 참드림과 삼광은 담백하고 맛이 부드럽다.

-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도정한지 7일이 지나지 않은 쌀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냄비로 밥을 해먹으면 정말 꿀맛 나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밥 짓는 방법이나 도구 등은 부가적인 기술과 도구일 뿐이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이라면 쌀을 씻을 때 첫물은 버리고 3분 이내에 쌀을 씻는다. 쌀을 씻을 때 탁한 물이 쌀의 감칠맛을 내므로 물이 투명해질 때까지 씻게 되면 좋은 밥맛을 낼 수 없다. 또 밥맛의 부드러움은 담가두는 시간에서 결정되니 쌀을 담그는 시간은 백미 기준 30분 ~ 1시간이 적당하고 현미는 최소 2시간 이상 담가둔다.

- 너무 바빠서 직접 해서 바로 먹을 수 없다면 ...
밥은 쌀이 호환된 것이다. 이미 호화가 다 된 밥은 취사 이후부터는 노화가 진행된다. 저장을 하게 되면 밥의 노화현상이 발생해 밥맛이 점점 더 떨어지게 된다. 특히 전기밥솥에 보온하거나 밥을 1인분씩 덜어 냉장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밥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급속히 노화가 시작돼 제일 맛이 없어진다. 밥을 한 후엔 최대한 빨리 식힌 후에 냉동고에 넣어야 한다.

-묵은 쌀을 햅쌀로 살리는 방법이 있을까?
묵은 쌀을 쓰게 되면 눈금 선보다 계량컵에 반 컵 이상 조금 물을 더 넣으면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고묵 햅쌀의 경우는ㅇ 사용하던 선에서 약간 물을 덜 넣어 주면 훨씬 더 찰기 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쌀의 적정 수분량은 14~16%정도다. 묵은 쌀은 이보다 더 적은 수치를 보이는데 묵은 쌀은 수분이 빠진 상태라 밥을 하면 푸석푸석하고 특유의 냄새가 난다. 이럴 때 식초를 넣으면 쌀의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묵은 쌀도 맛있는 밥이 된다. 또 다시마를 2조각 정도를 넣어주면 다시마의 알긴산 성분이 묵은 쌀에 녹아있는 유리지방산 성분을 씻어내기 때문에 냄새도 없애고 윤기도 되살릴 수 있다.

- 밥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자격은?
밥 소믈리에는 최상의 밥맛을 끌어내기 위해 요리에 맞는 쌀을 선택한다. 이를 위해 쌀에 대한 전문 지식은 필수다. 밥맛을 평가하는 것 또한 밥 소믈리에의 중요한 업무이다. 미묘한 밥맛의 차이를 구별하려면 섬세한 미각을 꼭 필요로 한다. 밥을 한입만 맛보고도 어느 지방에서 생성된, 무슨 품종의 쌀인지 알아맞힐 수 있다면 진정한 밥 소믈리에라고 말할 수 있겠다.

- 덥고 습한 요즈음 날씨에 적절한 쌀 보관 방법은?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되는데 적정 보관 온도는 5℃ 전후다. 지퍼백에 적절하게 나눠 냉장 보관하면 쌀의 세포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최근 공기 유입을 막아 쌀벌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페트병에 담긴 쌀이 많이 유통되기도 하는데 빈 페트병을 씻고 건조 후에 보관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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