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와 대책은?

▲ 자식같던 오이가 이젠 쓰레기 신세… 지난 2일 들이닥친 물폭탄으로 자식처럼 키우던 하우스 7동의 오이를 몽땅 잃은 경기도 이천의 한지윤 회원. 23년 농사인생에 처음 겪는 재난에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한탄한다.

침수피해 2만7744ha, 농업인 6명 사망, 저수지 11곳 피해

채소 등 밭작물은 녹아 없어지고 
과수원에 물 차 수확 포기 농가 많아
농작물의 병해충은 늘어가고
농심은 타들어 간다…


역대 최장 장마에 전국이 물난리다. 7월부터 내린 비가 8월11일 현재 49일째로 역대 최장으로 기록될 정도로 계속 비가 왔다. 자연재해에 더 취약한 농촌지역은 비상사태로 농작물의 침수와 낙과, 가축 폐사 등 농업 피해가 엄청나다.
농민들은 침수되고 진흙투성이로 변한 논과 밭, 집 등 집중 호우가 할퀴고 쓸고 간 생활 터전을 복구할 겨를도 없이 아직도 비가 더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허망함에 휩싸여 있다.

깨·고추 등 가을 수확을 코앞에 둔 밭작물이 이번 호우로 모두 물에 쓸려서 내려갔다는 정읍의 한 여성농업인은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려 피해를 봤지만 워낙 큰 피해를 본 다른 농가들이 많아서 이 정도는 얘깃거리도 못된다”며 상황을 전했다.
농식품부의 잠정 집계에 의하면 8월12일 기준, 이번 호우 관련 농업분야 피해상황은 총 2만7744ha다. 침수 피해가 2만6678ha, 낙과 피해 105ha, 유실과 매몰 피해가 961ha로 나타났다. 피해상황이 계속 집계되면 향후 피해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침수피해는 전북과 전남지역이 각각 8492ha, 7463ha로 가장 피해가 컸고, 충남 3362ha 경기 2571ha의 피해를 입었다. 광주도 1219ha의 침수피해가 있었다. 특히 전북은 김제·남원·고창이, 전남은 함평·나주·담양 지역의 침수피해가 컸으며 경기 안성·용인·여주·파주도  농업분야 피해가 막심했다.
작목별로는 벼 피해가 2만2293ha로 가장 많았으며, 채소 1597ha, 밭작물이 957ha, 과수가 341ha순으로 침수 피해가 컸다. 가축 폐사는 한우 402마리, 돼지 6605마리,  염소 315 마리, 가금류 등 총 183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추정한다.

이번 비에 다행히 과수원 침수는 면했다는 안성의 한 시설하우스 포도농가는 “시설하우스로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와 과수원 흙이 질퍽질퍽하고 잘 익어가던 거봉포도가 터져서 상품성이 없어져 걱정”이라고 속상해 했다.
땅이 질면 과수나무가 영양소를 흡수할 수 없고, 긴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당도가 떨어지고, 병충해 위험성도 높기 때문이다. 사과 배 등의 과수는 침수를 면했다하더라도 엽소현상과 갈반현상으로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의하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전체 사망과 실종을 합쳐 4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농수로를 정비하러 나간 60대 농민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등 농업인 사망도 6명으로 집계됐다.

#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정부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시, 강원 철원군, 충북 충주시, 제천시, 음성군,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등 7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지난 13일에는 추가로 큰 피해를 본 전남 곡성군·구례군·나주시·담양군·영광군·장성군·함평군·화순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합천군 등 11개 시·군을 두 번째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시설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보다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 시·군·구는 국고지원기준 피해액의 2.5배인 45억∼10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읍·면·동은 4억5천만∼10억5천만 원을 초과할 경우 선포하도록 돼 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는 피해시설 복구와 피해주민 생활 안정 지원을 위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분의 일부를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한다.
또한 주택피해와 농어업 등 주 생계수단에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는 재난지원금과 함께 세금 감면과 징수 유예, 공공요금 경감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1995년에 만들어진 재난지원금은 현재 사망의 경우 1000만 원, 침수의 경우 100만 원이지만, 지난 12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액수를 2배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 시설채소 가격 껑충, 사과 배 품질 저하 우려
장마로 인해 농산물 출하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농식품부는 배추, 무, 상추, 애호박, 깻잎 등 소비가 많고 생활에 밀접한 주요농산물 중심의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했다.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 6월 포기당 2472원에서 7월 3474원, 8월 기준 3907원으로 점진적으로 올랐다. 배추와 무는 주산지인 강원도 태백과 평창·정선 등에 호우피해가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기상여건에 따라 작황변동이 큰 얼갈이배추, 상추, 애호박 등의 시설채소는 집중호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시세가 6~7월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얼갈이배추는 4kg에 1만5000원, 상추는 4만6000원 하는데 농경지와 농작물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재욱 차관 주재로 최근 호우 피해 등으로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원예작물에 대한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농산물 수급 및 방제 활동과 관련된 수급관리 유관기관이 모두 참여해 ‘농산물 긴급 수급점검회의’를 가졌다. 민생 밀접품목에 대한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방제지원, 약제 할인공급 등 안정생산 지원 방안, 농산물 팔아주기 행사 등 농가 경영안정과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한 할인판매 행사 추진 방안 등 민생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재욱 차관은 “예년에 비해 긴 장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급불안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각 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에는 힘이 되고, 민생경제가 안정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가격 전망은?

▲배추와 무 최근 폭우 등으로 공급 부족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으나, 김장철에 사용되는 배추의 본격 정식은 8월말 이후 진행될 예정이며, 올 가을배추 재배의향 면적도 평년대비 4%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김장배추 수급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일 출하가 시작된 복숭아·포도 등 햇과일은 장마가 지속됨에 따라 당도 저하 등에 따른 품위 하락으로 낮은 시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출하 중인 올해 사과와 8월 하순 출하 예정인 배도 올해 냉해 피해 영향으로 추석 성수기 가격 강세가 예상되나, 명절 수급에는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가격은 오름세다.
▲축산물은 최근 집중 호우로 육계 등 피해가 있으나, 평년에 비해 한우·돼지·육계 등 사육마릿수가 증가해 공급여력이 충분한 만큼, 축산물 수급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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