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과의 신년 情談

 

소띠 해, 소의 근면과 희생정신 본받아야
경기침체, 주부들의 현명한 소비로 극복
FTA는 위기이자 기회…긍정적 대처 필요

 

소띠 해 신년을 맞았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가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지금의 위기는 더 큰 압박감이 되고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신년을 맞아 김천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으로부터 대한민국 여성들이 현재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지혜를 얻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천주 회장의 신년덕담과 함께 농촌여성들에게 주는 희망을 메시지를 들어본다.

2009년은 소의 해입니다. 신년을 맞아 덕담 한마디 부탁합니다.
-소는 참 묵묵한 짐승입니다. 우리가 쇠고기를 먹지만 그때마다 미안한 감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내가 소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을 갖곤 합니다. 소는 묵묵히 자기만의 일을 하고 희생을 합니다. 사람들이 소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소처럼 항상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우리 국민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가계가 어렵습니다. 국민의 반인 여성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특히 알뜰한 주부들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는데 여성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글로벌화 되어 지구촌이 한 동네다보니 현재의 경제위기는 전 세계의 어려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적고 생산물도 적어 큰 나라와의 무역에 의존해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경제적 타격과 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알뜰하게 살자, 근검절약하자, 안 쓰고 안 먹고 해서 그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갑을 꽁꽁 닫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을 어떻게 적당히 활용해야 경제를 살릴 것인가 하는 것은 주부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주부들이 바이어 역할을 해 경제가 적당히 돌아갈 수 있도록 소비를 해야 경제가 살고 공장이 돌아가고 유통이 살아납니다.
우리 물건을 적당히 내다팔고 외국 것은 하나만 들여올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물꼬를 틀 수 있습니다.
이제는 가정경제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나아가 세계경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아나바다 운동’을 펼쳐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만 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주부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경제침체로 실직하는 가장들이 늘어나면서 가족해체의 위기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가족애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하는데….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옛날에는 여성들이 시집가면 그 집에 뼈를 묻고 모든 희생을 하면서 가정을 이끌어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직장과 사회생활을 많이 하면서 돈이 우선시되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졌습니다. 이는 가정교육이 무너져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만 있고 상식이 없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대학에만 가려고 지식을 쌓고 돈을 들이다보니, 막상 결혼할 때는 투자한 것만큼 뽑겠다는 생각으로 남편을 배척하고 가장의 역할을 경시하는 풍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정부정책도 학원중심에서 제도권교육을 부활시켜 도덕과 윤리, 철학적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물론 그 바탕은 가정교육이 돼야 합니다.
나 하나의 희생이 없이는 온전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민간단체 등이 가정교육을 사회적 운동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계가 어려우니까 자녀를 버리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짐승도 제 새끼는 끔찍하게 거두는데 이런 사람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이것 또한 가정교육이 잘 못 돼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올바른 가정교육을 통해 부모의 도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금전만능주의로 자녀를 키웠기 때문에 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면역이 없고 이기주의가 되면서 현실을 도피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배금주의가 팽배되면서 여성들의 직업 선택도 돈을 따라가고 있는 실정인데,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는데 올바른 지혜를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잘못돼서 그렇다고 봅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다 보니까 남편 월급만으로는 충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쉽게 돈을 벌어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 압박감으로 좋지 않은 직업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도 위정자부터 모범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폭력과 아집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면서 그런 사람들이 영웅시되는 사회풍조로 인해 도덕이 무너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 사회 속에서 어떤 직업을 욕할 수 있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돈을 벌든 흉볼 수 있겠습니까. 이런 사회 속에서는 돈은 있어도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대학가지 않더라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풍조가 이뤄져야 합니다. 쓰레기를 줍더라도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언론들도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진 자극적인 기사를 접하는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모든 매스컴이 국민들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 부부가 중심이 되고 협력하는 가정을 일으키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화목한 부부생활은 각자의 희생과 봉사, 사랑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부부가 자기 욕심만 부리다보면 가정이 평화롭지 못합니다. 평화로운 가정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도리를 다하며 감싸주고 부족한 것은 가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합니다.
이것 또한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내가 힘들게 살아왔으니 우리 자녀에게 그런 고생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오냐오냐 키우다보니 자기중심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자기 딸은 아무렇게 키워놓고 며느리만 탓할 수 있습니까?
아들 딸을 잘 키우면 사위와 며느리는 잘 얻을 수 있습니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올바른 가정교육이 우선돼야 합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비준단계와 와있고, 중국·일본 등과도 FTA를 준비하고 있어 우리 농민들의 사기가 침체돼 있습니다. 우리 농촌여성들에게 농촌을 지키기 위한 의욕과 용기를 줄수 있는 덕담 한 말씀 부탁합니다.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이지 정말로 농업과 농촌,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로인해 농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글로벌시대입니다. 세계적으로 FTA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며, 그 물결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어떻게 상대국을 공략할 것인가 하는 기술과 방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들어오는 것을 막겠다고만 하면 우리 것을 내다팔 수 없습니다.
상대국의 장단점을 잘 분석해서 공략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농촌진흥청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는 작지만 국민들의 머리가 좋고 단합이 잘 돼 있고 생산하는 농산물이 우수합니다. 우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맺길 원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농민들도 위축돼서는 안 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대담= 채희걸 본지 발행인
정리= 송재선 기자

 

 

김천주 회장은…

김천주(金天柱·76) 사단법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경기여중, 경기여고,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사업학과를 수료했다.
200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사)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사)대한주부클럽 연합회 회장, 농어업 농어촌 특별대책 위원회 위원, 여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조달청 클린조달위원회 위원장, 전자제품 PL,상담센터 운영위원회 위원,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위원, 농림부 농식품안전자문단 위원, 친환경농업발전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질병군전문평가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위원, 낙농진흥회 이사, 보건복지부 가정의례심의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명예옴브즈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시청자협의회 위원,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 중앙가축방역협의회 위원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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