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면
시정되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도전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앞세대의 헌신에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음 세대 여성들의 삶이
더 나은 수레바퀴가 돼
굴러가게 해야 한다."

▲ 박옥임 순천대 명예교수/사회학

7월의 농촌은 들녘의 벼가 최고로 무성한 초록의 계절이다. 여름철에 땀 흘리고 수고한 결실의 기쁨을 가을에 나누게 된다. 제대로 된 알찬 추수의 성취감은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슬기롭게 이겨내야만 가능하다. 농촌여성들의 삶의 여정도 농사와 마찬가지로 한여름 뙤약볕  아래의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요즘 우먼파워가 나날이 세지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대학 진학률, 전문직 진출, 활발한 경제활동 등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만 화려하고 그럴듯할 뿐이지 그 뒤에는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다. 낮은 임금수준은 물론이고 고용 불안정과 성적(性的) 위험성 등 여러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예전보다 여성의 삶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대로 안주할 수는 없다. 길이 험하다고 멈출 수 없고 안 갈 수도 없다.

지금보다 훨씬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했던 때, 앞서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의사 김점동(에스터 박, 1876-1910)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당시 여성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았던 때 미국 볼티모어 의과대학에 유학을 갔다. 그녀는 귀국해 수많은 여성환자들을 치료했고 먼 길의 왕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고종황제는 김점동의 헌신적인 활동을 기려 은메달을 수여했다. 김점동은 34세 나이에 폐결핵으로 안타깝게 요절했는데, 의료선교사였던 로제타 홀의 아들 셔우드 홀은 그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크리스마스 씰을 발매했다. 뒤늦게나마 우리 정부도 2006년 위대한 여성과학자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그녀를 헌정했다.

1960년대 전 세계는 미·소 강대국의 동서냉전이라는 치열한 경쟁 구도였다. 그런데 미국은 소련이 먼저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을 축으로 총력을 다해 주도권을 잡아 지금은 세계 최강국에 올랐다. 이 성공에는 바로 3명의 흑인 여성들의 피눈물 나는 숨은 공로가 있었다. 이 여성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극복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좋은 여건 속에서 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험난한 환경을 이겨낸 것이다. 김점동은 사회생활 초기에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의 조수로 일했다. 워낙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것을 보고 ‘당신은 뛰어난 의사의 소질이 있다’는 격려의 말이 그녀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되는 동기부여가 됐다. 

이처럼 모든 일을 혼자서 이뤄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의 협조와 지지가 있을 때 비로소 서로 힘을 받고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농촌여성들도 크든 작든 간에 자기 나름대로의 성취가 있다. 물론 국가적으로 거대한 업적은 아니어도 숨겨져 있는 작은 성공담은 다 갖고 있다. 비록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은 못 받더라도 그들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차세대 여성들이 지금 향유하고 있지 않은가.

요즈음 농촌여성들도 지역사회에서 각종 위원회나 농협 등의 조직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잘못된 부분이나 불편사항을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내서 바로 잡아야 한다. 말하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면 시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용기 있게 도전하고 실천하는 여성들을 격려하고 지지해야 한다. 우리가 앞세대의 헌신에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음 세대 여성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수레바퀴가 돼 굴러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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