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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미’ 개발로 벼 2기작 시대 열었다■ 연구실 노크 -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윤여태 연구사
기형서 기자  |  01036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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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31  10: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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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29일 ‘빠르미’ 벼 수확이 진행되는 가운데 윤 연구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월 상순 이앙해 7월 하순 수확…수량·품질 ‘양호’
기후변화 대응과 남북 농업교류사업에 활용 기대

“아무 때나 심어도 수확할 수 있는 만능 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이 연구의 시작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충남도농업기술원 벼 연구팀이 2006년부터 농촌진흥청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 세계의 벼 품종을 농업기술원 논 시험포장에 재배해 종자를 생산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2007년부터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매년 500여 품종을 논에 심고 커가는 과정을 조사하는 단순한 업무였지만, 그로 인해 벼의 다양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만능 벼’ 개발에 있어 가장 우선이 되는 조건은 생육기간이 짧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단기간에 생육이 이뤄지는 ‘호쿠토’라는 벼 품종을 발견하면서 잠시 접어뒀던 품종 개발의 꿈에 한 걸음씩 걸어 나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구는 지난 10년간 실패를 거듭했죠. 그래도 꾸준히 연구한 결과, 2018년 7월 대한민국 최초로 7월에 수확이 가능한 극조생종 벼 ‘빠르미’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빠르미보다 더 빠르면서 밥맛이 우수한 벼 품종개발을 위해 ‘The 빠르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충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윤여태 연구사(42)는 우리나라에서도 벼농사 2기작 시대를 가능토록 한 주인공이다. 윤 연구사는 벼 품종 연구 12년 만인 지난 2018년, 국내에서 가장 빠른 7월에 햅쌀을 수확할 수 있는 ‘빠르미’를 개발해 벼농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이모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그런 품종을 개발해냈다는 사실이 지금도 꿈만 같습니다. 함께 고생한 직원과 팀원 모두의 한결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윤 연구사

 빠르미 이외에도 ‘옥향흑찰’, ‘백옥향’, ‘자향찰’, ‘여르미’ 등의 다수 품종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최근 5년 동안 만해도 ‘기후변화 대응 가뭄스트레스 연구(한국육종학회)’ 등 11건의 논문과 학술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5℃ 상승해 세계 평균 0.74℃보다 높다. 연평균 강수량도 283mm가 증가해 점점 아열대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태풍, 가뭄, 폭염 등 이상기상 발생으로 벼 재배농가의 피해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이 예측 불가능할 때 농가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문제는 벼의 생육기간이 길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고민에서 관심을 갖게 된 극조생 유전자원을 발견하게 됐고, 마침내 2018년, 개발에 성공한 ‘빠르미’ 벼는 충남지역에서 5월 상순에 이앙하면 7월 하순에 수확이 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미’는 쌀수량이 487kg/ 10a로, 기존 가장 빨랐던 극조생품종인 진부올벼보다 수량성이 양호했다. 해발고도가 높고 온도가 낮은 강원도 진부에서 시험한 결과도 4월30일 이앙 시 진부올벼에 비해 11일이나 빨리 출수될 수 있는 품종임을 입증했다.
“‘빠르미’를 조기 재배해 7월 하순에 수확하면, 후작으로 벼뿐만 아니라 무, 배추, 들깨 등 다양한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고, 7월말에 논에 빠르미를 이앙해도 등숙비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강낭콩과 옥수수 등을 재배한 후 2모작 후작으로도 빠르미 이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빠르미’ 벼는 기존의 벼 품종으로 불가능했던 논에서의 다양한 작부체계 도입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봅니다.”

윤 연구사와 팀원들의 노력으로 충남도농업기술원은 빠르미를 활용해 지난해 10월23일 국내품종 최초로 동일한 논에서 벼를 두 번 재배하는 2기작을 성공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다.
특히, 빠르미를 벼 유전연구의 시험재료로 온실과 시험포장에서 적절히 재배하면 1년에 3번까지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심 유전자를 찾아내고 기능을 밝히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빠르미의 개발은 현재까지 농업연구·현장에서 제기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벼 연구의 장을 여는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빠르미는 벼 품종 최초로 충남도의 기후변화 대응 품종으로 선정됐는데, 단기간 재배로 농업용수의 획기적인 절감과 비료 사용량 감소에 따른 온실가스 발생 감축, 자연재해(태풍, 홍수, 고온 등) 시기를 피한 재배, 그리고 7월 말 수확으로 다양한 작목과의 작부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업인 소득향상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남북농업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빠르미 벼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은 남한보다 위도와 지대가 높아 가을철 저온이 빨리 오므로 벼를 재배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감자와 벼를 연계한 2모작 가능지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식량작물 생산량 증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를 빠르미로 대체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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