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수필-귀농아지매 장정해 씨의 추억은 방울방울

"집 건너편 강수욕장엔
가지각색의 캠핑카가
인산인해를 이뤄..."

여기 괴산은 가까이 있는 음성이나 증평보다 비가 적은 편이다. 작년에는 마른장마로 가물어서 논밭에 물 대느라 고생했는데, 올해는 감사하게도 때맞춰 비가 수수하게 내려 작물의 작황이 좋다. 요즘 가는 데마다 감자며, 대학찰옥수수가 풍년이라 친구네, 형제들에게 옥수수 보내느라 택배마다 차고 넘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마을엔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다. 장대비가 쏟아질 거라는 예고에도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건너편 강수욕장엔 가지각색의 캠핑카가 인산인해를 이뤄 흡사 난민촌 같다. 주말에 차가 조금씩 모여들더니 요새는 여름휴가가 겹친 때문인지 주말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유료도 아니고, 취사와 야영이 자유롭고, 강에서는 올갱이를 잡을 수도 있는 곳이라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족단위로 몰려온다. 아마도 여행은 가고 싶은데 사람 많은 곳은 피해야겠고, 복잡한 도시를 빠져나와 개인적 공간이 필요한 시기에 딱 어울리는 특별한 일탈로, 특히 젊은이들이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지난주 TV에서 ‘남들은 짐을 들고 다닐 때 우리는 아예 집을 들고 다닌다’는 tvN의 ‘바퀴달린집’과 KBS 교양다큐 ‘3일’(길이 아니어도 좋아) 프로에서 홍천강 차박 3일을 방영했다. 차박은 지정된 캠핑장과 텐트에서 자는 오토캠핑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목적지가 될 수 있고, 또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여행을 할 수 있어 가성비가 최고다. 게다가 네 바퀴가 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며, 달리고 멈추고 즐기는 등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이 된다는 점이 매력 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장우 씨가 울진의 해변에서 차박을 하는 내용이 방영돼 많은 젊은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젊은 날 남편은 낚시광이었다. 그가 낚시를 배우며 자랐던 금강으로 가려면 토요일 오후 집을 나와 서울에서 옥천으로, 옥천에서 이원으로, 그리고 호탄다리를 건너 금산군 제원면 제원리 강변으로 가야했다. 강낚시는 밤에 시작해서 새벽에 물고기가 제일 잘 잡힌다.

어둑해진 강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차를 세우고 남편은 낚시를 시작하고 나는 라면을 끓였다. 깜깜한 물가에서 랜턴에 비춰가며 라면을 먹고 나면 나는 차에서 책을 보거나 의자를 눕혀 잠을 청했다. 한여름에도 물가의 새벽은 무릎이 시리도록 추웠다. 남편은 밤새 낚시를 하고 새벽이 돼 물안개에 온몸이 젖어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벌벌 떨며 차로 들어온다. 차에 히터를 켜고 옷을 갈아입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해가 뜨면 바로 낚시를 정리해서 제원리 강변을 나와 낚시꾼을 상대로 아침을 해주는 식당에서 뜨거운 어죽과 도리뱅뱅이 먹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 같은 캠핑카도 아니었고 잠도 잘 못 자고 추위에 벌벌 떨었지만 고생이라기보다, 물안개가 서린 수려한 풍광과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토종미루나무가 무척 아름다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

코로나라는 새로운 상황 때문에 도심보다 자연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주체적인 자기 삶을 누리려는 의지로 여겨져 다행스럽다. 이번 주말 전에 장마가 끝난다고 하니 다음 주엔 집 앞 강수욕장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올까~ 서로 조심해서 이젠 코로나와 함께 이 여름을 잘 건너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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