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29)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안동춘 연구사

▲ 다양한 인공수분을 실험하고 있는 안동춘 연구사.

수출용 장미 품종 개발에 20년 몰두…개발품종만 9종
품질 우수한 국산 장미 개발로 수출활성화·국제경쟁력 강화

수출용 스프레이 장미
재배 농가 확대로
농가 고소득 창출 이어져

“장미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화훼 수출품목입니다. 그렇지만 생산기반이 취약해 수출 등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지요. 왜냐하면 한때는 국산품종이 없어도 장미산업 여건이 좋아서 수출이 증가하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값싸고 품질이 우수한 아프리카와 남미산의 장미가 일본 시장 등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격과 품종의 우수성에서 경쟁력을 갖지 않고서는 장기적인 수출시장 활성화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국산품종의 품질 향상과 보급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가 밝다고 생각합니다. 수출농가들의 의욕 또한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수출기반을 재구축하면 장미가 우리나라 중요 수출품목의 지위를 다시 회복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또 그런 기대감들이 장미 품종 개발과 보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안동춘 연구사(54)는 장미 품종 개발과 보급을 통한 수출기반 구축에 20년간 열정을 쏟아왔다. 안 연구사에게 장미는 인생의 전부다. 최근 몇 년 동안 안 연구사가 개발한 수출용 장미만 9종에 이른다. 햇살(2010), 에그타르트(2018), 래리티, 미스틱, 래미니스(2019), 디그니티, 비비드, 무디, 네티(2020) 등이다.
특히 ‘햇살’ 품종수출을 통한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 시상식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장미 수출은 1999년 700만 달러에서 2010년 3400만 달러로 급속한 성장을 한 것으로 집계된다. 한때 장미는 전체 화훼 수출액의 33%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수출 품목이었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장미 수출은 2018년 160만 달러로, 계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미 수출의 일본 의존도가 약 78%로 크다보니 나타나는 어쩔 수없는 현상이다.
일본 수출길이 막히면서 국내 수출기반은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남미로 부터 값싸고 품질이 좋은 장미가 일본 시장에 유입되면서 여전히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 안동춘 연구사(사진 오른쪽)가 수출용 스프레이 장미 재배농가를 방문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장미의 수출시장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우수한 국산품종 개발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와 수출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산업기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현재 장미 산지별 일본 시장 점유율은 케냐 40%, 콜롬비아 16%, 에콰도르 9%, 인도 8%로 이들 4개 국가가 전체 수입량의 73%를 차지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는 4% 정도 됩니다. 장미 수출은 배를 이용한 습식 유통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산지로부터 일본 현지시장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에 선적, 통관, 하역, 일본 내 이동 등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절화의 선도유지는 힘들어지고, 가격경쟁력 또한 그만큼 낮아지게 돼죠.”

따라서 수출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유통과정의 환경변화에 따른 품질저하, 문제 해결, 곰팡이병의 발생 등에 강한 품종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안 연구사의 설명이다.
“현재 수출용 품종인 스프레이 장미 ‘햇살’과 ‘에그타르트’는 수출품종이 갖춰야 할 기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수출재배단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두 품종은 스탠다드 장미 위주로 소비되는 국내시장에서도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재배농가들의 소득증가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국내 장미 품종개발 연구가 시작된 이래 20년간 개발된 장미 국산품종은 382품종에 이른다. 그 중 스프레이 장미는 전체의 12.8%인 50품종 정도다. 2019년 서울 양재동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장미를 보면 290여 품종이지만, 이중 국산품종은 5.1%에 불과한 형편이다.
“지난해 거래된 장미 중 스프레이 장미는 16.8%로 집계됩니다. 국산품종 중에서 ‘햇살’과 ‘에그타르트’가 스프레이 장미의 83%를 차지했지요. 수출용 스프레이 장미 ‘햇살’과 ‘에그타르트’가 침체된 장미 수출시장에서 꾸준하게 수출소득을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희망과 가능성이 돼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장미 수출단지인 김해, 전주, 진천, 장수 등을 중심으로 전국 6개 지역 20농가 약 5ha에 국산 품종이 보급돼 있다. 이는 전체 스프레이 장미 재배면적 20%에 해당하며, 특히 ‘햇살’은 약 4.1ha에서 재배되고 있는데, 이는 국산품종을 통틀어 단일 품종으로는 가장 많은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점유하는 상황이다.

“햇살과 에그타르트 품종 등 스프레이 장미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국산품종 장미의 8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수출품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지난해 시범수출을 시작한 ‘래리티’, ‘미스틱’, ‘래미니스’까지 수출에 가세하면 경남 육성 스프레이 장미 재배를 통한 농가소득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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