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노인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

꼼꼼한 감시체계와 처벌․보호 강화 필요

부모의 모진 학대를 피해 도망친 창녕 9세 여자아이 사건, 7시간 넘게 여행가방에 갇혀 있다가 사망한 충남 천안의 9세 남자아이 사건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부모의 끔찍한 자녀 학대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훈육 차원이었다는 가해자들의 변명에 국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피해 아동이 겪었을 고통과 공포는 안중에도 없이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자녀에게 자신의 분노를 무자비하게 표출한 이번 사건들은 가족애가 무너진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우리의 취약한 아동보호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만4604건의 아동학대사례 중 부모(친부모, 계부모, 양부모)에 의한 학대가 76.9%를 차지했고,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가족에 의한 학대가 81.4%에 달해 가정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인면수심의 아동학대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여전히 친권자의 징계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에 아예 아동 체벌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동들은 훗날 성인이 돼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 그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었던 지난 15일에는 씁쓸한 통계자료가 발표돼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재인식케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9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신고된 건수는 1만6071건에 달하고, 이중 학대사례로 판정된 건수는 5243건으로 전체 신고의 32.6%를 차지하는 등 노인학대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발생장소는 가정 내가 절대적으로 많은 4450건으로 전체의 84.9%였는데, 아들과 배우자, 딸 등 가족에 의한 학대가 69.1%로 집계됐다. 가정 내 학대 유형을 보면, 정서적·신체적·성적 학대와 방임, 경제적 학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적 학대는 전년보다 11.8%나 증가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경제활동과 외부활동이 위축되면서 아동과 노인들이 가정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인해 피해자의 적극적인 구조요청이 있지 않는 한 가정폭력 피해자가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게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웃 등 주변에서도 ‘가족내 일’이라며 간섭을 꺼린다.  가정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가정폭력이 이웃의 일이 아닌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신고 등 감시체계를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법을 고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도 더 보완해야 한다.

법적 조치에 앞서 무엇보다 핵가족화로 무너진 가족애를 되살리기 위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을 오래 된 사전에서나 찾아야 하는 서글픈 시대가 돼서는 안 된다.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삭막해진 가족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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