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단 창립 16주년 기념 ‘농정 틀 전환 심포지엄’서 한목소리

▲ 지역재단 창립 16주년을 기념한 심포지엄이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농어업 7대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공약의 핵심은 경쟁과 효율에만 치중해 농업·농촌의 위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8년 출범한 게 민관협치기구인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였다.

하지만 대통령령이 아닌 국회에 맡기다 보니 대통령 취임 1년이 훌쩍 지난 다음에야 늑장 출범했고, 대통령 5년 임기동안 성과를 낼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졌다. 물론 농특위 출범 이후 공익직불제 도입, 사회적농업 활성화, 여성농업인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과 자문기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코로나19로 촉발된 한국형 뉴딜 추진과정에서 농정의 틀을 전환하는 논의는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농정 추진과정에 농민 참여 담보돼야

식량은 전략물자…자급률 높이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농민은 식량생산 맡은 공무원으로 기본소득 필요 주장도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된 지역재단(이사장 박경) 창립 16주년 기념 심포지엄 ‘농정 틀 전환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서 지역재단 허헌중 상임이사는 “한국형 뉴딜이 사람과 자연의 순환과 공생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이라는 근본 전환을 지향하지 않으면 또 다른 코로나에 대한 회복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면서 “그래서 중앙과 지방, 농어민과 시민 등이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한 새로운 계약, 즉 New Deal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한국형 뉴딜(New Deal)은 새로운 계약(New Deal)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허 이사는 “중앙과 지방단위마다 농어민과 농어촌주민의 농정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민관협의체 구축만이 농정 틀 전환을 위한 이행계획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단국대학교 김태연 교수는 “몇 년 동안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 줄기차게 논의됐음에도 여전히 농정에 잘 반영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면서 “정책이 변해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방식의 변화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정책 시행 시 모니터링과 평가가 중요하다. 또한 김 교수는 “상향식 농정 또는 농민 주도 농정을 추진하려 해도 중앙행정시스템의 벽이 워낙 높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신소희 연구원은 농정 전환을 이루려면 이를 실행할 주체 양성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연구원은 “청년 일자리와 지방소멸이 이슈가 되면서 중앙과 지자체는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 청년 개인만을 위한 단편적·한시적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연고와 기반, 자원이 없는 청년은 다른 세대보다 농업과 농촌에 진입하기 어려운 점을 인식하고, ‘할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이 농업과 농촌을 경험하고 탐구하며 주체로서 활동할 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무진 정책위원장은 “농정도 코로나19 이후에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세계식량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글로벌 분업화와 무역자유화의 허상이 드러났다”며 “자국의 식량자급을 포기하고 값싼 수입식량에 길들여지면 크나큰 식량위기에 내몰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는 식량을 전략물자로 인식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기존 60%에서 51%로 하향조정했다. 사료용 포함 자급률은 32.0%에서 24.2%로, 주식자급률은 72.0%에서 64.1%로 낮췄다. 달성가능한 목표를 세우겠다는 게 이유였다. 우리나라와 식량자급률이 비슷한 수준의 일본은 올 초에 자급률을 37.0%에서 45.0%로 높인 것과 대비된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급이 가능한 식량수급계획을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특히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지면적을 식량자급이 가능한 수준에서 지켜내고, 농촌의 균등발전을 위한 ‘농촌계획법’을 제정해 자본이 돈벌이 수단으로 농촌을 개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에서 농업계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농민기본소득과 관련한 주장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부총장은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는 공무원으로 기본소득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농민이 환경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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