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아열대과일 재배농가 피해 예상되지만 대책은 전무

▲ 캄보디아 FTA 체결을 위한 공청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다.

정부,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캄보디아와 FTA 추진 적극 나서
코로나19로 식량위기 겪어놓고 또다시 국산 농산물 위기 몰아
농경연 문한필 위원 “농식품 수출 더 많아 크게 우려 안 해도 돼”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로 홍역을 겪었던 정부가 국산 농축산물 수급체계 강화 대신 또다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6월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캄보디아와의 FTA 체결을 위한 공청회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했다. 공청회 개최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명시돼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다.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상 FTA를 체결하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공청회 개최 이후엔 관계부처 회의 등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고, 국회 보고 후 양국 협상이 실시된다. 이번 공청회는 올해 첫 FTA 공청회로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시장개방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캄보디아와의 FTA 추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공식 천명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수준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남방정책의 일환이다. 이미 아세안 국가를 상대로 한 수출비중은 중국 다음 2번째로 미국보다 높다.

FTA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기획과 임수지 사무관은 “정부는 아세안 국가 중 싱가포르과 베트남은 FTA 발효, 인도네시아는 타결됐으며, 필리핀과는 협상 중”이라고 밝히며, “캄보디아는 25세 이하 인구가 절반을 차지해 소비층이 두텁고, 아세안 이외 국가와는 FTA를 체결하지 않아 우리 기업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 국가 중 연평균 7%대 고(高)성장 국가로 현재 우리나라와 교역량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10억3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은 6억9700만 달러, 수입은 3억3600만 달러로 약 3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3월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훈센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교역확대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고, 올해 1월부터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산자부 노건기 FTA 정책관은 “캄보디아와의 FTA는 포스트 코로나에서 해외공급망 구축의 핵심 역할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체결에 힘을 실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수현 부연구위원은 캄보디아와의 FTA 경제적 효과를 ▲우리나라 제조업 관세 100% 감축·농수산업 75% 감축(쌀 제외), 캄보디아 제조업과 농수산업 관세 75% 감축 등 1안과 ▲우리나라 제조업 관세 100% 감축·농수산업 50% 감축(쌀 제외), 캄보디아 제조업 관세 50% 감축·농수산업 100% 감축 2안 등 분석결과를 내놨다.

오 위원은 “1안의 경우 경제성장은 0.00032% 증가, 소비자 후생은 3300만 달러 증가, 2안은 경제성장 0.00025%, 소비자 후생 2500만 달러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문한필 연구위원은 “캄보디아는 농산물 순수입국으로 2017년 기준 수출 15억 달러, 수입 23억 달러 규모로 자원은 풍족하지만 생산 인프라가 아직 미흡하다”며 “우리나라와의 최근 3년간 농식품 교역은 수입은 신선농산물 위주로 2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고, 수출은 가공식품 위주로 9000만 달러며, 지금 수준으론 FTA를 체결한다 해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은 농업분야도 FTA 체결이 상호보완적인 측면에서 양국 모두 윈-윈이 가능하단 입장이다. 기존에 FTA로 인한 피해를 보는 품목 지원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안전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는 캄보디아 대부분의 산업발전이 더뎌 우리 기업진출의 호재가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연간 쌀 50만 톤을 수출하는 캄보디아는 세계 13위 쌀생산국으로, 과일을 비롯한 대부분 농산물이 풍족한 나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에 의하면 캄보디아의 2018년 쌀 생산량은 10,647,000톤이었고, 세계점유율은 1.4%인 반면, 우리나라는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5,195,000톤, 0.7%였다. 이에 쌀농가를 비롯해 농업계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공청회였지만 농식품부나 해수부는 발표자와 패널로도 나서지 않았다. 피해가 예상됨에도 당연히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없었다. 앞서 코트라 이정선 통상교섭PM은 농업현대화 협력을 FTA 유망분야로 소개하며 현대아그로의 망고 수출 사례를 들었다. 현대아그로는 현지에 망고농장을 운영하면서 검역유통센터 설립 후 우리나라로 생산한 신선망고를 수출했다. 우리의 기술과 자본으로 경쟁력 있는 품목을 현지에서 생산해 세계 각지로 수출함으로써 생산·저장·가공·유통을 망라한 종합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한국농업경영인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는 캄보디아 망고 수입과 관련해 이번 수입은 새롭게 아열대 작물 재배를 시작하는 농가를 죽이는 행동이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선 통삽교섭PM은 관련 협회에서 자료를 받아 취합해 자세한 사정을 몰랐다며 해명했다. 공청회는 경제적 타당성 검토 후 개최하는 것인데 얼마나 자료준비가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에 산자부 김호철 FTA정책기획과장은 “망고의 경우 농식품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적절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올 2월 기준으로 국내 아열대작목 22종 재배현황은 재배농가는 1376호, 재배면적은 11.4ha, 생산량은 5697.3톤이었다. 특히 아열대 과일은 망고가 가장 재배면적이 넓었다. 지자체가 신소득작목 발굴과 육성지원에 나섰고, 소비자들도 국내 아열대과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텐데 이번 정부의 캄보디아와의 FTA 추진은 농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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