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농업 탐방 - 서울 숭곡중학교 학부모 텃밭동아리

서울 성북구에 있는 숭곡중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 학생들의 목소리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아닌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학교 한 쪽에서 왁자지껄 들린다. 이들은 숭곡중학교 학부모 텃밭동아리 회원들로 손에 흙을 묻히며 각종 쌈채류, 열무, 감자, 당근 허브류 등을 심고 그것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 숭곡중학교 학부모 텃밭동아리 회원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 (맨 왼쪽이 강현경 대표)

재학생 학부모로 구성된 텃밭동아리
함께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기쁨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학부모 동아리
학부모 텃밭동아리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중심에는 숭곡중학교 학부모 텃밭동아리 강현경 대표가 있었다.
2011년에 개교한 혁신학교인 숭곡중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학교의 주체라고 여기며 학부모도 학생처럼 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2011년 학교 공터에 텃밭을 조성했다. 개교하고 처음 3년간은 학부모들이 텃밭을 경작했지만,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서 동아리에 활동도 흐지부지 해졌다.
2014년부터 다시 학생들의 텃밭동아리가 운영됐으나 지도교사 전근 등의 이유로 유지되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러다 강대표가 교내 텃밭이 있고 예전에 학부모들이 운영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텃밭을 재개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교에 문의를 했다. 그렇게 2017년 숭곡중학교 학부모 텃밭동아리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강 대표는 “무농약으로 작물재배도 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자연을 느끼고 배우며 나눔을 실천하는 즐거운 동아리입니다.”
처음 운영했을 때는 강 대표가 모든 작물의 파종시기나 수확시기 등을 회원들에게 알려주면서 시작했지만, 올해는 두 명씩 짝을 지어 담당 구역을 맡아 책임지는 작물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 대표는 말했다.
“이 제도의 진정한 속뜻은 지속가능한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교육과 훈련을 하는 겁니다. 시키는대로만 하면 기억이 나지 않거든요. 자신이 담당하게 된 작물을 맡게 되면 그 작물에 관해 공부를 하거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요. 그렇게 하다 보면 저절로 작물에 대해 마니아가 되는 거죠.”
동아리 회원들은 직접 텃밭을 가꾼 작물들을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기말고사 시험감독을 한 학부모들에게 3일동안 텃밭 작물 나눔과 무농약으로 자란 배추, 무, 갓, 등으로 김장을 담가 행복교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등의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텃밭동아리는 아이들이 졸업하게 되면 부모들의 텃밭 활동도 끝난다고 한다.
강 대표는 “학교에서 지역연계로 계속 활동해도 된다고 하지만 학교 텃밭엔 새로운 회원들이 모여 또 그들의 농사 역사를 새기겠죠. 저는 올해가 마지막 학교 텃밭활동이지만 어디서든 농사를 다시 시작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텃밭 가꾸며 스트레스 ‘훌훌’ 
강 대표는 학교 활동뿐만 아니라 도봉구 소재 주말농장에서도 농사를 지었으며, 길음뉴타운에서도 도시텃밭이 생겨 경작지를 옮겨 텃밭을 가꾼 적이 있는 7년차 도시농부다. 강 대표는 학부모 텃밭동아리가 학교라는가까운 거리에서 경작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함께 텃밭을 가꾼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학부모 텃밭동아리는 공동경작, 공동나눔을 하므로 또 다른 색다름으로 다가왔어요. 비록 기른 것을 나눠 갖기 때문에 개개인이 많이 갖지는 못하지만, 같이 한다는 즐거움 덕분에 조금 덜 가져가도 아쉽지는 않아요.”
학부모 텃밭동아리는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이 함께 텃밭을 가꾸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 대표는 “공통의 취미를 함께 한다는 즐거움과 위안이 동아리가 갖는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가꾸는 기쁨, 나누는 사랑
강 대표는 올해가 마지막 활동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텃밭의 노동이 힘들고 버거운 것이 아닌, 노동의 즐거움과 텃밭을 가꾸는 기쁨을 많이 얻어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계획했던 나눔 봉사도 취소되고 활동반경도 많이 위축됐지만, 그래도 꽃은 피고 열매는 맺듯이 텃밭 동아리 회원들이 가을에도 씨를 뿌리고 가꾸고 나눔을 함께 할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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