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이기는 K-농산물 완주 생강

맛과 향이 진하고 약재로 쓰이는 토종생강
종자 저장하던 생강굴, 농업유산 13호로 지정돼

16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한창일 때도 사람들은 생강을 먹었다. 영국에 흑사병이 돌자 헨리 8세는 백성들에게 생강 섭취를 장려하고 생강을 넣은 빵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장수했다고 알려진 조선시대 영조는 술 대신 생강차를 올리도록 해 자주 마셨고 궁의 약방에서는 생강을 늘 구비해 왕의 감기나 기침을 다스리는 약으로 사용했다.

<동의보감>에는 생강의 따뜻한 성질이 우리 몸에 양기를 돌게 하고 위장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생강은 오랜 세월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약방의 감초 같은 식재다. 코로나19로 질병 공포에 휩싸인 요즘, 생강으로 면역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보자.

생리통, 갱년기 우울증에도 탁월
일본 의학박사 이시하라 유미는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 증상 대부분 냉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인간의 체온과 면역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생강은 몸의 찬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고 따뜻하게 한다.

특히 생강의 핵심 성분인 진저롤이 혈액순환을 활성화해 혈압과 체온을 정상화하면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수족냉증과 생리통, 원발성 월경곤란증,갱년기 우울증 개선의 효과로도 이어진다.

또한 생강은 대표적인 해독 식품이다. 진저롤과 쇼가올 성분에 있는 살모넬라, 티푸스, 콜레라균 등은 살균에 효과가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에 대해 항균작용을 한다. 또, 혈관에 쌓인 콜레스트롤을 몸 밖으로 배출해 혈관계 질환인 동맥경화, 고혈압 등 각종 대사성 질환을 예방한다.

뿐만 아니라 소화불량도 예방한다. 생강은 소화액 분비 증가로 활발한 위장 운동을 하도록 돕고 위장을 따듯하게 해 식욕 증진, 원활한 소화에 도움을 준다.

 

한국 생강농업의 종가 완주
만경강이 흐르는 사질토로 양질의 토양을 형성하고 물 빠짐이 좋아 생강 농사에 최적의 조건인 전북 완주군은 한국 생강농업의 종가라 불린다. 완주군 봉실산 주변의 바위 밑에서 ‘시앙’이라고 불리는 향초가 처음 발견됐다는 시배지 전설부터 생강 관련한 여러 설이 전해지고 있는 만큼 생강은 완주에서 중요한 작물이다.

완주 토종생강은 옛날부터 그 맛과 향이 뛰어나 약재에 많이 쓰였다. 그러나 중국에서 온 개량종 생강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완주 생강연구회 김용회 회장은 “10여 년 전, 토종생강 생산비율은 전체 생강 생산비율의 3%까지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이에 완주군과 주민, 학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완주의 전통생강 농법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김용회 회장은 “지난해에는 완주 토종생강 종자를 저장하는 생강굴의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농업유산 13호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토종생강 생산비율은 현재 전체 생강 생산량의 10%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농림축산식품부는 토굴을 활용해 생강 종자를 보관한 완주 생강굴의 가치를 인정해 2019년 국가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했다.

보존해야 할 유산, 생강굴
완주 전통생강 농업의 중심에는 생강굴이 있다. 생강굴은 첫서리가 내릴 때 수확한 생강종자를 저장하기 위한 토굴로, 생강 설화를 간직한 완주 봉실산 밑의 구릉지대에 밀집돼 있다. 생강굴에는 구들 밑에 토굴이 있어 겨울철 불을 때면 13~14°C의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전통 재래방식의 구들식 생강굴과 생강을 대량생산 하면서 생강밭이나 집 마당에 생강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직, 수평형 생강굴이 있다.

완주 생강가공업체 생강마을 대표 도성진씨는 “집안에 여전히 구들식 생강굴과 수평형 생강굴이 있다”면서 “생강 수확 철엔 마당에 있는 수평형 생강굴을여전히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1990년대 주택개량사업과 김치 냉장고의 보급으로 현재 구들식 생강굴은 그 수가 많이 줄었고, 저온창고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농가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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