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참 징그럽게 왔다. 50여 일 장마동안 해다운 해를 본 것이 며칠일까. 코로나19에 덮친 이번 장마는 야속하고 속절없는 아픔이었다. 그런 물난리 처음 본 만큼이나 대가도 혹독했다. 섬진강도 낙동강도 그 많은 전국의 하천들도 무너져 내렸다. 인근마을 주민의 피해를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산사태도 매일 일어나다시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 초유의 장마로 기록된다.

특히 농작물 피해는 역대 최악으로 꼽힌다. 농식품부 집계는 유실되고 매몰된 지역이 972ha, 농경지 완전 침수 26,800여ha에 이른다. 피해 집계서 빠졌어도 전국의 농경지는 이미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농부들은 지금 망연자실 기가 막힐 뿐이다. 앞으로의 농사는 노력으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잦은 태풍과 이상기후, 이상 병해충의 발현, 툭하면 터지는 조류독감에 구제역까지, 이제 농사는 시스템과 기술만으로는 힘든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지금, 농가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재해지구 지정 등의 지원책 못지않게 우울하고 지친마음을 추스르고 웃음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국민적 배려가 중요하다. 피해가 덜한 도시민과 단체 등 국민적 차원의 적극적인 봉사와 따뜻한 손길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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