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주는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 경남 거창 병곡마을 주민 30여명이 점심시간 마을회관에 모여 뷔페식으로 차려진 점심식사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 한숨 돌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쌓는다.

“마을회관에 점심식사가 마련돼 있습니다~ 어서들 오셔서 맛난 점심 드셔요. 오늘은 수박도 준비돼 있습니다~~” 경남 거창군 병곡마을 김인성 이장의 방송이 나가자 여기저기서 아침일을 마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마을회관으로 모여든다. 거창군 북상면은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마을에서 공동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공동급식은 농번기 여성농업인의 가사부담 경감과 영농 중단을 예방해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주민간 화합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혼자 먹는 집밥 보다 맛있어요
“예전에는 집에서 나무 때서 머리에 이고 논두렁 밭두렁으로 새참 내다 날랐는데 요샌 이렇게 모여서 먹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는 김우분 할머니는 특히 마을에 80%가 혼자 사는 노인들인데 이렇게 매일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일에 능률도 붙고 외롭지도 않아서 좋다고 한다.

두런두런 모여서 급식을 나누며 농사이야기도 하고 자식이야기도 하다 보니 훌쩍 점심시간인 한 시간이 지나가 버렸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커피를 마시고 과일 후식을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효자사업
특히 이곳 병곡마을의 주민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반찬봉사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70을 훌쩍 넘기신 분들이어서 손맛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물이 맑고 장맛이 좋은 병곡마을에서 난 제철 채소들로 차려진 밥상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사실 김인성 이장은 공동급식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업비를 받아서 제출내역을 매번 써내야 하고, 급식인원, 메뉴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신청을 머뭇거리기도 했다고. 그러나 일단 신청한 농번기 공동급식이 마을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지금은 농번기 공동급식 지원사업은 정말 효자사업이라고 엄지를 세운다.

지역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되기도
부식비로 100여만 원, 인건비로 100여만 원을 지원 받고 있지만 병곡마을에서는 인건비를 자원봉사로 해결하고 대신 그 돈으로 양질의 부식을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병곡마을의 젊은 여성농부 김순선씨는 “바쁜 영농철에 이렇게 모여서 식사를 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가사노동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영농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공동급식사업은 여성농업인으로서 그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인 것 같아요”라고 공동급식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사과 과수원을 하고 있어서 바쁜 요즘이지만 공동급식 사업으로 영농철 농사일 외에 매끼 식사를 챙기는 일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다”는 김 씨는 특히 이 사업으로 마을 어르신들게 영양학적으로 알찬 점심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요즘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더 좋아지신 듯 보여 그 점이 무엇보다도 뿌듯하다고 한다.

각 도마다 농번기에 조리인력인건비와 부식비를 제공하는 ‘공동급식지원사업’은 코로나19를 맞아 지역마다 도시락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공동급식 도우미, 공동급식시설을 지원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변형돼 실시되고 있다.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추진사업은 여성농업인의 가사노동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표적 여성농업인 친화정책으로 현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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