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 자연요리 전문가 이정란이 전하는 6월의 텃밭 & 요리 이야기 ‘완두콩 스프’

손수 가꾼 텃밭채소로 만든 자연요리를 선보이는 이정란씨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옆집언니처럼 절기별로 자연이 무엇을 내주는지, 그 식물을 어떻게 키워 거뒀는지, 그걸로 무슨 요리를 할 지 조곤조곤 일러준다.

6월은 이른 봄 씨앗을 뿌린 잎채소들로 밥상은 풍성해지고, 지난달 모종으로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같은 열매채소들도 뿌리를 내리며 조금씩 열매를 내주는 시기다. 그런데, 이들만 자라는 것이 아니다. 비닐 멀칭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텃밭은 이 시기에 풀과의 한바탕 전쟁이 시작된다.

이른 봄, 푸성귀 하나 없는 텃밭에 올라오는 냉이, 꽃다지, 쑥, 돌나물 같은 봄나물들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런데 6월 텃밭에 자라는 비름나물, 명아주, 쇠비름, 질경이, 소리쟁이 등은 그저 뽑아 버려야할 풀로만 여겨지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화학비료과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틈 날때마다 거둬 먹으면 좋겠지만 밥상에 오르는 채소들만으로도 이미 풍성하거니와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허락없이 남의 밭을 점령하는 이들은 이쯤되면 나물에서 잡초로 이름도 바뀌게 된다.

고추와 토마토의 곁순은 보이는 대로 따 줘야 하고 오레가노,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레몬밤 같은 허브들도 거둬 말리고, 장마가 들기 전에 풀들도 정리해줘야 하니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보통 하지(夏至)가 되면 장마가 시작돼 많은 비가 오기 때문에 서둘러 감자를 캐기 시작하는데 지난해는 하지에도 감자알이 수확할 만큼 자라지 않아 장마를 넘기게 됐다.

그동안 땅속에서 모두 썩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내리는 비 속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장마가 지나고 보니 감자줄기만 시들해졌을 뿐 감자는 멀쩡하게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두어 개 정도 캐지 않고 뒀는데 가을엔 다시 싹이 올라오더니 그해 겨울 텃밭정리를 할 때까지도 남아있는 감자들이 꽤 있었다. 서둘러 캐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자라지도 않은 감자를 굳이 하지에 맞춰 캐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한번은 수확한 감자를 바로 비닐에 넣어 보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비닐 속에 생긴 수분이 감자로 흡수되어 금방 물러져 썩어 버렸다. 그 후부터는 감자를 수확한 후에는 그늘에 며칠 두어 수분을 말리고 햇빛이 들지 않게 박스에 담아 뒀더니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다.
중부지방에서는 장마가 들기 전에 감자와 함께 완두콩과 강낭콩을 수확하지만 고향인 제주에서는 전년 가을에 씨앗을 넣고 이듬해 이른 봄에 수확을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도 거뜬히 이겨내며 덩굴손을 뻗어나가는 완두콩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봄에 씨앗을 넣으면 장마가 시작될 즈음부터 맥을 못 추더니 콩이 흙에 닿으며 물러지기 시작했다. 사람만큼이나 식물도 저마다 약한 부분이 다른 것 같다.
한 마리 나비가 내려앉은 듯 살포시 피어나는 완두콩 꽃을 본 이후로는 부드럽고 고소한 콩도 콩이지만 완두콩 꽃을 보기 위해 해마다 키우게 된다,
6월5일 즈음은 절기상 망종(亡種)에 해당한다. 밀·보리처럼 까끄라기(芒) 수염이 있는 곡식을 거두고 벼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다. 논농사가 거의 없는 제주에서 유년을 보낸 후로 서울에서만 터를 잡고 살고 있기에 사실 모내기라는 것을 해보기는커녕 얼마 전까지 구경도 못했었다.

텃밭을 시작하면서 절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서울 근교에 있는 텃밭 근처에 벼농사를 짓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요즘 도시에서는 듣기 힘든 개구리 소리와 근처 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는 마음이 자꾸만 텃밭으로 향하게 만든다. 아카시아 꽃이 한창 때를 보내고 나면 찔레꽃 향기가 지는 노을과 함께 번져가면 봄이 가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  식이섬유 풍부한 ‘완두콩 스프’

▲재료
완두콩 250g (2컵), 양파 150g (작은 것 2개), 감자 150g (큰 것 1개), 샐러리 20g (1대), 호박씨 2T, 다시물 750ml, 올리브유 2T,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1. 냄비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호박씨를 노릇하게 볶아낸 후 그릇에 따로 담아둡니다.
2. 냄비에 코코넛유를 두르고 채 썬 양파를 볶아줍니다.
3. 양파가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준 후 채 썬 감자도 넣어 볶아줍니다.
4. 감자가 투명하게 익으면 다시물과 채 썬 샐러리 그리고 완두콩을 넣고 끓여줍니다.
5. 7~8분 정도 후에 토핑에 사용할 완두콩을 건져내고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 10분 정도 더 끓입니다.
6. 블랜더를 이용해 볶은 호박씨와 함께 갈아준 후 그릇에 담아냅니다.
7. 완두콩 2~3개와 올리브유를 토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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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두콩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장 활동을 원활하게 해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몸에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주어 혈관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식재료입니다.
○ 완두콩을 구입할 때는 꼬투리가 마르지 않고 진한 녹색에 통통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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