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농촌여성신문‘가족사랑 손편지쓰기 캠페인’

가족사랑 손편지 쓰기 2차 공모작 소개 - 첫 번째

농촌여성신문과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가족사랑 손편지 쓰기’ 캠페인에 농촌여성들의 애틋하고 가슴 절절한 사연들이 여럿을 울고 웃게 만듭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딸이 부모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각기 사연은 다르지만 가슴 깊이 여운을 주는 사랑 가득한 내용들로 편지지가 채워져 있습니다.
휴대폰 화면에 손가락 몇 번 눌러 보내는 짧은 글에는 마음을 온전히 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손편지는 보내는 이의 희로애락을 무한정 담을 수 있어 더 값지고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번 신문에도 저희 신문사에 접수된 농촌여성들의 손편지를 소개해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공감하며 그리운 이에게 오늘 손편지를 써 보내보세요. 

 

# 엄마보다 나은 멘토가 아닌가 싶구나...

    김막순(경남 남해군)

딸! 먼저 오랜만에 편지지에 글자를 옮기려고 하니 가슴부터 뭉클해오네. 가끔씩 이런 시간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매일하는 톡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짧은 시간이지만 요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구나.
딸내미! 내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
혹여 아빠 때문에 속상해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할까 하고 있으면 통한 텔레파시는 영락없이 우리를 연결해주곤 하더구나. 별 하소연은 안했지만 맘 깊은 넌 먼저 내 속마음을 알아차려 위로의 말부터 건네곤 하지. 서운한 마음은 사라지니 엄마보다 나은 나의 멘토가 아닌가 싶어. 내딸로 태어나줘서 얼마나 좋은지. 어떤 표현이 따로 있겠니. 그저 좋은걸.
딸아! 늘상 나에게 표현해주지만 그동안 못했던 말. 사랑한다 정말 정말로. -엄마가-

 

# 어머니 빈자리가 그립습니다...

   신용숙(충남 보령시)

얼마 전 사망신고를 며느리인 나에게 인수한 어리석고 눈물 많은 내 남편. 3년 전 치매진단을 받고 힘든 여정의 끝으로 이 세상과 작별하니 어머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큽니다. 집안 곳곳, 남편과 어머님, 저 원형 식탁에 마주앉은 어머님의 빈자리가 그립습니다.
어머님이 생전에 하시던 말씀 중에 “넌 어찌 그리도 착하고 이쁜 마음을 갖고 우리 집에 왔느냐” 하셨던 격려와 칭찬으로 나의 시집살이는 행복하고 즐겁게만 보냈어요. 긴 여정의 귀로에 어머님이 지금도 병상에 계신 것 같아요.
시간이 되면 중환자응급실로 뛰어가야만 되는 것처럼 어머님의 마음을 나에게 전해 가족과의 협력, 위로와 격려, 존중을 배워 이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가렵니다. 살아생전 예쁘게 곱게 지내시던 어머님.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고 며느리 아닌 딸로 인정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며느리인 딸 용숙이-

 

# 내가 달릴 수 있는 힘은 당신입니다~

   김옥랑(경북 봉화군)

여보. 윤혁아빠. 평생을 함께하고도 어린 처녀애 보듯 바라봐줘서 고마워요. 아침에 모처럼 둘이 나란히 앉아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고 아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 할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주는 무게감이 같다 해도 본인과 같을 수는 없겠다는 말에 선뜻 동의해줘서 고마워요. 그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며 나가는 것으로 하고 아이들은 맘껏 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자는 말에도 동의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달릴 수 있도록 하는 힘은 당신이고, 그 자리에 있어서임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흰머리가 곧 이마를 덮고 눈가에 주름이 덮여 내리겠지만, 당신 곁에 내가 있고 내 옆에 당신이 있어 늘 감사합니다. 평생 그리 했듯이 앞으로도 노력하고 감사하면서 살아냅시다. -옥랑 드림-

 

# 과장님! 매화처럼 우리에게 찾아오세요~

   최귀자(강원 삼척시)

퇴직을 앞둔 삼척시농업기술센터 박구희 과장님께.
1991년 매화꽃 피는 2월 우리 곁에 예쁜 모습으로 오신 박구희 과장님. 생활개선회 담당책임자로서 생활개선회를 잘 챙겨주시고 아낌없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언제나 웃으면서 여성스런 과장님 언제 봐도 예쁘답니다. 여성의 앞잡이 직장상사로서 좋은 길, 험한 길 마다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항상 우리 편이 되어주신 마음 잊지 않고 잘 간직하겠습니다. 312명의 회원들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무거운 짐을 2월에 피는 매화나무에 살짝 올려놓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셔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건강 잘 챙기시면서 행복하세요. 시간이 되시면 2월의 매화처럼 웃으시면서 우리에게 찾아오세요. 과장님 사랑합니다. -한국생활개선삼척시연합회장 최귀자-

 

# 하나뿐인 손녀, 채윤아!

   신영숙(경기 과천시)

중학생이 된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구나. 코로나 때문에 입학식도 못 하고 속상했지? 그런 너를 지켜보는 어른들도 안타까웠어. 이제라도 학교에 다니게 되어 마음이 놓이는구나.
키도 마음도 어느새 엄마만큼 자라 동생들 챙기는 것을 보면 참 든든해. 할머니는 너와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어. 한여름 밤, 모깃불 피워놓고 맛있는 것 먹어가며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는 거야. 하룻밤을 자고 나면 빨갛게 물이 드는데, 쉽게 빠지지 않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단다. 네가 더 크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
우리 채윤이는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네 엄마가 말했단다. 모쪼록 네가 하고 싶은 것, 또 잘하는 것에 집중해서 마음에 있는 꿈을 꼭 이루길 기도한다. 내 하나밖에 없는 손녀 채윤아! 사랑해~ 우리 채윤이가 행복했으면 할머니는 참 좋겠어. 잘 있어. -할머니 씀-

 

# 불쌍한 내 오른 팔아...

   이화숙(경기 용인시)

이 가여운 것아. 너는 어찌 이 못난 주인을 만나 이 고생을 하누. 한 몸뚱이로 태어나 누구는 오른팔, 누구는 왼팔, 갈라져 운명을 달리하고 있구나.
무거운 것, 뜨거운 것, 차가운 것, 네가 먼저 나서니. 오른팔이 만만하다고 너만 시켜 관절에, 물집에, 손톱 깎을 일 없네~ 왼손아! 너는 뭐하고 있니? 시계에, 반지에, 온갖 호사를 누리며 공주처럼 누리고 있는 너는 오른팔의 보조자역할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오른팔아~ 다음 세상이 있다면 부잣집 마나님의 한 몸뚱이로 만나 왼쪽, 오른쪽 바꿔 태어나라. 힘들었던 오른손에 시계 채우고 반지 끼워 공주처럼 살게시리... 오늘도 불쌍한 오른손에게 이 편지를 쓰게 하네~ 미안해~ -염치없는 주인이-

 

이달의 손편지

 

“만날 때까지 건강해라 그리고 사랑한다”

김송희(경북 포항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뒤끓고 있는 요즘이구나. 코로나19 때문에 한없이 보고픈 손자 손녀들이어도 참아야 하고...
원대한 꿈을 품고 열심히 공부해서 교환학생으로 떠난다기에 기뻐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 귀국하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겨우 돌아온 손녀...얼마나 가슴을 졸였겠는가? 나도 수많은 날 동안 걱정했다.

돌아와 자가격리자가 되어 집안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을 생각하면 마음 같아선 당장 가고 싶구나. 또 고3짜리 손자도 온라인수업 해야 할 테고. 직장생활 하는 딸도 사무실 사람들 눈치 봐야 하고. 늙은 나까지 가기엔 생각해봐야 할 일이기에 참아야 했다.

어릴 때 모처럼 딸네집에 가면 “할머니 우리집에 같이 살자”고 애원한 애가 벌써 대학 4학년이니 참 세월도 빠르다고 느껴진다. 맞벌이 한답시고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집에 오려면 “할머니!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반찬 해서 택배로 보내면 안 될까요?”하던 손녀. “그럼 제가 갔다 올 때까지만 기다리세요~!” 하면서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도 가서 공중전화로 또 확인하고 작별인사 하던 손녀. 손 흔들며 건널목을 달려온 모습들이 눈에 삼삼하구나.

공부와 할 일이 많다니 내가 참고 나중에 만날 날을 기다리마. 내내 건강해라. 사랑한다.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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