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FTA시대 우리농업, 여성의 힘으로 지킨다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시대엔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여건상 전자 ․ 자동차 ․ 반도체 산업에선 FTA로 인한 수출 증대 등이 기회요인으로 희망이 되겠지만, 산업기반이 약하고 고령화된 한국 농업은 농산물 수입 개방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 힘들어 FTA의 희생양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국내 농업도 세계화 개방화의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변화 속에서 국내 농식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큰 과제와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농촌여성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하고 FTA를 활용해 국내산 농식품과 가공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하고 성과를 이뤄낸 선도 여성농업인들, 또 FTA에 대응해 국내산 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쓰며 우리 농식품의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는 여성농업인들의 활약을 10회 시리즈로 소개해 여성농업인들이 FTA시대를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① 경기 안성 예은농원 김정순씨

▲ 예은농원 김정순 대표는 전국의 포도 농가를 돌면서 좋은 품종을 선별해 20여 종의 포도 품종을 심어 경쟁력을 키웠다.

40년 경력 포도농사의 달인…신품종 재배로 품질 경쟁력 확보
20여 품종의 포도 재배…수출․직거래․체험판매 등 다양한 판로 개척

 

# 칠레와의 첫 FTA…포도농가의 시름이 가장 컸다
FTA 체결로 국내 농산물 개방화 시대를 가장 먼저 맞은 작목이 포도다. 우리나라와 첫 FTA 체결을 한 국가가 주요 포도 수출국인 칠레였기 때문이다. 칠레와의 FTA 체결에 전체 농업 분야가 우려했지만 그중에서도 칠레산 포도의 수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국내 포도농가의 시름이 가장 컸다. 칠레와의 FTA는 2002년 체결돼 2004년 발효됐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당시의 국내 포도 재배면적은 2만2900ha였다. 그 후 국내 포도재배면적은 계속 줄어들었고 특히 2017년은  FTA 폐업지원사업으로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13% 감소했고, 2019년에는 1만2700ha로 줄어 재배면적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포도 생산량도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2000년 47만6000톤에서 2017년 21만1000톤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포도 수입 증가에 따른 작목 전환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소비자 선호도 변화와 농가의 고령화 등도 한 몫 했다는 게 관련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재배면적과 생산량 감소로 인해 국내 포도산업이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컸다.

# 침체된 포도산업의 구원투수 샤인머스켓
하지만 최근 포도산업에 새 바람이 불고있다. 포도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바뀜에 따라 이에 발맞춘 신품종 재배와 아울러 신품종 포도의 해외수출 길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도품종에 대한 선호는 부모 세대는 기존의 캠벨얼리 품종 등을 선호하고 있으나, 젊은 세대는 씨 없는 포도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도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전체 포도재배 면적은 줄고 있으나 특정 품종의 재배면적의  증가하고 있고, 특히 망고포도라 불리는 향이 좋은 샤인머스켓은 껍질째 먹을 수 있어 섭취가 편리하고 당도가 높아 최근 포도 품종의 최강자로 떠올랐고 포도 시설재배면적은 지난해 샤인머스켓 신규 식재로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품종별 재배면적 비중은 캠벨얼리가 전체의 48%로 아직 가장 높지만 과거에 비해 점차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다.

샤인머스켓은 2016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면적이 늘어 2019년에는 1867ha로 전체의 15%를 차지했고 올해는 지난해 보다 35% 증가한 2526ha로 추정된다.
농업관측본부 소비자 조사결과에 의하면 향후 또 구매할 의향을 가진 소비자도 74%로 나타나 올해도 샤인머스켓의 견고한 소비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샤인머스켓은 신선농산물 수출의 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지난해 신선포도 수출량은 1867톤으로 전년에 비해 47% 증가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은 미국과 홍콩이었으나 2015년부터는 대중국 수출도 시작돼 수출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에 샤인머스켓은 농식품부의 대중국 10대 수출전략 품목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농식품부의 신남방 정책에 힘입어 싱가포르·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포도 수출액은 558만 달러(약 68억 원)로 전년보다 244% 급성장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FTA를 활용한 포도 수출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신품종 포도재배 성공은 ‘교육의 힘’

▲ 김정순 대표는 FTA시대에 신품종 포도 수출로 국내산 포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 빛깔도 맛도 이름도 다른 포도가 20여 종
안성은 한국 근대 포도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안성 천주교회 초대신부였던 프랑스 출신 안토니오콩베르 신부가 미사 때 사용하기 위해 1901년 유럽산 포도 묘목을 성당 앞에 심은 게 퍼져나갔다.
“안성 서운면은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포도농장이죠. 매년 8~9월 포도 수확철이면 마을에 진한 포도향 퍼지고 풍경이 장관을 이루죠.” 안성 서운면 예은농원 김정순 대표는 내년 70세를 바라보는 포도농사 경력 40년의 베테랑 농부다. 현재 연동하우스 2곳 총 20000㎡의 농장에 2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해 1억 이상의 농업소득을 올린다. 농장엔 샤인머스켓 등의 청포도 위주로 거봉도 함께 재배하고 있다. 기존 재배하던 캠벨얼리를 모두 청포도 품종으로 바꿔 심었다.

안성은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강우량이 적어 과일의 당도가 높고 향이 짙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수도권과 가까워 직거래와 체험이 용이한 것도 큰 장점이다. 예은농원은 GAP 인증 받은 친환경농장이며 안성과수농협 수출포도회에서 지정된 수출포도 지정포장이다. 안성과수농협은 2016년 말레이시아로 포도를 첫 수출한 이래 작목반을 구성하고 홍콩, 싱가폴, 베트남 등지로 거봉을 수출하고 있다. 김정순 씨의 포도 역시 베트남, 홍콩, 싱가폴로 수출한 바 있고 샤인머스켓은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다.

# 6년 전부터 수출 스타 품목인 샤인머스켓 재배
보통 도시에서 70세라면 본업에서 은퇴할 나이지만 포도농사에 대한 넘치는 열정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김정순 대표의 일과는 바쁘게 돌아간다. 김 대표는 이미 6~7년 전부터 요즘 한창 인기 폭발인 샤인머스켓 품종 재배를 시작해 현재는 재배 품종의 절반가량을 바꾸며 FTA로 인한 포도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어찌 그리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한국포도회 이사로 있으며 포도 품종에 대한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었고, 소비트렌드 변화를 빨리 쫓아간 덕분”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샤인머스켓 재배 전에도 김정순 대표는 안성에서 최초로 청·홍·흑포도를 심어 삼색포도 선물세트를 시작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김정순 대표는 정보 습득보다 실천이 중요하단 사실도 일깨워줬다. 일반적으로 농업인들은 품종이나 작목을 바꾸는 게 여간해선 쉽지 않지만 김 대표는 그렇지 않았다. 포도나무 산목 기술이 있는 김 대표는 전국을 돌며 다양하고 좋은 품종의 포도나무를 구해 농장에 심었다. 현재 예은농원에는 거봉, 샤인머스켓, 알렉산드리아, 머스크함부르크 등 20여 품종 포도를 재배해 관광객에게 다양한 포도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 

# 교육의 힘과 끝없는 열정
김정순 대표는 경기농업마이스터대학 포도전공 1기 졸업생이며 한국벤처농업대학 7기 졸업생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마케팅대학,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녹색농업, 한경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등 김 대표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20여 년간 끝이 없었다. 농업인단체 활동도 열심히 해 사이버농업인연구회 경기도회장을 4년간 맡았고 오래전부터 SNS로 소비자들과 소통을 이어가며 남보다 앞서 직거래 판매망을 구축했다. 현재는 안성의 포도농업인 28명이 모인 안성마춤그린포도회 총무로 활동하며 안성의 포도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김정순 대표는 “포도는 바로 내 인생”이라고 힘줘 말한다. 또 “포도의 신품종과 새로운 재배기술이 계속 나오기에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며 올해 또 다시 포도마이스터 과정에 입학해 새로운 재배기술을 배우겠다는 열정을 보였다.

 

■  예은농원의 성공비결은…
   국제사이버대학교 김완수 교수(전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고급포도 전문생산이 최대 강점

예은농원의 고급 포도출하와 현장애로 기술을 컨설팅 해온 김완수 교수는 김정순 대표에 대해 경기도사이버농업인연구회장과 한국포도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컴퓨터 활용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모범 강소농으로 끊임없는 교육의 힘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2015년 예은농원을 컨설팅하며 고급 포도 출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올해 7월, 예은농원의 경영실태에 대해 컨설팅에 나선 김 교수는 “농장경영 안정화를 위해 축산을 하던 아들과 직장을 다니던 며느리까지 합세해 가족농장으로 확대한 것은 기회요인이며, 현재 유럽 고급종 포도 20여종을 재배해 체험과 직판, 수출, 로컬푸드 납품 등을 적극 활용해 판로를 다양화한 것을 큰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체험객이 감소하고 외국인 노동자 부족에 따른 적기 작업이 지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인력수급 등을 준비할 것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둔화의 우려와 샤인머스켓의 출하 증가가 예상되므로 출하처를 다양화하고, 다품종 재배에 따른 적기관리가 중요하므로 품종별 수확체계 프로그램을 작성할 것을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 향후 농가에서 로컬푸드 납품확대에 대비해 교육 참여와 포장법의 개선과 조, 중, 만생종의 포도 균형 출하를 검토해 포도 출하시기를 분산해 위험 부담을 줄일 것을 충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