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41

쐐기풀에는 개미산으로 가득한 독침이 빼곡히 돋아 건드리면 쐐기에 쏘인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몇 해 전 여름철, 경남 하동의 쌍계사를 돌아본 적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일주문까지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절 앞의 숲은 울창하고 매미소리가 계곡을 메웠다. 땀을 식히려고 낮은 돌담에 걸터앉아서 물소리가 시원한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어떤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 호기심이 나서 다가가 무슨 식물일까 살펴보았다. 자주 보지 못한 식물이었다. 잎을 만지는 순간 엄청난 통증이 엄지손가락에 전해 왔다. 쐐기가 분명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쐐기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튀니지(Tunisia)에서 한 번 더 겪었다. 카르타고 유적을 돌아볼 때였는데, 루스커스(Ruscus)라는 식물이 보였다. 이 식물은 매우 특이해서 잎의 한가운데에서 꽃이 피고 빨간 열매가 달린다. 줄기가 잎 모양으로 변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없는 식물이다. 열매를 따려고 손을 뻗자 엄청난 통증이 손가락에 전해왔다. 쪼그리고 앉은 엉덩이며 장딴지에도 통증이 왔다. 쐐기풀이 루스커스 주변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게 아닌가?
쐐기풀을 살펴보면 독침이 잎은 물론 줄기까지 촘촘히 나 있다. 해충이나 동물을 막기 위해 표피세포가 변한 것이다. 토끼가 멋도 모르고 먹으면 주둥이가 퉁퉁 부어오를 수밖에 없어, 초식동물은 쐐기풀을 혼쭐나는 식물로 알고 있다.
쐐기풀의 학명은 우르티카(Urtica thunbergiana)인데 라틴어로 ‘불태우다, 따끔따끔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잎을 건드리면 독침이 꺾여 피부로 꽂히면서 개미산(蟻酸)이 쏟아져 순간적으로 들어간다. 불에 덴 것 같고 쐐기에 쏘인 것처럼 아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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