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농촌진흥청 발효가공식품과 권희민 연구사

▲ 권희민 연구사

 

대추식초 등 발효식초로
무더위도, 코로나19도
새콤․시원하게 날려보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동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다가 지금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상황이다. 오랜 ‘집콕’ 생활과 외출 자제로 활동량이 줄어들다 보니 체중 증가로 걱정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는 점점 더워져 옷은 얇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헬스나 요가 등 사람이 밀집된 체육시설을 찾아가기가 조심스럽다. 헬스 대신 홈트레이닝을, 외식 대신 집밥으로 식단조절을 하며 건강과 몸매를 가꿔야 할 때다.

최근 급격히 찐 살을 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시는 식초가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식초는 지방 대사를 도와 체지방과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고 항염증,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음이 예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원료와 종균만을 이용해 발효한 식초가 주정식초보다 항비만과 항고지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발효식초가 다이어트 식품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이렇게 건강·기능적으로 우수한 식초와 대추가 만나면 어떨까? 대추를 이용해 식초를 제조한 기록은 ‘산가요록’, ‘산림경제’, ‘고사신서’ 등 여러 고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추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고 소화를 도와 피를 생성하고, 속을 편안하게 한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다. 대추는 비타민C뿐만 아니라 대추에만 함유되어있는 사포닌 성분인 ‘주주보사이드(jujuboside)’와 다양한 플라보노이드류 성분으로 항산화 활성이 매우 뛰어나다. 이 밖에도 진통, 항암, 해열, 진정, 강장, 항알레르기, 간 보호 등 다양한 약리효능이 밝혀진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조선시대 고문헌에서 대추식초가 가장 처음 등장하는 ‘산가요록’(1459)의 기록을 바탕으로 대추식초 발효기술을 개선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자연발효에 의존해 발효가 완료되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리던 기존방법을 알코올 발효 후 초산발효 과정을 거치는 2단계 공정으로 개선한 것이다. 그 결과, 주정에 초산균을 넣어 속성으로 발효시키는 주정식초와 달리 국산 효모와 초산균의 최적 발효조건을 찾은 후 대추 농축액을 이용해 알코올과 초산발효 과정을 거쳐 유기산과 유리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식초를 제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알코올 발효를 포함한 전체 발효기간이 약 30일 이내로 단축되고, 산도가 10% 이상인 고품질 대추식초를 제조할 수 있다. 또한 제조효율이 높아지고 항산화 기능을 가진 폴리페놀의 함량이 증가해 우리 몸에 유용한 기능성 또한 증진된다.

농진청은 고문헌에 수록된 조상들의 지혜를 되살려 개발한 대추식초 제조기술을 소규모 농산업체에 적용해 국산 종균의 보급을 확대하고, 품질이 균일하고 산도가 높은 고품질 식초를 상품화하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건강과 면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때 이른 더위로 다이어트에 비상이 걸린 지금, 대추식초를 비롯한 발효식초를 꾸준히 섭취해보자. 여름의 무더위도, 코로나19도 새콤하고 시원한 식초의 맛에 단번에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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