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화연구소를 가다 -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

2018년 국회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했다. 이 법률은 지역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유망한 지역특화작목 개발과 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농업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삼고자 한다. 농촌진흥청도 지역특화연구소 지원예산을 각각 최대 20억 원까지 늘리고 연구소의 추가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농업 R&D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각 도농업기술원 산하 지역특화연구소를 다룬다.

최고 자연식품 청정산채 적극 보급
강원나물밥 주재료 산채류 경쟁력 강화

강원도는 서늘한 고랭지와 넓은 산지로 고품질 산채의 생산 최적지다. 2018년 기준 강원도 산나물 생산액은 1735억 원으로 전국 공급량의 약 37%를 점하며 압도적인 1위다. 다양한 약리효과로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 자연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강원도 청정 산채 중심엔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박기진 소장과 김세원 연구사를 비롯한 산채연구소는 재배기술 개발과 품종등록, 가공법과 레시피 보급까지 도맡고 있다.

약리효과와 토양보전 효과까지
연구소 박기진 소장은 “1992년 시험장으로 출발한 우리 연구소는 재배기술 개발과 자연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연구소로 승격했다”면서 “재배면적은 더덕, 취나물, 음나무, 참취, 곤드레 순으로 특히 참두릅·땅두릅·개두릅 등 두릅류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두릅은 특유의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산채로 노지에서 재배돼 4~5월경 출하된다. 연구소는 2015년 순이 굵으면서 수량이 많고, 내한성이 강한 ‘대아’를 품종출원했다. 올 1월엔 비용은 적게 들면서 빨리 땅두릅을 키울 수 있는 재배법도 선보였다.

박 소장은 “땅두릅 뿌리를 11월 경 베드에 옮겨심은 후 열을 가해 올라온 새순을 3월에 수확하는 방법으로 설치비용은 낮추고 연하면서 당도가 높아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거기다 수확도 타지방보다 일러 빠른 출하도 이점이다. 실제 재배에 참여한 농가의 경우 1톤 기준으로 1500만 원의 높은 수익도 얻었음이 입증됐다.

산채는 먹어서 얻어지는 효능만이 다가 아니다. 울릉도에선 삼나물로도 불리는 눈개승마는 혈액순환, 골다공증 예방, 콜레스테롤 강하 등의 효능이 있으며, 6~8월 군락을 이루며 피는 흰꽃은 정원의 조경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돌이 많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데다 잔뿌리가 특히 발달해 경사지의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기능도 뛰어나다. 강원도 밭 면적의 48%가 경사도 15도 이상 급경사지로 많은 비에 토사가 강으로 유입돼 수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고랭지 주산지인 홍천과 양구, 인제 일부지역은 이로 인해 비점오염원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김세원 연구사는 “친환경적인 산채류 재배로 고랭지밭의 보존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왔는데 눈개승마는 뿌리 총길이가 배추의 400배, 표면적은 15배로 토양보존 산채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강원도 홍천에서 눈개승마를 정식한 결과 2년차 이후 90% 이상 토사량 저감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 산채연구소는 땅두릅 촉성재배 등 다양한 재배기술을 확립해 농가소득 증진에 나서고 있다.

강원의 비빔문화 적합한 산채
강원도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 선보일 대표메뉴로 산채를 활용한 강원나물밥을 내놨다. 참취, 곤드레, 곰취, 어수리 등 나물과 오륜쌀, 오륜감자 등이 어우러진 강원나물밥은 강원도만의 비빔문화를 나타내는 메뉴로 강원음식 세계화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강원나물밥의 주재료인 산채의 생산비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낮추면서 다양한 레시피 보급에도 연구소는 매진하고 있다.

녹차 제조법에서 일부 착안해 산채를 데친 후 탈수해 덖어 수분을 제거한 건조품 개발법, 데친 후 냉수에 냉각과 열풍건조를 거친 반건조법 등으로 국거리용, 나물무침용, 비빔밥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박 소장은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산채는 30여 종으로 연중소비를 위해 11종의 산채가공품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산채분말은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하면서 떡, 에너지바, 튀김가루 등에도 활용돼 다양한 산채 이용의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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