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농가와 급식업체,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생 가정에 농산물꾸러미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국 약 499만 명의 학생에게 학교 급식용 농산물 등 식자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자체별로 조금 차이가 있지만 보통 3만~5만 원 선에서 다양한 신선농산물로 구성된 농산물 꾸러미가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꾸러미 내용물 구성을 전적으로 학교 자율에 맡겨 품목별로 피해를 보는 농가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쉬 상하는 신선농산물 대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쌀이나 가공식품 등을 꾸러미로 구성하다 보니 학교급식용 친환경 채소를 계약재배하던 농민은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납품하지 못해 산지에서 폐기해야 할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되레 농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배송 체계가 잘 돼 있는 나라도 드물다. 새벽배송을 통해 각 가정에서 신선먹거리를 받아 볼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 있다. 그래서 행정편의적인 일부 지자체의 급식 꾸러미 사업은 급식업체나 대기업 등 가공식품 취급업체의 주머니를 불릴 뿐이다. 정작 농가를 살리겠다는 사업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당국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도농 상생의 꾸러미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 탁상행정이 아닌 코로나19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현장맞춤형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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