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함평 ‘사슴이랑배랑농원’ 김금숙 대표

결혼과 함께 귀농해 34년 가꾼 8만여 평 농장
일출이 아름다운 불갑산 고갯길서 ‘부농 꿈’ 키워

▲ 김금숙 대표와 남편 안재필씨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光州)고향(故鄕)을 보려하고, 제주(濟州)어선(漁船) 빌어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 제…”
판소리 호남가의 첫 소절이다. 호남을 말할 때 광활한 땅이 펼쳐지는 함평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함평은 들녘이 천지로 뻗어나가는 평야가 발달돼 호남의 대표적인 곡창의 한 곳이기도 하다.

함평의 북부에는 불갑산(佛甲山, 516m)·모악산(母嶽山, 348m)·군유산(君遊山, 403m) 등 노령산맥의 봉우리가 영광군과 경계를 이루고, 중앙으로 자리한 기산봉(箕山峰, 148m) 정상에는 백제 때 축성된 산성이 함평의 역사와 깊이를 더해준다. 함평에서 영광으로 넘어가는 불갑산 고갯길 ‘밀재’는 수려한 주변경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밀재휴게소와 불갑산 연실봉은 사진작가라면 한번쯤은 찾았을 만큼 일출의 명소로 꼽힌다.

그 불갑산 고갯길 밀재를 돌아들면 1만여 평의 배농원이 또 다른 장관으로 한눈에 시선을 붙든다. 김금숙 대표(59·함평군 해보면 밀재로)가 스물다섯에 결혼하고 지금까지 30여 년을 한결같이 가꿔온 ‘사슴이랑배랑농원’이다.

김 대표는 또 인근에 사슴 농장(평균 100~200마리) 6만여 평도 함께 꾸려가고 있다. 대부분은 조사료를 생산하기 위한 초지지만 이 또한 가히 장관이다.
사슴이랑배랑농원은 배따기 체험, 사슴체험, 승마체험 등 농촌견학과 체험공간으로서도 국내 최고의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 아이들이 배 따기 체험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으로만 과일 수확·관찰 체험(배, 오디, 감, 석류, 자두, 살구 등)을 비롯해 승마체험(승마, 먹이주기 등), 동물관찰(사슴, 염소, 토끼, 닭, 메뚜기 등), 식물관찰(옥수수, 고추, 가지, 상추, 수박, 참외 등), 원예체험(다육식물 등), 둠벙체험(우렁이, 소금쟁이, 올챙이, 수련 등)까지 다양하다.

또한 한옥체험(황토방, 숙박), 전통기구체험(탈곡기, 홀테, 절구, 다리미 등), 전래놀이(사방치기 등), 요리교실(배 잼, 파이, 수제아이스크림 등), 만들기 체험(압화, 천연비누, 염색) 등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김 대표는 함평이 고향이다. 함평에서 초·중학교를 나왔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남편 안재필씨(57)를 만났고, 조금은 이른 25살에 결혼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쑥스럽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때는 그냥 남편이 좋았어요. 그래서 어린 나이인 줄도 모르고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농사를 천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서 함평에서 배 농사를 시작했어요.”

“결혼해서 다시 함평에 오니까 남편이 배 농사 외에도 젖소를 키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젖소를 키우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남편에게 다른 걸 키우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고르고 한 가운데 선택한 것이 사슴입니다. 특히 친정아버지가 한약방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슴과 녹용에 선뜻 마음이 가더라고요. 지금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사슴이랑배랑농원은 자연방목으로 사슴을 키운다.

사슴이랑배랑농원은 다양한 체험, 그리고 배즙과 생과를 비롯해 녹용, 녹용배즙 등의 판매가 주된 수입원이다. 배와 사슴의 수입원은 대략 3:7 정도로 사슴농장의 수입이 많다.
“배 농사는 모양은 좋고 멋지지만 수입 면에서는 크지 않습니다. 사슴이 키우고 관리하기도 쉽고 수입도 좋죠. 사슴을 키우다 보니까 말까지 키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내친김에 승마용 두 마리를 구입했습니다. 농장이 크다보니까 말을 타고 둘러보기도 좋고, 아이들 승마체험은 인기가 최곱니다. 농사가 천직이라는 남편 따라 시작한 농사가 이제는 저에게도 천직이 됐네요.”

김 대표는 지금의 농사가 그토록 소중하고 감사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2남1녀의 큰아들 안태형씨(34)에게 대를 잇도록 할 생각이라 대학도 한국농수산대학 과수과를 졸업시켰다.
“지금은 큰 아들이 옆에 있으니 뭘 해도 든든합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그래서 남편과 아들에게 농사 현장의 생산 관리를 거의 맡기다시피 하고 있어요. 저는 판매와 홍보 등 주로 몸을 덜 쓰는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오래 하다보니까 수입을 떠나서 들녘에 나가고, 풀을 뽑고, 가축들 돌보고 하는 일 자체가 좋습니다.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감사히 농사일을 거드는 것이 최고의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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