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48)

아침 창문을 여니, 온 동네가 요란한 매미소리에 묻혔다. 매미가 여름 한 철 이렇게 치열하게 우는 것은, 오로지 짝짓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이 전에는 한낮에만 주로 울어댔는데, 요사이는  도시의 휘황한 불빛 때문에 밤낮 구별없이 ‘구애’의 울음소리를 내니, 그도 이젠 떨쳐내고 싶은 소음공해 수준이다.

이 지구상에는 약 3000여 종의 매미가 서식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 주로 서식하는 매미는 참매미와 유자매미로 대략 5년 주기로 번식을 한다.
그 많은 매미 중에 ‘17년 매미’가 있다. 이 17년 매미는 17년간 애벌레(굼벵이) 상태로 땅 속에 있다가 땅 위로 올라와 한 달 정도 땅 위 생활을 한다. 이때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그 짧은 한 달을 오로지 번식만을 위해 산다.

암컷은 적당한 작은 나뭇가지를 택해 작은 구멍을 만드는데, 한 곳에 20개씩 30군데에 600개의 알을 낳는다.
그 알들은 몇주 뒤 애벌레로 부화해 먹이를 찾아 땅으로 내려가 땅속 40cm 정도 깊이에 구멍을 파고 자리를 잡는다. 그곳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 먹으며 애벌레로 17년을 지낸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을 단 하루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17년을 계산해서 채운다는 것이다. 먼저 다 자란 놈이라도 결코 먼저 땅 밖으로 기어나오는 법이 없다. 여기에는 과학적 두뇌를 가진 우리 인간이 상상치도 못한 기막힌 계산된 셈법이 숨어 있다.

즉 매미의 생애주기가 5년, 7년, 13년, 17년… 등으로 그 공통점은 모두 소수(素數)라는 것이다. 소수란, 1과 그 자신의 수 외에는 나눠지지 않는 수를 말하는데, 매미들이 새·다람쥐·거미·고양이·개 등의 천적으로부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천적들과 마주칠 기회가 적은 ‘소수의 해’를 생애주기로 삼은 하나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예를 들면, 매미의 생애주기가 17년이고, 천적의 생애주기가 3년이면, 51년이 돼서야 서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생애주기가 길수록 수학에서 얘기하는 최소공배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생애주기, 즉 성장사이클이 소수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연생명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설혹 일부가 천적에게 잡혀먹히더라도 수십억 마리 중 일부일 뿐이어서 종족 번식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시카고 등 미국 중서부에는 지난 1990년부터 17년을 주기로 수십억 마리의 매미떼가 기습출몰해 삼림과 농작물을 해치고 있어, 오는 2024년의 출몰주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매미의 계절에 최근 독나방의 일종으로 일명 ‘집시나방’으로 불리는 매미나방 애벌레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어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매미가 아닌 이 매미나방의 개체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 겨울철 기후 온난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니… 인간의 느슨해진 경각심이 다시금 세상에 불려나와 조리돌림을 당하는 꼴 같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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