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조4000억 투입되는 그린뉴딜, 다른 산업과 도시에 집중

▲ 한국판뉴딜의 핵심축인 그린뉴딜에서 농업과 농촌은 여전히 보이질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그린뉴딜 관련 토론회 현장.

추진부처에 농식품부 없고 산림청만 포함돼
농촌 태양광발전도 산사태 주범 지목되며 지속가능성 의문
소외론 우려하는 농업계 대변해 농식품부가 적극 목소리 내야

73조4000억 예산 어디로?
기후변화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그린뉴딜 사업과 예산은 녹색산업 성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그야말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그린뉴딜의 총사업비는 국비 42조7000억 원을 포함해 73조4000억 원에 이르는 규모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65만9000개로 정부는 예상했다.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고, 그린경제로 축을 옮기기 위해 녹색 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 녹색산업 육성 등에 투자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린뉴딜은 디지털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으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예산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또다시 들러리만 서며 농업과 농촌이 또 소외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뉴딜사업에 농업분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원들의 질책에 “계획이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기재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농촌정비사업 등이 그린뉴딜 사업에 포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농업과 농촌이 빠진 그린뉴딜 추진에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지난달 29일 전국먹거리연대는 농업과 먹거리가 빠진 그린뉴딜의 전면적 보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주요작물에 대한 식량자급률 제고 방안 제시와 화학농약과 비료사용 감축으로 농업분야 탄소 저감, 친환경 유기농업 목표 설정, 취약계층을 위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시스템 구축, 선택형 공익직불제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담겼다.

존재감 없는 농식품부
농업계의 우려는 우려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한국판 뉴딜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그린뉴딜 정책 추진계획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린뉴딜은 크게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으로 나눠 추진되는데 농식품부는 추진부처에서 빠져 있다. 다만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분야에서 산림청의 도시숲경관과만 포함돼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로 고밀도 도시 대신 저밀도 농촌이 부각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엔 도시에만 예산이 집중된 것이다. 녹색 인프라 구축사업은 도시의 공공임대주택과 문화시설 등에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고성능 단열재 등을 사용하는 리모델링과 스마트 그린도시, 도시숲 조성 등에 예산이 집중됐다.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역시 폐열과 폐기물을 재사용하고 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오염을 최소화하는 스마트 생태공장과 환경과 에너지분야 녹색기업 지원과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조성으로 농업과 농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은 없어 보인다.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사업은 아파트에 지능형 전력계량기 구축, 전선 지중화,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역시 사실상 도시 위주 사업이다. 농촌과 관련된 건 태양광사업에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을 도입하고, 융자지원을 확대하며 해상풍력 등을 확대한다는 것 정도다.

지난 11일 그린뉴딜과 관련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삼천리자산운용 이창석 부대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확대 목표)정책 달성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풍력발전사업 허가는 12GW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개발된 건 2GW도 안 돼 정책목표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사상 최초로 50일 넘게 장마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주범으로 태양광 난개발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림청에 의하면 지난해까지 태양광을 위해 없어진 나무는 230만 그루가 넘고, 경북 성주, 전북 남원, 강원 철원, 충남 천안, 충북 충주 등의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로 이미 큰 피해가 발생했다. 9일 기준으로 전체 1만2721개 태양광발전시설 중 12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산림청은 특별점검단을 5일부터 구성해 민가 등과 300m 이내 인접한 2차 피해 우려지역 2180곳을 점검한 바 있다.

정부의 그린뉴딜 사업에서 그나마 농업분야의 태양광발전도 이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어지면서 지속적인 추진가능성 여부에도 의문부호가 계속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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