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 특집 - 가족사랑 손편지쓰기

지난 5월10일 1차 마감된 가족사랑손편지쓰기 공모에는 아름답고 애틋한 사연들도 많았습니다. 손편지를 쓰는 분도 받는 분도 다양했는데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손주가 할머니에게, 그리고 아랫동서가 윗동서에게…, 등등. 평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 살면서 느꼈던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이 손편지를 통해 절절하게 전해져 왔습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통신기기와 인터넷이 발달한 때에 웬 구식 아날로그 손편지인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에 ‘톡’하고 뜨는 문자메시지와는 확실히 전하는 마음의 무게와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제3자인 신문사 직원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편지 쓰기 두 번째 당선작을 소개해 드립니다.

 

전촌바닷가 바람 맞으며 옛날이야기 해보자
봄이 오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 넘치길…
효부이자 현처인 다정하고 싹싹한 올케 사랑해~
우리 가족이 된 것 큰 영광이자 행복
시부모님 그늘에서 늘 쉬어가게 자리 지켜주세요
엄마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 태희야 태양아 보고 싶구나~ 
   
이영순(경북 경주시)

외할머니다. 우리가 만난지 벌써 2년이 가까워진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태희, 태양이 할머니가 돌봐줄 때가 생각난다. 태희가 유치원에 갔다오다가 집에 안 간다고 떼를 쓰고 심하게 울어서 태희는 생각 안나겠지만 양이는 유모차 타고 오는데 할머니가 힘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태희도 힘들었던거 같아! 태희·양이야 우리 다음에 만나 전촌바닷가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옛날이야기 해보자. 만날 날을 기다리며! 할머니가


# 사랑하는 아들! 빨리 건강 회복되길…
   이금례(전북 임실군)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구나.
아빠와 엄마는 장남 너 윤태를 낳아놓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단다. 장남인 아들 윤태가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게 되어 공무원으로 일을 하게 될 때 아빠는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행여 나쁜 꾀임에라도 빠지면 어쩌나 싶어 걱정도 많이 했단다.
우리는 모두가 때가 되면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지금 죽어도 하늘나라에 계시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난다는 소망과 기대 속에 지금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단다.
사랑하는 아들. 나는 오늘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어. 병실에서 누워있는 아들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위해. 이제 겨울이 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우리 아들도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활기 넘치기를 바란다. 너를 위해 기도하는 엄마가


# 올케, 사랑해~
   조성희(경북 상주시)

우리 친정집에 시집을 온 둘째며느리. 어찌나 살뜰하고 현명하던지 며느리로서 하나하나 해 나가는걸 보면서 나도 같은 여자인 딸이며 며느리로서의 마음가짐 행동들을 자네에게 배우며 생각들이 깊어졌다네. 그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지만 말본새 없고 살갑지 않고 무뚝뚝한 나로서는 전할 수 없었는데 이번 손편지 쓰기를 빌어 자네를 사랑하는 마음 전해지기를 바래본다네.
코로나19 난리통에 자네도 시어머니 되신 것 축하하네. 엄마께는 효부요. 아내로선 현처이니 자네가 손아랫사람이지만 배움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네. 며느리까지 보았으니 시어미 노릇도 잘 하겠지? 한결같이 다정하고 싹싹한 인정분~ 사랑하네. 살아가는 동안 항상 지금처럼 살아가세나 건강하면서. 둘째 시누이가.


# ‘행복’이란 글자 마음에 새기며, 행복하자 “며눌아 사랑해”
   정원숙(전남 영광군)

참 오랜만에 편지를 써보는구나.(손편지 듣기 좋네) 뭔가 낮설고 어설픈 결혼생활 바쁘게 살면서 직장에 다니느라 고생이 많을 사랑하는 며눌에게 몇 자 적어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우리 가족이 된 것 참으로 큰 영광이며 행복으로 생각한다.
좋은 인연 찾기 위해 꿈도 많았겠지만 쉬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얼마나 화목하고 행복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니. 양쪽집 부모님들도 너희들이 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단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가족 행복했으면 하는 큰 기대속에서 이렇게 손편지를 띄워 보낸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멋지고 값진 날이었기를 기대하면서. ‘행복’이란 두 글자를 마음깊이 새기면서. 우리 행복하자. 사랑해.


# 부족한 며느리 묵묵히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미선(경기 화성시)

20대 초반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제가 아버님, 어머님과 가족의 인연으로 만난지 21년이 지났습니다. 어린나이라 경험이 부족했고, 주부로서 며느리로서 실수투성이에 겁쟁이라 언제나 마음만 앞섰습니다. 부족한 저를 항상 묵묵히 기다려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여름 느티나무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듯 저희가 힘들때면 언제든 아버님, 어머님 그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희도 다시금 힘을 얻어 세상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기거든요. 당진 13가족 모두 항상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3월 어느 날 미선 드림


# 병원서 나오신 엄마 이젠 내가 독차지 할거예요
   전순자(충북 청주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내엄마! 동생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요양병원에서 모시고 나온 지 어언 10개월!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몰라보게 좋아지셔서 84살 청춘할머니가 되어가는 모습에 나도 놀라요. 32살에 남편을 사별하고 5남매 강인하게 잘 키우셨으니 우리엄마 훌륭하신 엄마에요. 오늘도 나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했네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내가 차지했어요.
엄마는 저의 박물관이에요. 그동안의 인생경험이 엄마 머릿속에 다 있어요. 쑥을 뜯어도, 돌미나리를 뜯어도, 이건 어디에 좋고, 이건 어떻게 해서 먹으면 좋고 등등….
오늘도 엄마가 뜯어오신 나물반찬으로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행복을 충전합니다. 엄마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이제는 동생들이 내가 부러워서 엄마 달라고 해도 안 줄 겁니다. 엄마는 영원히 내엄마예요. 사랑해요 엄마. 엄마 큰딸 순자 올림

 

■  이달의 손편지

여섯 딸내미 잘 키워주신 엄마
이젠 비행기 탈 일만 남았어요

                                유남종(강원 원주시)

마지막 편지를 중학교 2학년 즈음 쓰고,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이 10여년 만인 듯 해요. 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표현도 많이 해야지 하면서도 쑥스럽고 낯간지러워서 제대로 마음 표현 한번 한적 없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 어머니는 “어머니”란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존재에요. 40평생을  하루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하고, 저녁때가 되면 뚝딱뚝딱 언제나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시고는 “나는 찬밥이 좋아”,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어”, “김칫국물에 밥 말아 먹는게 별미야”라며 늘 가족들에겐 따뜻하고 맛있는 것만 주셨던 어머니. 커다란 고무대야에 가족들의 빨랫감을 한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는 냇가로 나가 그 추운 고무장갑 속 손이 빨개지도록, 발가락 감각이 무뎌지는것도 참아가며 넓적한 돌을 빨래판 삼아 빨래하시던 그때 어머니의 모습도. 마당앞에 주저 앉아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하늘에 대고 “엄마! 엄마!” 울부짖으며 그간의 온갖 설움을 그렇게라도 토해내야했던 어머니를 보며 늘 죄송하고 마음 아팠어요.

어릴적 제 흐린 기억속 그때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아련한거 아세요? 아무런 준비없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딸과 이별해야 했던 엄마.. 소리내어 크게 울지도 못하고, 가족들 몰래 뒤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고, 그렇게 속절없이 사랑하는 언니를 떠나보내야 했지요. 대신 아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여느 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제대로 뛰어놀지도 못하고 떠나보냈다고 자책도 하셨죠.
엄마의 슬픔을,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요즘 부쩍 어려웠던 형편이었지만 그 옛날들이 계속 생각이 나요.

대나무 낚시대로 밤낚시를 하던 날, 낡은 부엌에 쪼그려 앉아 엄마가 부쳐주시던 부침개를 호호불어 먹었던 날도, 겨울이면 비료포대에 지푸라기를 넣어 썰매를 타던 날도... 그 어릴적 추억들이 너무나 그립고 생각나요. 저도 이제 철이 드나봐요ㅎㅎ 나이 먹어 그런가?ㅎㅎ
그렇게 늙지 않을 것 같았던, 커다랗고 맑았던 눈망울과 오똑한 콧날의 긴생머리였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드문드문 흰머리가 희끗희끗 보이고, 깊게 자리잡은 눈가의 주름...곱고 하얗던 손등에는 울긋불긋 검버섯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추억 한켠 어머니의 고생이 보여 눈물이 나기도 해요.

내 자식만큼은 남들 못지않게 배곯지 않게, 배우는데 있어 부족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시고, 자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으셨던 어머니. 40년 넘게 어머니 혼자서 삼켜버려야 했던 그 고통의 무게를 당장에 가늠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저에게 주신 어머니의 사랑 백배천배로 돌려 드릴 수 있도록 제가 더 잘하는 딸이 될게요.

요즘 딸이 대세라잖아요. “딸 많아서 비행기도 타겠네”, “딸들이 엄마 호강시켜주겠네” 이런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어 놓고도 제대로 여행한번 보내드린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참 못났죠?!
뼈와 살과 마음으로 저희를 길러주신 어머니. 감사하고 사랑해요. 딸래미 여섯명 잘 키워주셨으니 이제 비행기 탈일만 남았어요!! 그러니 건강하셔야 해요^^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께 넷째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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